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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반도 日 우경화, 中 팽창, 北核 '난기류'

이영선 기사입력 2015. 09. 23   19:08

역사의 재현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광복 후 70년 동북아 정세는 긴장 속 안정의 시대였다. 냉전 기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극한 대립 속에서도 적절한 세력 균형으로 안정을 유지했다. 비록 한반도에선 날카로운 남북 대치가 계속됐지만 전반적인 동북아 국가 간 분쟁은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러한 ‘평화의 기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잠들어 있던 아시아의 거인, 중국이 부상하고 이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 중심의 세계전략 전환, 일본의 우경화가 맞물리며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북한 변수는 ‘동북아 평화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른바 19세기 말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다. 100여 년 전 국권 상실의 비극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할까? 냉철한 국가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빗장 풀린 동북아 ‘패권경쟁’… 일본 우경화 가속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활화산 아래의 용암처럼 끓고 있다. 19세기 말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 확장이 초래하던 당시의 폭풍 전야와 같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군사적 확장 정책은 주변국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군사적 활동을 제한하던 빗장마저 풀어 버렸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동복아의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무모한 핵개발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 아베 정권은 마침내 ‘금단의 문’을 열어젖혔다. 모두가 반대하던 ‘집단자위권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됐다. 집단자위권이란 미명 아래 해외에서 군대의 무력사용에 대한 법적 권한을 확보했다. 1945년 패전 후 70년 만의 일이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국민도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군사패권을 향한 아베 총리의 독주는 막지 못했다. 법안 통과 후 우리 정부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반도 안보와 한국 국익에 관련한 사안에선 한국의 요청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호한 방침을 밝혔다. 중국 국방부도 “냉전 시대의 사고에 취해 군대의 해외활동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아베 정권이 전수방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을 위험에 빠트리고 지역에 불안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모두 100여 년 전 일본 침략 악몽이 재현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 중국은 적극적 해양확장 전략으로 영향력 확대

 역내 주도권을 향한 중국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그 공백을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 2011년 이른바 G2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도광양회(빛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키운다)’와 ‘화평굴기(평화적으로 우뚝 일어선다)’라는 소극적 외교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 외교 전략으로 전환했다. 과거의 대륙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 해양확장 전략으로 주변국과의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에도 시진핑 주석이 부주석이던 2012년 방미 기간에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하고 새로운 역학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표면상으론 중국과 미국의 상호 이익을 위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자는 의미지만 전문가들은 그 속내는 중국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지난 3일 진행된 중국의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열병식은 ‘중국굴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중국은 이날 열병식에 최첨단 중국제 무기들을 동원하며 군사적 자신감을 과시했다.

 미국 역시 동아시아의 역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주장하고 동아시아에서의 미군 배치를 강화했다. 역내 국가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미일 동맹 체제의 끈을 더욱 바짝 조이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 민족주의 바탕의 영토분쟁, 무력충돌로 이어질 ‘시한폭탄’

 역내 관계도 다층적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안보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선 한국과 중국이 동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아시아 국가 간 영토 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중국과 일본은 조어도(센카쿠열도) 문제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 있고 한국은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어도’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영토분쟁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과거사를 넘어 자원에너지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경제위기가 악화되면 분쟁지역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며 작은 분쟁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 변수는 ‘동북아 평화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러시아를 끌어들여 고립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무모한 핵 개발을 고집하며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북한 핵무장은 역내 국가들에는 악몽과 같다. 각국에 핵무장의 빌미를 제공해 동북아 평화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일본은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군사적 무장 확대의 이유로 삼으면서도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남북 관계도 아직 그 행보를 점치기 힘들다. 지난 8월 목함지뢰 포격도발로 야기된 일촉즉발 위기가 ‘8·25 남북합의’로 극적인 화해 분위기로 전환점을 이뤘지만 최근엔 다시 핵 실험과 로켓 발사 계획 발표로 긴장을 높이고 있다.

 

 

 

 ● 역내 국가 간 상호 의존성, 100년 전과 달라

 하지만 현재의 동북아 정세는 100여 년 전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진 상호의존성이 그 이유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다투면서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협조 관계다. 경제적 측면을 감안하면 상호 의존성이 더욱 분명해지는데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규모는 약 1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매년 약 200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중국과의 교역을 지속하는데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이 사실이 미중 간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경쟁상대로만 생각했다면 이러한 무역적자를 지속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과 중국 무역규모도 지난해 기준으로 약 278조 원에 달해 각각 교역국 1위와 4위에 해당할 정도로 긴밀해졌다. 일본과 중국의 교역 역시 상대방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도달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도 일본을 찾는 유커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사회·문화적 교류를 감안하면 역내 국가들의 유기적 관계는 더욱 높아진다.

 

 

● 중견국의 자신감으로 주도권 잡아야

 우리가 처한 상황도 100여 년 전 구한말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구한말 조선은 역사의 방관자였다. 주도권을 가지지 못한 채 외세에 의한 철저한 종속변수였다.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청나라와 러시아, 일본의 각축 결과에 나라의 명운을 맡겼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군사력도 세계 수위를 다툴 만큼 든든하다. 세계역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강한 결속력의 ‘한미 동맹’도 우리의 활동 범위를 넓혀준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적 위상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가요 등이 일본과 중국을 점령하며 한국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우리의 역할을 더욱 명확하게 설정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능력 이상의 자신감으로 무리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의 전략적 방향을 신중함 속에 빠르게 설정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문제에 정통한 한 대학교수는 “현재 한반도 주변 정세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100여 년 전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이라며 “우리가 자신 있게 국익 증진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주변 정세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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