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DMZ동서횡단 냉전을 넘어 희망을 보다

[연중기획_ DMZ 동서횡단, 냉전을 넘어 희망을 보다]⑥ 경기 연천

이영선

입력 2015. 08. 18   18:35
업데이트 2023. 08.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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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을 지키는 육군25사단 상승대대 GOP경계장병이 총구를 들어 경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서부전선을 지키는 육군25사단 상승대대 GOP경계장병이 총구를 들어 경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자연은 공평하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차별은 없다. 한반도 전체를 달구는 무더위는 DMZ라고 피해 가지 않는다. 기온은 높고 공기는 습하다. 불어오는 바람은 열기를 품어 텁텁하다. 모두가 힘들어지는 계절이지만 자연은 이 열악한 환경을 즐긴다. 수풀은 더욱 우거지고 녹음은 짙어간다. 하지만 경계근무의 장병들은 다르다. DMZ 수풀의 시야 방해와 무더위를 이겨내며 임무를 수행한다.

 

철저한 경계근무

육군25사단이 담당하는 서부전선은 구릉지대다. 동부전선의 높은 산악이 주는 위압감은 없다. 중부전선의 철원과 같이 시야 트인 평지도 적다. 대신 낮은 야산들이 주를 이룬다. 여름의 서부전선 DMZ는 남방한계선을 기준으로 그 차이가 명확하다. 남쪽은 수풀이 무성하지만 DMZ는 불모지 작전으로 시야가 확실하다.

육군25사단 장병들이 경계작전 투입에 앞서 서로의 탄창을 교차 확인하며 만일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육군25사단 장병들이 경계작전 투입에 앞서 서로의 탄창을 교차 확인하며 만일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무성한 나무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불모지 작전으로 관목의 형태로 남아있는 지역과 무성한 수풀의 조화는 마치 골프장을 연상시킨다. 지난봄 DMZ의 생태를 위협했던 산불도 이러한 전경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연의 복원력은 생각보다 위대하다. 화재 후 불과 4개월도 지나기 전에 화마가 남긴 깊은 생채기를 극복했다.

회색 재만 남았던 현장을 다시 녹음으로 가득 채웠다. 부대 관계자는 “봄철 산불 이후 거의 새까맣던 DMZ가 다시 수풀로 우거졌다”고 말했다. 시야에서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만 지운다면 이보다 평화로운 곳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북의 계속된 도발로 이어지는 남북 대치의 긴장감은 이러한 평화로운 풍경에 감탄만 내지를 수 없게 만든다.

 

DMZ에 남아있는 북의 도발 야욕 현장 ‘제1땅굴’

지금까지 발견된 땅굴 중 유일하게 DMZ 내에 위치한 ‘제1땅굴’은 북의 도발 야욕을 일깨우는 현장이다. 제1땅굴은 DMZ 내에 있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승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우거진 수풀에 가려진 표지판만이 변하지 않는 북의 헛된 야욕을 그대로 전한다. 제1땅굴은 1974년 전군에서 최초로 발견된 땅굴이다.

육군25사단 상승대대 GOP 경계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이동하며 점검을<br>하고 있다.
육군25사단 상승대대 GOP 경계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이동하며 점검을
하고 있다.


DMZ 수색 작전 중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대원들이 탐색해 발견했다. 발견 당시 적 GP에서 고사총을 발사하는 등 격렬한 총격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땅굴은 적 GP 후사면부터 발견 지점까지 길이가 3.2㎞에 달한다. 1시간에 약 1200명이 은밀히 침투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제1땅굴은 이후 제2·3·4땅굴을 발견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발견되기 불과 2년 전인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중성을 그대로 증명한다. 

전망대에서 왼쪽을 보면 저 멀리 연천평야를 가르는 길다란 하천이 보인다. 바로 ‘사미천’이다. 그 모양이 뱀의 꼬리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몇해 전 사단은 사미천을 따라 귀순한 북한 병사 1명을 성공적으로 유도한 ‘사미천 완전작전’으로 대통령부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름을 이기는 힘 ‘온열 방지 킷’

 

더위 극복 온열 방지 킷
더위 극복 온열 방지 킷


여름은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경계근무를 서는 장병들에게 폭염은 또 다른 적이다. 하지만 경계근무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선 안 된다. 더위를 이기며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 혹서의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도구가 ‘온열 방지 킷’이다. 임무 수행 장병들은 모두 얼린 생수 2통과 이온음료 2개, 얼린 물수건, 아이스팩으로 구성된 이 작은 상자를 소지한다. 

얼린 물수건으로 한여름 열기로 달궈진 체온을 식힌다. 갈증은 시원한 얼음물로 해소한다. 소초에서는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에서 무더위로 지친 몸을 식힌다. 상승대대 ○○소초에는 사이버지식정보방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소초 관계자는 “주간 근무자의 경우 사지방에서 에어컨을 켜고 무더위를 식힐 수 있어 여름 나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름보양(?)은 확실한 휴식 보장이다. 상승대대는 수요일과 일요일을 ‘재충전의 날’로 지정해 확실한 휴식을 부여한다. 이날에는 임무 수행 인원을 제외한 모든 장병들에게 일과와 작업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DMZ 철책 부대의 특성상 공휴일을 쉴 수 없다는 점에서 ‘재충전의 날’은 장병들에게 휴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전문 이발병들 소초마다 ‘순회 이발’

 

GOP 전문 이발병
GOP 전문 이발병

 

최전방 격오지 부대는 일반 부대와 그 운영이 같을 수 없다. 임무 특성을 고려한 그 부대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다. 상승대대의 경우 ‘장병 이발’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상승대대는 전문 이발병제를 운영한다. 일반 부대가 부대별 ‘이발병’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형태다.

이발자격증을 소지한 현용민·김우연 상병이 대대 전 장병의 머리를 책임진다. 이발에 전념하는 대신 다른 임무는 열외다. 이들은 주임원사의 차량을 이용해 하루에 2개 소초를 순회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소초당 약 20~25명, 하루에 이들에게 머리를 맡기는 장병 수는 50여 명에 이른다. 같은 소초를 방문하는 주기는 약 일주일이다. 

이발이라는 임무가 머리를 맡기는 장병들에겐 ‘꿀보직’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남의 스타일을 책임진다는 장인정신(?)에 가위를 든 매 순간 한 치의 방심도 용납하지 못한다. 현 상병은 “이발을 하는 매 순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두 이발병의 가위질에는 장병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배려가 숨어있다. 부대는 ‘윗머리 3㎝와 모자 착용 시 깔끔한 상태’를 이발규정으로 정하고 있지만 휴가나 외출 여부가 이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김 상병은 “휴가를 앞둔 병사의 경우 좀 더 스타일을 살려 이발을 하는 반면 휴가 후에는 좀 더 과감하게 머리카락을 자른다”며 웃었다.

 

최전방 동반입대 ‘쌍둥이 부사관’

 

쌍둥이 형제 김일권(형·왼쪽)·김수권 하사.
쌍둥이 형제 김일권(형·왼쪽)·김수권 하사.

 

 

 GOP 부대는 다양한 장병들의 집합소다. 입영 전 얼굴도 몰랐던 이들이 전우애를 키우며 형제 이상의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25사단 상승대대에는 일반 부대에서도 보기 힘든 쌍둥이 형제 부사관이 있다. 6중대 김일권(형) 하사와 8중대 김수권 하사가 바로 그들.

이들 형제는 2012년 병으로 같이 입대해 같은 부대에서 복무 중 부사관을 지원, 지난해 1월 함께 임관했다. 현재 두 사람은 자신의 중대에서 선임분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남북 대치의 최일선에서 함께 젊음을 불사르고 있다. 병 시절은 물론 간부가 되어서도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만큼 서로에게 적지 않은 힘이 돼준다.

병 시절에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낯선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나눴다. 간부가 된 현재도 매일 SNS를 통해 선임분대장의 고충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간부가 되도록 격려한다. 두 형제는 “간부가 돼 부대원들을 교육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위치에 서면서 생각이 더 깊어지고 책임의식도 더욱 커지게 됐다”며 “우리 형제는 앞으로도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멋진 군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사진 < 조용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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