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영선기자의 밀착병영

[밀착병영 24]인식표는 왜 두 개씩 지급될까?

이영선

입력 2015. 07. 23   15:52
업데이트 2023. 08.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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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사상자 신원 확인·구조 위한 제식…1946년 국방경비대 창설 때부터 사용

육·해·공군 분류와 군번·성명·혈액형 기재…해군·해병대 표기하던 종교 정보 중단

 

 

 

 지난달 MBC의 프로그램 ‘진짜사나이’가 보여준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은 많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6·25전쟁 중 전사한 무명용사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가족을 찾아주는 과정은 국가와 조국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전쟁의 비참함과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발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를 감동과 함께 잘 전해줬습니다.

 그런데 발굴 유해의 연고자를 찾는 과정은 발굴보다 더 쉽지 않습니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어렵게 가족을 찾기도 하지만 그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이때 가장 확실하게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인식표를 함께 발견하는 경우죠. 군에 다녀온 분들이라면 그 이유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인식표는 군의 ‘신분증’

 인식표는 군의 신분증과 같습니다. 전시에 자신의 신분을 알려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인식표의 금전적 가치는 낮습니다. 채 100원이 되지 않는 원판 2개와 584원의 목걸이 줄을 더해도 원가는 800원이 되지 않습니다. 원판 크기 역시 가로 5㎝와 세로 2.8㎝, 두께도 1㎜에 불과하죠. 하지만 전시에 그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소중해집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모두 잘 아실 것이어서 생략하겠습니다.

 육군 규정은 인식표에 대해 ‘전시·사변·천재지변 등 돌발적 사고로 인한 사상자 발생 시 신원확인 및 구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 표기된 철제의 제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용 용도는 전·사망 시 시체결속 후 신원확인 및 전상자 처리와 부상 시 혈액형 확인, 한 명씩 이름을 불러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는 ‘각개점호’ 시 등으로 설명합니다.

 인식표는 하나의 군번줄에 두 개가 한 쌍으로 지급됩니다. 전시 사망 시 하나는 전사자에게 남겨두고 나머지 하나는 소속부대 보고를 위해 가져가기 위해서입니다. 평시 불의의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망자 인식표 2개 모두를 유가족에게 전달합니다.

 그러면 인식표에 새겨진 정보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인식표에는 한글로 새겨진 각군 명칭과 군번, 성명, 혈액형이 기재돼 있습니다. 육군의 인식표를 예를 들면 육군, 군번, 이름, 혈액형이 표기돼 있는 것이죠. 군 표기는 해군의 경우 ‘해군’이 공군은 ‘공군’이, 해병대는 ‘해병대’가 새겨져 있습니다.

 1998년까지 수동타자기로 발급했던 당시에는 각군 정보가 영문으로 새겨지기도 했습니다. 육군의 경우 Korea Army를 의미하는 ‘KA’라고 표기된 것이었죠. 이름도 지금과 같은 한글 조합형이 아닌 해체식이었습니다. 지금의 ‘홍길동’이 ‘ㅎㅗㅇ ㄱㅣㄹ ㄷㅗㅇ’으로 표기됐습니다. 또한 예전엔 해군과 해병대에는 타 군과 달리 종교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기독교 신자는 ‘ㄱ’이 천주교 신자는 ‘ㅊ’이 불교 신자는 ‘ㅂ’가 들어가 당사자의 종교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종교 정보가 기재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 각군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가나다순)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며 육군의 경우 여기에 원불교가 포함됩니다.

 ●과거에는 군번표로 불려

 ‘인식표’는 시대와 함께 그 모양과 이름이 변해왔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1946년 국방경비대 창설 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칭은 1951년부터 1980년까지 ‘인식표’란 이름으로 사용됐고 1981년부터 1998년까지 ‘군번줄’로 불렸습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는 ‘인식표’란 이름을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식표의 모양은 길다란 타원형입니다. 원판에 군별과 군번, 이름, 혈액형이 새겨져 있죠. 이러한 타원형태는 1999년부터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쪽 끝에 ‘V자 홈’이 새겨졌습니다. 이 홈의 용도에 대해선 전사자의 치아에 끼워 신원을 확인한다는 설과 원판 재료인 스테인리스를 기계에 고정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가 있는데 대체로 후자를 통설로 합니다.

 한편 인식표는 각군이 보유한 발급기를 통해 제작합니다. 2015년 현재 육군은 사(군)단급, 육사, 육군훈련소 등 총 50여 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2대, 공군과 해병대는 각각 1대를 갖고 있죠.

과거에는 개별 제작에 1분에서 1분30초가 소요되는 타자식 수동발급기를 사용했지만 1999년 이후에는 대당 30~40초면 충분한 자동발급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식표를 보급하는 시기는 각군이 거의 동일합니다. 장교와 부사관은 임관 전에, 병사들은 신병 훈련 기간에 받습니다. 한편 현역장병과 소집된 예비역 장병은 인식표 2개를 항시 휴대해야 합니다. 현역은 목에 걸어서 휴대하고 예비군은 평시 본인의 전투복 상의 왼쪽주머니 덮개에 재봉된 상태로 관리하고 동원령이 선포되면 개봉해 목에 걸어 휴대해야 합니다.

 전역과 동시에 인식표를 구석에 던져뒀던 예비역들이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찾아 소중히 보관해야 할 것 같습니다.

 A. 전시 사망 시 하나는 전사자에게 남겨두고 나머지 하나는 소속부대 보고를 위해 가져가기 위해서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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