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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병영칼럼] 다양화 시대의 군

입력 2015. 05. 0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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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싸고 맛도 좋은 민간 아웃도어형 식품이 국군 장병들의 전투식량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육군에서는 지난달 말 민간 아웃도어형 식품 도입을 포함한 ‘전투식량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논의된 가장 큰 변화는 군 당국이 2017년부터 전투식량의 메뉴를 11종에서 36종으로 크게 늘리면서 다양화하겠다는 대목이다. 피자는 물론 채식주의자나 무슬림을 위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미군의 MRE(Meals Ready to Eat) 전투식량 메뉴 못지않게 장병들의 입맛을 폭넓게 만족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요즘 희소성과 독창성을 찾는 신세대 병사들의 트렌드와도 부합한다고 하겠다.

 인간이란 ‘먹는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전투식량의 품질에 대해서도 사실 말들이 많았다. 맛뿐만이 아니다. 수년 전 국감에서는 바로 음식을 데워 먹는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에 부착된 발열체에서 연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양이 워낙 많아 적에게 아군의 위치를 오히려 노출한다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수증기를 없애기 위해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에 달린 발열체를 가벼운 분리형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흔히들 전투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드는 대표적 사례 두 가지가 있다. 몽골군과 나폴레옹군의 전투식량이다. 과거 전쟁에서는 병사들의 식량보급 문제 때문에 군대의 이동속도가 매우 느렸다. 병력의 이동속도가 전쟁의 승리를 좌우하는 셈이었다.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 기동대가 유럽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말을 타면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던 데 힘입은 바 크다. 몽골군의 전투식량은 육포였다. 몽골 전사는 달리는 말 위에서 육포를 씹으면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보니 당연히 진격속도가 빨랐다. 기동부대의 특징인 전격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도 편리한 병조림으로 식량을 보급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런 프랑스군도 병조림보다 훨씬 가볍고 깨지지 않는 통조림으로 식량을 보급한 영국군에 패배했다.

 그러나 이제는 편의성 못지않게 맛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민간에서는 이미 메뉴마다 새로운 재료와 맛을 가미한, 전에 못 보던 식당이 등장했다. 전문화된 다품종 소량 공급 음식점이라고 하겠다. 전투식량의 다양화도 넓게 보면 다품종 소량 공급으로 볼 수 있다. 민간에서는 일찌감치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상품을 맞춰주고 있다. 항상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생산자는 이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체제다. 게다가 과거에는 개개인의 정보나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제작이 수월해지고 있다. 장병들의 세부적인 기호에 맞춰주는 주문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면 장병들이 식단을 제각각 만들어 주문하고 군에서는 이에 맞춰 배급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군대에서도 병사들의 전투식량 편식 문제가 불거지지나 않을까 하는 한가한 고민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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