기획 완결 대한민국 국군 리포트

[육군12사단] ‘고운 말의 힘’… 병영에 웃음을 더하다‘

맹수열

입력 2015. 11. 23   18:05
0 댓글

(30) 육군12사단 임상조대대, 언어문화 개선, 최일선에서 앞장선다


 '을지 고운 말 메아리 운동’ 효과 톡톡

과거와 달리 병영언어 개선에 공감

신병들 은어·게임용어, 소통에 방해물

새로운 목표 설정, 꾸준한 실천 필요

 

올바른 병영언어 사용은 병영문화혁신의 핵심요소다. 우리 군은 올 한 해 장병들이 바른 언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천해왔다. 이는 야전부대도 마찬가지. 지난 11일 육군12사단 임상조대대에서는 병영언어 사용에 관한 좌담회가 열렸다. 대대는 국방부 ‘병영언어 개선 선도부대’로 지정된 사단 예하에서도 병영언어 개선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부대로 꼽힌다. 이날 좌담회에는 박성진(중령) 대대장을 비롯해 9명의 간부와 병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병영언어 사용 실태와 그동안 대대가 시행해온 각종 개선 방안의 성과, 앞으로의 발전방안에 대해 신랄하면서도 애정이 듬뿍 담긴 의견을 내놓았다.

 

 


 

 

 

  ● 바른 말, 고운 말을 위해…그들의 노력은?

 “이제 병영 내에서 물리적인 폭력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 자리에 욕설이나 폭언 같은 언어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물리적인 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은 본인이 잘못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행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김상형 병장)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욕설·폭언도 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누가 욕설을 섞어 말하면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습니까? 언어폭력 근절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장준 대위)

 “사실 그게 꼭 점진적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 지난해 일련의 사건·사고로 병영 내 각종 폭력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기고 육군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했던 것이 컸다고 봐. 우리도 올해 사단이 ‘을지 고운 말 메아리 운동’을 체계적으로 시행하면서 병영언어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지.”(박성진 대대장)

 참석자들 모두 과거와 달리 병영언어가 많이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대의 경우 사단이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을지 고운 말 메아리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박 대대장은 “올해 사단이 병영언어 개선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대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지휘관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대대에 전입한 이제현 일병은 “사단이 추진 중인 ‘정감은언일(정감 어린 인사말, 하루 세 번 감사, 은어사용 금지, 언어 청결, 일본어(외래어) 사용 자제) 운동’을 실천하면서 언어문화가 변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단이 지난 9월 실시한 ‘한글 사랑 도전 골든벨 경연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적절한 단어를 대체하는 우리말을 잘 알게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대는 사단의 지침과 함께 자체적으로도 언어문화 청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욕쟁이 배지’. 욕설을 하다 적발되면 간부·병사에 상관없이 무조건 한 달 동안 이 배지를 달고 다녀야 한다.


 


 ● 고개 내민 ‘바른 병영언어의 싹’, 계속 유지하려면…

 병영언어 개선에 힘을 기울인 결과 임상조대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준호 상병은 “다 같이 바른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언어사용이 고급스러워졌다. 가끔은 우리가 방송 출연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며 웃어 보였다. 실제로 변화를 본 예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 전역한 선임이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 ‘틱 장애(tic disorder)’를 앓고 있었습니다.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라 간부들도 제재에 애를 먹고 있었고 자신도 힘들어했습니다. 올해 대대에 언어문화 개선의 바람이 불자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이 사람도 욕설을 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나중에는 상당히 많이 고쳐진 상태로 전역했습니다. 다 같이 바른 말을 사용하려는 분위기가 만든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민영준 상병의 말이다.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사단과 대대 모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깊게 뿌리내린 습관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대대 장병들 역시 “욕설이 많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여전히 고쳐야 할 언어습관은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은어·외래어인 것 같습니다. 깔깔이, 뽀글이, 시마이 같은 은어들은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호진 병장의 말이다. 민영준 상병은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과 같이 널리 알려진 것은 물론 ‘경작서’(경계작전명령서)처럼 업무와 관련된 줄임말도 많다”며 “문제는 신병들이 이런 줄임말을 원래 단어인 줄 알고 그냥 쓰게 된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강민석 일병 역시 “줄임말은 부대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다른 부대 장병들과 소통이 안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즐기던 게임 용어를 그대로 생활관으로 옮겨와 사용하는 것도 문제”(조원기 상병)라는 지적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병영언어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개인의 노력’을 꼽았다. 무엇보다 말하는 주체가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대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개선 의지와 잘못된 습관에 대한 반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조원기 상병은 “사단의 ‘을지 고운 말 메아리 운동’이나 대대장님이 직접 지도하고 있는 ‘언어 청정교육’ 등 교육과 이벤트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체언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다.

 병영언어 개선을 위한 열띤 토론이 마무리될 때쯤 강민석 일병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병영언어 개선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현장의 소리였다.

 “각종 정책이나 방안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잘못된 병영언어는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입대부터 전역까지 그 기간이 짧아지면서 군대의 인력 순환 주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병영문화도 빨리 잊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꾸준함,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이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나갈 때 올바른 병영언어가 뿌리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