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응답하라 2015 병영생활관 탐방

지휘부·병사의 징검다리 돼…자율적 병영문화에 소통·행복의 색 입힌다

김상윤

입력 2015. 06. 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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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교육사령부 ‘병영생활 자율위원회’ 으뜸병사 생활관


 

부대별 으뜸병사 26명 모여 자발적 군기강 확립 등 모색

 


 


 


 

 

   진정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율적 병영생활 역시 엄정한 군기강을 기반으로 한다. 공군교육사령부에는 병사들이 직접 선진 병영문화 조성과 자발적 군기강 확립을 선도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통합생활관 다동 3층에 있는 ‘으뜸병사 생활관’이 바로 그곳이다. 으뜸병사들의 모임 ‘병영생활 자율위원회’는 매주 이곳에 모여 회의를 통해 자율적 병영문화 개선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1 자율위원회 원칙 ‘토론으로 방법 찾기’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 “아니죠. 전문 관리병을 두는 게 효율적입니다.”

 6월 3주차 자율위원회의가 열린 으뜸병사 생활관이 후끈 달아올랐다. 오늘의 토론 주제 ‘흡연장 관리 방안’ 때문이다. 의견을 제시하는 병사들의 진지한 모습은 TV 속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방불케 했다. 수많은 의견 교환 끝에 관리병을 두는 방향으로 중지가 모이자 총으뜸병사 우현기 병장이 다음 안건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관리병의 처우는 어떤 수준이 적당할까요?” 다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으뜸병사들의 토론 결과는 주임원사단에 전달돼 부대 흡연장 관리 개선안에 실제로 적용될 예정이다.

 병영생활 자율위원회는 부대별 으뜸병사 26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으뜸병사 생활관에 모여 회의를 연다. 주제는 매번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자율적인 병영문화 활성화와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다. 그 방법은 ‘토론’이다. 회의를 진행한 우 병장은 “토론을 거치면 언제나 더욱 합리적인 방안이 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율위원회를 통해 지휘관과 주임원사단은 병사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병사들도 지휘부에 의견을 전달할 기회를 얻는다. 사령부 김윤호 주임원사는 병영생활 자율위원회 활동에 대해 “원활한 소통과 행복한 병영문화를 만드는 데 큰 기능을 하고 있다”며 “지휘부와 병사들 사이에 놓인 소중한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2 자율위원회 원칙 ‘선 기강, 후 자율’

 

   “자, 이제 청소점검 순찰시간입니다!”

 회의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으뜸병사들이 순찰을 나섰다. 자율위원회는 순번을 정해 매주 1회 불시 청소점검을 한다. “청소 상태는 군 기강과 병사들의 자발성을 보여주는 척도와 같죠.” 총으뜸병사 우 병장이 설명했다. 이들은 생활관 정리정돈 상태와 청소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병사통합홈페이지에 공지한다. 우 병장은 “정리 상태가 좋은 생활관은 가점을, 불량한 생활관은 감점을 건의한다”며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순찰제도 도입 3개월 만에 병사들 사이에서 자율적 청소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

 물론 이들이 ‘기강을 잡는’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병사를 위한 복지활동에도 그만큼 열심이다. 지난 3월 자율위원회는 사령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E-SPORTS 동아리실 신설을 건의해 별도 공간을 만들었다. 고장 난 TV·에어컨 교체 건의 등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대 축구리그인 비성리그를 활성화하고 뜀걸음 코스를 개선해 열외자를 확 줄이기도 했다. 기지전대 으뜸병사 이영민 상병은 “기강이 서야 자율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사들이 단합해 기강을 세우면 지적이나 통제도 적어지고 자율의 범위도 훨씬 넓어진다”고 말했다.

 

 

   3 자율위원회 원칙 ‘생활관 10대 에티켓 준수’

 

   교육사령부는 26개 예하 부대에 소속된 수많은 기간 장병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사령부본부 으뜸병사 박석원 병장은 “인원이 많은 만큼 병 상호 간 매너와 존중의 문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자율위원회는 지난 3월 사령부 병사 8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생활관 에티켓 TOP 10을 선정했다. 독서실·화장실·세탁실·체력단련실 등 병사들의 주요 생활공간에서 꼭 지켜야 할 기본적 예의와 매너를 담은 10대 에티켓은 실제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병장은 “병사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필수 에티켓인 만큼 공감대가 쉽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생활관 10대 에티켓은 포스터로도 만들어졌다. 병영생활관 게시판과 홈페이지에 게시해 병사들이 자주 보고 눈에 익도록 하기 위해서다. 총으뜸병사 우 병장은 “포스터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공군본부 주관 대회에 출품해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온라인상의 소통 활성화에도 노력 중이다. 자율위원회는 최근 ‘병사 에티켓 게시판’을 홈페이지에 개설했다. 이곳에서 병사들은 병영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사소한 불만사항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실제로 어떤 문제로 불편하다는 글이 올라오면 공감 댓글이나 반성의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병사들 내부에서 자발적인 변화가 시작된 거죠.” 군사훈련전대 으뜸병사 조준수 병장의 말이다.

 

 

   4 ‘혜택만 보고 지원했다간 큰코다쳐’

 

   으뜸병사는 경험이 풍부한 상병·병장들 중에서 희망자를 받고 지휘부의 심의를 거쳐 선발된다. 보통 두세 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쳐야 한다. 임기는 최대 6개월로 남다른 권한도 부여받는다.

정보통신학교 으뜸병사 조성한 병장은 “으뜸병사는 주임원사나 지휘관에게 소속 부대원에 대한 가·감점 지적 건의를 할 수 있다”며 “병사들의 휴가나 외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혜택도 있다. 임기 3개월에 2일, 6개월에 4일의 휴가를 받는다. 매달 가점 10점이 주어지고 각종 위로행사에서 우선적인 선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런 혜택들만 보고 으뜸병사에 지원하면 크게 후회할 수도 있다. 지원대대 으뜸병사 엄진용 상병은 “책임감과 사명감이 없다면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대 병사들의 병영생활을 책임지고 개선하는 어려운 자리”라는 것이다. 엄 상병은 으뜸병사를 ‘총대 메는 자리’로 표현했다. “수많은 고충에 귀 기울이고 간부들에게 전달하다 보면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라고 한다.

사실 으뜸병사로서 최고의 혜택은 휴가가 아닌 리더십 개발이다. 자율위원회 맴버들은 “으뜸병사는 어려운 만큼 보람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군 생활을 통해 리더십을 쌓고 갈등을 조율하는 실전적 경험을 할 소중한 기회라는 것이다. 

 

 

  [인터뷰]  사령부 총으뜸병사 우현기 병장

   말년에 사서 고생?보람이 넘칩니다˝

 

 


 

 

    오전 10시 참모회의에 참석하고 11시에 으뜸병사 회의장으로 달려온 우현기 병장. 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청소 순찰에 나섰다. 순찰을 마친 뒤에도 숨 돌릴 여유는 없어 보였다. 인터뷰할 틈을 좀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그는 “정신이 없어 미안하다”며 “말년에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셈이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25명의 으뜸병사를 이끄는 총으뜸병사 자리가 부담스러울 만도 하다. 그러나 우 병장은 항상 밝은 표정이다. 그는 “모든 병사들을 대표해 활동한다는 자부심이 원동력”이라며 “매너 있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병사들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그에게도 고충은 있다. 같은 병사로서 그들의 마음을 잘 알지만, 으뜸병사로서 군 조직의 특성과 간부들의 입장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총으뜸병사는 병영생활 문제 전반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중압감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 병장은 자율적 병영생활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기강이 해이해지면 그만큼 간섭과 통제가 늘어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병사들이 더 행복한 병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기강과 자율의 선을 잘 그어보고 싶다”라고 다짐한 우 병장. 그는 총으뜸병사를 찾는 소리가 들리자 또다시 바쁜 걸음을 옮겼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사진 < 한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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