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실전편 - 제안 십계명(하)
6. CEO처럼 생각하라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책사가 있다. 책사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책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직을 움직인다. 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기발한 발상으로 CEO를 돕는다. 일반 사원은 책사가 될 수 없다. 그들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CEO와 만날 기회조차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제안왕이 되는 것. 공식적인 책사들은 거의 매일 CEO와 독대하며 조직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제안왕은 제안서로 책사의 역할을 한다. CEO로서는 누가 더 고마울까? 당연히 제안왕이다. 공식적인 책사는 그게 원래 임무다. 그러나 제안왕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책사의 역할까지 하니 더 고마울 수밖에. CEO들이 제안왕을 좋아하는 이유다.
7. 생각하면 행동으로! 지금 당장!
필자는 2006년 부대에 발명동아리를 만들었다. 전우들이 함께 모여 군대 장비와 물자의 개선점에 대해 공부하고 제안하는 학습동아리였다. 머리가 똑똑하고 이해가 빨랐던 조모 중사도 회원이었다. 그는 문제 해결에 탁월한 아이디어는 갖고 있었지만, 제안서를 쓰지 못했다. 아이디어를 제안서로 옮기자니 고민이 많아지면서 시작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포기!
어느 날 수송부의 김모 하사가 찾아와 동아리 가입을 원해서 받아주었다. 평소에 약간 어눌한 면이 있어 답답해 보이던 후배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말도 안 되는 제안서를 가져와서 검토해 달라며 필자를 괴롭혔다. 맞춤법이 틀린 게 많아 짜증이 났다. 그래서 수정사항을 알려주고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 그 과정만 13번을 거쳤다. 그만하면 됐다 싶어서 군사제안 심사에 제출했다. 심사 결과는 우수상. 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의 승리였다.
8. 특허로 출원하라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정은 잊고 결과만 기억한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을 미국의 발명가 ‘벨’(1847~1922)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역시 미국의 발명가 ‘일라이셔 그레이’(1835~1901)다. 하지만 벨이 발 빠르게 먼저 특허를 내면서 전화기는 영원히 벨의 발명품이 됐다. 제안이 채택되는 순간 소유는 조직의 것이 돼 버린다. 그렇다고 제안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안과 특허출원을 동시에 추진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제안 채택의 효과도 누리고 특허가 출원돼서 지속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다. 이거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거양득! 최고의 제안은 특허로 연결되는 제안이다. 직무와 관련된 발명을 특허로 등록하면 직무발명법에 의해 이득을 보장받는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제안을 특허로 출원하라!
9. 제안서로 리드하라
제안의 완성은 제안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제안서 안에 글로 담아내지 못하면 떨어진다. 제안서 작성의 스킬을 모르기 때문이다. 제안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글로 써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글을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해야 한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기업의 제안은 대체로 비용 절감, 이윤 창출, 시간 절약, 고객 만족 등의 요소가 골고루 고려되면 좋다. 공공제안은 불편 감소, 예산 절감, 행정력 낭비를 줄이는 방향이면 된다. 제안서를 다 쓰고 나면 현재 문제점, 개선 방안, 기대 효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재검토하는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제안왕들이 말하는 좋은 제안서의 비결은 다작이다. 그들에게 특별한 비결을 기대했지만, 한결같이 많이 써보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의 제안서는 어설프지만 쓰다 보면 느는 것이다. 실패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제안서의 노하우가 쌓인다. 201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리처드 링클레이터(54) 감독은 여섯 살 소년이 열여덟 살이 되기까지의 12년 세월을 촬영해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12년 촬영의 고충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촬영 첫해와 이듬해, 끝이 아득해 보였고 모든 게 모호했다. 절반 정도 찍고부터 편해졌다. 갈수록 탄력이 붙는 느낌이었다. 영화 자체가 생명력을 갖고 스스로 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링클레이터 감독이 상을 받은 이유는 일상의 꾸준함이다. 필자가 처음 제안서를 쓸 때가 생각난다. 선배의 제안서를 보니 도저히 쓸 엄두가 나지 않아 보름을 책상 서랍에 묵혀 두었다. 고민 끝에 쓰기 시작한 제안서는 하루 만에 다 작성됐다. 처음 써본 느낌은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였다. 그렇게 시작한 제안서 작성은 링클레이터 감독처럼 갈수록 탄력이 붙고 스스로 성장해 갔다. 당신도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불편함을 제안서로 조금씩 바꾸어 나가다 보면 여섯 살 소년이 언젠가는 열여덟 살의 성인이 되듯이 어느새 제안서로 조직을 리드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10. 평생학습을 해라
호모 런쿠스(Homo Learncus)는 평생학습 하는 인간을 말한다. 내가 만나본 제안왕들은 모두 호모 런쿠스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 그들의 일상생활은 주경야독이다. 김규환(59·한국 무동력 대체에너지 개발연구소장)은 무학이었지만 지금은 5개 국어를 한다. 비법은 평생학습이다. 그는 직장을 다니며 중·고등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앞서 말한 윤생진은 공고 출신이지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이재실(60) 한경대학교 교수도 고졸 기능공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변신했다. 필자 또한 고졸이었지만 군대에서 평생학습을 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정상의 스포츠 스타들도 슬럼프를 겪듯이 제안왕들에게도 제안활동의 슬럼프가 있었다. 그때마다 배움에서 새로움을 찾아 더 멀리 나아갔다. 이들에게 평생학습은 아주 새로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인생 100세 시대에 평생 현역의 삶은 모두의 꿈이다. 현직에서 은퇴한 제안왕들은 평생학습으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자체 제안하고 평생 현역의 삶을 살고 있다. 제안왕이 되고 싶은가? 평생 현역으로 살고 싶은가? 평생학습을 해라!
김 정 진 상사·교육학 박사 육군1방공여단 무기정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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