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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기 전에 인간이다…‘포로에 대한 예의’

기사입력 2014. 12. 18   18:06

(10)포로 대우 일반 원칙 <끝>

생포한 적 전투원은 전장에서 격리하고 종전 후 본국 송환

공습 예상 지역에 인간방패 활용 금지협박·모욕도 안 돼

포로수용소는 전투 영향 없는 육지에 위생시설 갖춰 지어야

 

 

 


 


 

 포로에 대한 인도적 대우

 제2차 세계대전 중 필리핀 바탄반도에서 일본군에게 생포된 미국-필리핀 연합군 장병은 7만이 넘었다. 일본군은 이들을 130㎞ 떨어진 포로수용소까지 이동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도보로 행군한 거리가 약 100㎞에 달했다. 이들은 물과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구타에 시달리며 폭염 속에 행군을 해야 했고 낙오하면 총검으로 살해당했다. 행군 과정에서 2만여 명이 사망하고 5만4000여 명만 포로수용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종전 후 필리핀 침공 작전을 지휘한 일본군 사령관 혼마 마사하루 중장은 전범재판에서 이 포로 학대 사건에 대한 책임이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됐다.

 전쟁법상 전투원은 적군을 살상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면책이 된다. 아군에 대한 살상 행위를 하다 생포된 적 전투원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풀어주면 다시 아군에게 적대행위를 할 것이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전장에서 격리시켰다가 종전 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 이처럼 생포 후 적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전쟁터에서 격리시킨 적 전투원을 전쟁포로라고 하는데 이들은 부상자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아군에게 적대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전쟁법은 전쟁포로들에 대해서 인도적인 대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체와 명예에 대한 존중

 인도적 대우의 기본적 의미는 포로들의 신체와 명예를 존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 전투원을 생포한 경우에는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해서는 안 되고 신속하게 전투지역에서 격리시킨 후 안전한 지역으로 후송해야 한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계 민병대가 나토군의 공습을 저지하기 위해 탄약저장고에 유엔평화유지군 병사를 묶어 놓은 사례처럼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포로를 공격 예상 지점에 배치해 인간방패로 활용하는 것도 전쟁법상 금지된다. 포로의 후송은 항상 인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후송되고 있는 포로에게는 충분한 식량과 식수가 제공돼야 한다.

 전쟁포로는 신체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협박, 모욕이나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 걸프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다국적군 조종사들이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을 침략이라고 비난하면서 전쟁 중지를 호소하는 인터뷰 장면이 TV로 방영되기도 했는데 이렇게 포로를 협박하여 방송에 강제로 출연시키거나, 포로를 조롱거리로 삼는 행위들은 전쟁법에 위반된다.

 


 포로 수용의 원칙들

 억류국은 전쟁포로에 대해서 심문을 하는데 포로는 심문을 받을 때 성명·계급·군번·출생년월일을 진술해야 한다. 억류국은 포로가 진술한 사항을 기재한 신분증명서를 포로에게 발급해야 한다. 포로에 관한 정보는 교전당사국 사이에 교환돼 해당 군인의 생사확인에 활용되고 종전 후 포로송환 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위에서 언급한 포로가 진술해야 할 사항 이외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억류국은 고문이나 기타 불이익한 대우를 하는 방법으로 포로의 답변을 강제할 수 없다.

 포로들을 수용하는 포로수용소는 전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설치돼야 하고 반드시 육지에 설치된 위생시설을 갖춘 시설물이어야 한다.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포로들은 외부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억류국은 포로들이 외부와 주고받는 편지나 물품에 대해서는 검열이나 검사를 할 수 있다.

 억류국은 포로에게 일정한 작업을 부과해 포로의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에 해롭거나 위험한 성질의 작업을 강제로 부과할 수 없고 포로의 본국 및 소속 군대에 불리한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되는 군사적 성질이나 목적을 띠는 작업을 강제할 수 없다. 포로에게 강제할 수 있는 작업의 경우에도 장교인 포로에게는 노동을 강요할 수 없고, 부사관인 포로의 경우 작업의 감독업무만을 강제할 수 있다.

 전쟁이 종료되면 지체없이 전쟁포로를 석방해서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고 전쟁 중이라도 포로가 중상을 입었거나 중환자인 경우에는 여행에 적합한 정도까지 치료를 한 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

 

 연재를 마치며

 10회의 연재를 거치면서 설명한 전쟁법의 핵심 내용은 전쟁법이 보호하는 사람과 물자에 대한 공격을 삼가고 보호하는 것이다. 전쟁법은 이러한 보호 대상들을 나타내는 표시를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표시들을 보호표장 또는 식별표장이라고 한다. 전쟁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표시를 평소에 잘 익혀두었다가 이들 표장을 부착한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서는 공격을 삼가야 하고,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 아군의 인원이나 물건에 적절한 보호표장 또는 식별표장을 부착시켜야 한다.

 혹자는 신라 화랑들의 신조였던 세속오계 중 제5계인 살생유택이 전쟁법의 기본정신인 인도주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러한 인도주의적 전통이 오늘날 우리 국군의 건군이념에도 면면히 계승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참혹한 형태의 재앙인 전쟁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군대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전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이 국군의 지상목표라고 하더라도 국군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병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바로 전쟁법인 것이다. 여러분은 전쟁법을 준수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군의 일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상혁 법무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규제개혁법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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