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영선기자의 밀착병영

[밀착병영 19] 육군 부대 이름은 왜 3개나 되나요?

이영선

입력 2015. 05. 28   17:55
업데이트 2023. 08.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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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명칭과 통상명칭 함께 나타내면 군사보안업무훈령 위배

애칭엔 부대 전통·정신·특성 담아…‘독수리’ 25개로 가장 애용

 

 

 

세상에 존재해 알려진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름이 있듯 부대에도 부대명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같은 부대를 부르는 이름이 너무도 다양합니다. 숫자로 나타내는 명칭이 있는가 하면 애칭으로 부르는 이름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고유명칭과 통상명칭 혼용 금지 

 아들을 군에 보내신 부모들은 부대 배치 후 연락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8사단 OO연대 OO대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분명히 8사단이라고 연락을 받았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오뚜기부대라고 귀띔해 줍니다. 어렵게 어렵게 찾아가니 부대 간판에는 OOOO부대라고 돼 있어 한 번 더 헷갈립니다. 

 이는 부대 이름이 고유명칭과 통상명칭, 애칭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같은 부대를 각기 3개의 다른 명칭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사단, 3사단 등은 고유명칭입니다.

 부대 앞 표지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숫자로 된 ‘제OOOO부대’라는 표기명칭은 통상명칭입니다. 이 명칭은 통상 4개의 숫자로 이뤄졌습니다. 흔히 말하는 오뚜기부대, 독수리부대 등 한글로 부르는 부대명은 애칭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복잡하게 부대 이름을 구분해 사용할까요? 이는 보안과 관련이 있습니다. 부대 명칭을 통해 그 임무나 특성을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국방부가 제정한 ‘군사보안업무훈령’의 82조(부대 명칭 표기 및 사용)에서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82조에 의하면 통상명칭과 고유명칭, 애칭, 부대표식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유명칭은 애칭과 부대표식(마크)의 혼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7사단 칠성부대, 8사단 오뚜기부대 등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8사단을 ‘제OOOO부대’라고 함께 표기하면 보안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흔히 장병들이 부대표식이 나타난 군복을 입고 통상명칭 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자칫 보안 위배 사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애칭은 부대원 소속감 단결력 높여

 부대 애칭은 고유명칭 및 통상명칭과 의미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부대 전통이나 부대 정신, 특성 등이 담겨 있습니다. 주로 육군의 많은 부대가 애칭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대원들의 소속감과 단결력을 높이곤 합니다. 전역 장병들은 사회에서 부대애칭을 부르며 같은 부대 출신임을 과시하기도 하죠. 육군의 부대 애칭은 6·25전쟁 중 승리의 염원을 담거나 우연한 사건에 의해 채택된 경우가 많습니다. 

 3사단은 과거 예하 연대 부대원들의 주축을 이루던 서북청년단 출신 장병들이 백골이 되어서라도 고향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아 철모에 백골 마크를 새겼던 것이 백골부대라는 부대명의 유래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육군22사단은 현재 율곡부대로 불리는데 과거 부대명이었던 ‘뇌종’의 어감이 좋지 않아 개칭한 경우입니다. 이밖에 비룡부대인 25사단은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부대명을 하사해 지금까지 비룡부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기자’ 부대인 27사단은 한글 명칭을 가진 유일한 부대로도 유명합니다. 부대 관계자는 “초대 사단장이 싸우면 반드시 이기자라는 의미를 담아 부대애칭을 직접 제안했다”고 설명합니다.

‘승리부대’란 애칭을 가진 15사단의 과거 부대명은 ‘보름달 사단’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이 창설 1주년 행사에 방문해 ‘싸우면 승리하는 불패신화를 창조하는 부대’라는 의미에서 승리부대의 칭호를 하사해 ‘승리부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15사단은 매년 정월대보름마다 ‘십오야 행사’를 시행하며 과거 ‘보름달 사단’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국방일보는 올해 초 육군 연대급 이상 부대애칭 중 동물명을 사용하는 부대를 조사하기도 했습니다(2월 17일자 9면). 당시 분석에 의하면 ‘독수리’를 애칭으로 사용하는 부대가 25개로 가장 많았고 호랑이 계통이 18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 해·공군은 육군에 비해 애칭 사용 많지 않아

 육군과 달리 공군과 해군은 부대 애칭이 활발하지 않은 편입니다. 공군은 애칭을 ‘특별명칭’으로 부르는데 몇몇 비행대대에서만 부대 단결과 자긍심 함양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육군과 달리 부대 숫자가 많지 않아 굳이 애칭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공군의 부대애칭은 과거 해외파병 부대에서 많이 사용됐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파병 한국군의 수송을 위해 창설된 55항공수송단은 ‘은마부대’라는 애칭을 사용했고 걸프전에서 한국 의료 지원단의 공수를 위해 창설된 56항공수송단은 ‘비마부대’란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이라크전에서 평화재건작전 지원을 위해 창설된 58항공수송단은 ‘다이만부대’란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다이만’은 ‘항상 그대와 함께’라는 의미의 아랍어라고 합니다.

 현재는 공군 10전투비행단 201대대가 ‘인솔매’라는 애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솔매는 인화단결하고 솔선수범하는 보라매라는 의미의 약자라고 합니다. 19전투비행단 155대대는 ‘무쏘’, 159대대는 ‘불사조’라는 애칭을 쓰고 있습니다. 162대대는 ‘그리핀’ 부대로도 불립니다.

 한편 해군도 함대 이외에는 애칭을 사용하는 부대가 많지 않습니다. 1·2·3함대가 각각 ‘선봉함대’와 ‘필승함대’ ‘상승함대’의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상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청해부대’ 역시 ‘소말리아 해역 소송전대’의 애칭입니다. 이 명칭은 부대 창설 당시 공모를 통해 선정한 것인데 통일신라시대 장보고가 설치해 해적 퇴치에 많은 기여를 했던 군사거점 ‘청해진’의 역할을 기대하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사진 < 정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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