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영선기자의 밀착병영

[밀착병영]⑪ 공군도 베레모를 쓰는 부대가 있다?

이영선

입력 2015. 03. 26   20:15
업데이트 2023. 08. 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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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여름철 행군 때는 정글모

공군 항공구조사·CCT는 베레모

해군 특수전전단 팔각모 전통

육군 유격조교는 빨간 팔각모

 

군을 전역한 많은 예비역들의 추억 중 하나가 ‘전투모 각잡기’일 것입니다. 아무리 멋진 훈남이라도 이등병 계급장과 일자형 챙의 전투모만 쓰면 ‘각’이 나오지 않아 순진한 시골청년을 연상시키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병사들은 전투모의 일자형 챙을 양손으로 휘게 만들어 착용하곤 했습니다. 휴가라도 가는 날이면 날선 군복과 구부러진 전투모 챙으로 있는 멋을 다 부리며 부대정문을 나서곤 했었죠. 하지만 현재 병사들에게 이러한 추억은 옛 히트곡인 ‘기억의 습작’과 같습니다. 군 병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육군이 2011년부터 전투모로 ‘베레모’ 착용을 결정하며 기존 차양형 전투모가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비니를 착용한 육군특전사 천마부대 장병들이 올해 초 강원 황병산일대에서 설한지 극복훈련을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비니를 착용한 육군특전사 천마부대 장병들이 올해 초 강원 황병산일대에서 설한지 극복훈련을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 육군 전투모로 베레모 착용

 육군에겐 이젠 차양형 전투모가 없습니다. 전시나 훈련이 아닌 상황에선 전 장병이 베레모를 착용합니다. 예전 특전장병들이 사용하던 베레모가 육군 전 장병으로 확대된 것이죠. 베레모는 강인한 이미지와 넓은 시야 확보, 행동과 휴대의 편리함으로 장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 베레모의 원조인 특전장병들은 어떻게 육군의 베레모와 차별화하고 있을까요? 특전사는 베레모 정면에 모장(병사)과 휘장(간부)을 부착해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휘장은 6주간의 특수전교육을 수료한 간부들만 부착할 수 있습니다. 휘장 하나만으로 ‘특수전교육 수료’라는 상징성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런데 육군의 상징과 같은 베레모를 쓰는 부대가 공군에도 있습니다. 바로 6탐색구조비행전대의 항공구조사들입니다. 이들은 육군과 달리 자주색의 베레모를 착용합니다. 공군에 의하면 이들 베레모의 자주색은 조난 조종사를 비롯해 각종 재해 재난시 인명구조, 응급환자 공수 등 주로 사람의 생명구조와 관련된 임무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자주색이 곧 혈액이라는 의미인 것이죠. 이는 자신이 피를 흘리는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인명구조의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구조사들의 다짐을 나타냅니다. 항공구조사 이외에 고립지역에서 인원 및 물자를 제공받아 제2, 제3의 작전을 수행케 하는 공정통제사(CCT) 대원들도 베레모를 착용합니다.

 특수부대의 모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육군특전사가 사용하는 특징적인 것으로 ‘하계 전투모’와 ‘비니’가 있습니다. 하계전투모는 부대원들이 일명 ‘정글모’라 칭하는 모자로 디지털무늬의 둥그런 챙이 있는 모자입니다. 하계전투모는 주로 여름철 행군이나 전술훈련을 할 때 착용합니다. 비니는 빵모자와 같은 형태의 겨울철에 사용하는 모자로 탁월한 보온성을 가져 겨울철 특전장병들의 마스코트가 됐습니다.

   ● 해군은 수병정모(빵모) 공군은 근무모(게리슨모)

 육군에서 사라진 차양형 전투모는 공군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전투복을 착용하는 비행단과 같은 공군 부대의 병사들입니다. 해군 장병들이 쓰는 검정색의 근무모(체육모)가 차양형 전투모와 동일한 형태이긴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차양형 전투모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하겠습니다. (팔각모 형태의 전투모를 착용하는 해병대는 예외로 하겠습니다.) 이 근무모는 수병들이 근무복을 입을 경우 착용합니다. 정복을 입을 때는 수병정모를 착용하게 되죠. 수병정모는 바로 뽀빠이가 쓰던 형태의 모자로 ‘빵모’라는 애칭으로 불리곤 합니다.

 이렇듯 차양형 전투모는 공군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부대 밖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차양형 전투모를 착용하지 않는 육군과 해군은 당연하거니와 공군 역시 휴가 장병들은 차양형 전투모 대신 ‘게리슨모’ 형태의 근무모를 착용하기 때문입니다. 게리슨모는 챙이 없고 테두리를 크게 접어쓰는 모자입니다. 게리슨모는 악천후 속에서도 귀와 후두부를 따듯하게 지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해병대 상징 팔각모

 해병대는 전투복 착용 시 해병의 상징인 ‘팔각모’를 착용합니다. 하지만 정복을 입을 경우에는 사병 정모를 쓰죠. 팔각모의 팔각은 화랑도의 세속오계와 3금(禁)을 상징합니다. 세속오계는 모두가 잘 알 듯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을 말합니다. 3금은 ‘욕심을 금하고(禁慾) 허식을 삼가며(愼虛飾) 유흥을 삼가하는 것(愼遊興)’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해병대만이 팔각모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원들도 팔각모를 씁니다. 해군특수전전단의 팔각모는 초기 UDT대원들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는던 중 미 해군들이 육상에서 쓰던 팔각 작업모를 도입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군특수전전단의 팔각모는 해병대의 팔각모가 지니고 있는 세속오계와 3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육군에도 팔각모가 있습니다. 바로 유격조교들이 쓰는 빨간모자입니다. 육군을 다녀오신 분들에겐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죠. 극한의 훈련장에서 빨간색이 주는 무게와 위압감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 빨간색의 조교모는 육군본부의 기본조달품목이 아니고 각 부대가 자체구매한다고 합니다. 유격 조교모가 빨간색으로 정해진 이유는 결국 확인할 수 없었는데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우리 군의 모자에 관한 이야기인 듯합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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