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김철환기자의 군복의 품격

계절별 운동복에 초도보급품 51종 장병들 “氣 살아”

김철환

입력 2015. 04.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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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육군 활동복과 초도보급품 


육군 병사 피복의 양대 산맥이라고 하면 ‘전투복’과 ‘운동복’을 꼽을 수 있다. ‘활동복’으로 익히 알려진 이 운동복의 명칭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 육군복제규정 중에는 ‘운동복’과 ‘체육복’이라는 단어가 혼용되고 있지만 ‘활동복’이라는 명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육군훈련소의 초도지급품목 리스트에도 ‘운동복’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므로 본지에서는 ‘운동복’이라는 표현을 쓰고자 한다.

 


 

 


 

 


 

   “성능은 사제보다 뒤처지지 않는데, 디자인은 좀 더 멋있었으면 좋겠다.”
 체육학부 출신으로 사회에서 다양한 운동복을 접해봤다는 김동건 훈련병은 육군 동계 운동복에 대해 이와 같이 평했다. 김 훈련병은 또 “활동할 때 신축성도 큰 문제가 없고, 보온성 측면에서도 적절한 느낌”이라고 말한 뒤 “요즘 젊은이들은 옷을 입을 때 ‘핏(Fit)이 산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육군 운동복은 아무리 사이즈를 잘 맞아도 핏이 제대로 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재 운동복 2007년부터 보급 시작

   육군훈련소에서는 입소 장병들의 일과시간 외 일상생활 편의를 위해 동계 1벌과 하계 2벌, 봄·가을용 1벌 등 총 4벌의 운동복과 운동화·축구화를 각각 한 켤레씩 지급한다. 동계 운동복은 병영문화 혁신 차원에서 1벌 더 보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육군에서 사용하는 회색 스타일의 운동복은 2007년에 보급이 시작됐다. 당시 육군은 주황색 단일 색상에 디자인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 사이에 군 보급품 중 가장 만족도가 낮은 품목으로 꼽혔던 운동복에 대한 개선 작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디자인은 국내 유명 의류업체가 맡았으며, 2개월 동안 야전부대 장병들에게 견본품을 시험 보급한 후 설문으로 만족도를 평가했고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에도 출품해 일반인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등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지금의 디자인 토대를 확립했다.

 특히 하복과 춘추복은 에어로 실버(Aero Silver)라는 신소재를 써서 땀을 잘 흡수하면서도 통풍·건조가 잘된다. 또 기존의 뻣뻣한 재질의 얼룩무늬 반바지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재질의 바지로 바꿔 병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동복은 코팅처리로 생활방수 기능을 높였고 기모 안감을 부착해 보온성도 높인 것이 특징.

 이후 보급과정에서 장병들의 의견과 개선 소요를 계속 받아들여 몇몇 부분에 대한 개량이 이뤄지기도 했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동계 운동복 상의. 보급 초기에는 동계 운동복 상의가 신축성이 없는 ‘바람막이’ 스타일의 디자인과 재질이었으나, 현재는 일반적인 트레이닝복과 같이 신축성을 갖췄다. 등에 새겨진 문구도 자부심과 믿음을 심어주는 ‘Pride & Trust’에서 대한민국 육군을 대표하는 ‘ROK ARMY’로 변경했다.

 

 주황→남색→주황→회색 변천사

   이에 따라 현행 동계 운동복은 회색 바탕에 팔과 다리 옆쪽으로 검은색을 두른 녹색 선이 흐르고 있으며, 어깨와 가슴을 구분하는 선과 가운데 지퍼 주변에 녹색 선을 넣어 디자인을 살렸다. 상의 디자인은 촌스럽다는 평을 받던 구형 운동복의 허리 부분 고무밴드를 삭제하고 일자로 미끈하게 떨어지게 한 것도 눈에 띈다. 오른쪽 가슴에는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포제 마크가 부착돼 있다. 운동복에는 이 외의 부착물이 없는데 이는 ‘운동복에 부대표지와 병과표지를 표기해서는 아니 된다’는 복제규정에 따른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신세대 취향에 맞춰 최신 운동복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고 기능성 신소재를 적용하는 등 디자인과 기능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선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육군 운동복의 역사는 2000년대 이전까지 사용하던 원조 주황색 운동복부터 시작된다. 이 운동복은 상하의 모두 강렬한 오렌지색에 목깃과 손목·허리의 밴드 부분에 짙은 남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적 디자인.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짙은 남색에 흰색과 붉은색이 가슴에 V자를 그리던 디자인을 거쳐 2003년께 다시 주황색으로 회귀한다. 돌아온 주황색 운동복은 구형 주황색보다 부드러운 재질로 개선된 바 있다. 그리고 현재의 회색 운동복이 정착된 것.

 

   초도보급품 51종, 가격 약 80만 원

    운동복을 포함해 육군훈련소에서 지급하는 초도보급품은 총 51종으로, 11월부터 4월까지로 지정된 동계에는 78점의 보급품, 5월부터 10월까지인 하계에는 83점의 보급품이 훈련병에게 주어진다. 훈련병 1인을 위한 초도보급품의 가격은 약 80만 원에 이른다. 기능성 전투화와 방상외피 같은 주요 품목의 경우 대량 구매로 가격을 낮췄음에도 각각 7만5000원과 6만 원으로, 군 외부의 싸구려라는 인식은 오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육군훈련소 보급통제장교 최용진 대위는 “초도보급품 가격은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금씩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육군훈련소의 초도보급품은 병사의 의식주 가운데 ‘의’ 부분을 대부분 포함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 품목으로 군 생활 끝까지 쓰는 것이 아니라 상병 진급 후 한 차례 보충 보급이 이뤄지므로 생활에 부족함이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복이 초도보급의 중심이므로 육군훈련소에서는 잘 맞는 옷을 지급하기 위해 ‘사이즈’를 세분화했다. 전투복은 키와 가슴둘레, 허리 사이즈 등을 고려해 45개 사이즈로 구분하고 있으며, 기능성 전투화도 발 길이는 물론 볼 사이즈까지 42개 치수를 갖췄다. 이 밖에 활동화와 슬리퍼, 축구화, 운동복은 각각 13개, 6개, 15개, 8개의 치수로 구분된다. 또 이렇게 세밀한 사이즈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특이 체형의 경우 맞춤 피복을 제작해 보급한다.

 더불어 최 대위는 아들이 군에서 부족한 생활을 할까 봐 부모님들이 여러 가지 물품을 구매해서 입대시키는 것과 관련해 “대표적으로 고무링부터 깔창·수첩·필기구 세트·장갑·귀마개·목토시 등을 사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모두 초도보급품목에 포함돼 있으며, 특히 신형 전투복은 발목에 고무링이 고정돼 있어 사와도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 서미영(소령) 보급대장은 “국가에서도 병사들에게 민간 제품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우수한 보급품을 주려고 큰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신세대 장병들의 원하는 바가 향후 우리 군의 보급품 개선에 반영될 수 있게 여론조사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육군 운동복이 입고 싶다면?

   육군에 입대하면 누구나 입을 수 있다. 과거 운동복 디자인의 잦은 교체기에는 구형 주황색 운동복을 선임에게 물려받아 병장 등이 됐을 때 그 위엄을 뽐내는 일도 가능했으나, 현재는 구형 운동복들이 대부분 도태돼 구형을 입어볼 기회는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사진 < 정의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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