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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에 갇힌 공손연, 가을장마 예측한사마의에게 굴욕

입력 2014. 12. 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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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공손연의 반란과 장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된 강아지가 범이 무섭다는 걸 모른다는 뜻이다. 이 속담을 ‘겁이 없다’라는 의미로 많이 알고 있다. 정확히는 ‘안하무인’ 즉,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다. 요동의 공손연이 그랬다. 변방의 왕으로 지내다 보니 위나라의 강대함이 보이지 않았다. 하룻강아지인 그는 238년 스스로 연왕이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공손연은 요동의 제후 공손강의 아들이다. 공손강은 207년 원소의 아들 원상이 요동으로 도망쳐 왔을 때 원상을 죽여 조조에게 목을 바쳤다. 조조는 공손강을 양평후에 봉했다. 228년 요동을 통치하게 된 공손연은 싸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위나라 황제 조예는 그를 양렬장군 요동태수로 봉했다. 그 후 다시 대사마 낙랑공에 봉한다. 그러나 공손연의 야심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힘을 길러 15만 군사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황제 조예가 사마의에게 대책을 묻는다.

 “신의 휘하에 있는 기병과 보병 4만 명으로 요동을 정벌하겠습니다.”

 “요동은 먼 데다 적은 15만의 강병이오. 그런데 그렇게 적은 군사로 이길 수가 있겠소?”

 “전투의 승패는 군사의 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수의 용병에 달린 것입니다. 병력이 많으면 군량을 수송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하늘을 보니 머잖아 큰비가 오랫동안 내릴 것입니다. 비가 내리면 군량 수송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숫자는 작으나 제가 기른 병력은 일당백의 강군입니다. 여기에 신의 계략을 더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사마의는 호준을 선봉으로 삼아 요동으로 출정한다. 공손연의 장수인 비연과 양조가 8만 대군으로 요동에 진을 쳤다. 이들은 주위 20여 리에 참호를 파고 견고한 진영을 세웠다. 사마의는 적들의 본거지인 양평성은 병력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군사를 이끌고 양평성으로 진격한다. 사마의의 진군 소식을 들은 요동군은 급히 양평성으로 회군한다. 사마의는 하후패와 하후위에게 명한다.

 “각기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아가 요수 가에 매복하라. 요동의 군사가 나타나는 즉시 양쪽에서 일제히 공격하라.”

 사마의의 말대로 얼마 후 비연과 양조가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난다. 포 소리를 신호로 왼쪽에서는 하후패, 오른쪽에서는 하후위가 일제히 협공한다. 비연과 양조는 공손연의 군사와 합세해 위군에 대항한다. 그러나 이들은 위나라 장수들의 적수가 아니었다. 비연이 하후패에게 몇 합 만에 목이 달아나자 요동군은 혼란에 빠진다. 공손연은 군사를 이끌고 양평성에 들어가 움직이지 않는다.

 때는 가을이다. 그런데 웬 비가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내렸다. 평지에도 물이 석 자나 고일 정도이니 군량 수송도 어려웠다. 사마의가 예측한 대로였다. 양평성 밖에 주둔하는 위군들이나 양평성 안에 있는 요동군이나 물에 퐁당 빠진 생쥐 꼴이다. 양평성을 공격하자는 부하장수의 말에 사마의는 말한다.

 “지금 적의 숫자는 많고 군량은 적다. 우리는 군사 수는 적고 식량이 많다. 적은 배고프나 우리는 배부르다. 무엇 때문에 비가 오는데 애써 공격하는가? 가만히 있어도 적들은 견디다 못해 달아날 것이다. 그때를 기다려 공격하면 승리할 것이다. 내가 양평성의 백성들이 문을 열고 나와 소와 말을 놓아먹이게 한 것도 숨은 뜻이 있다. 저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한 가닥 길을 열어준 것이다.”

 어느 날이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모습을 보인다. 하늘을 관측하던 사마의는 커다란 별이 꼬리를 끌며 양평 동남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닷새 후엔 양평 동남쪽 별이 떨어진 곳에서 공손연의 목을 베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내일부터 공성전을 벌인다.”

 다음날부터 위나라는 양평성 공격에 들어갔다. 토산을 쌓고 땅굴을 파고, 운제(높은 사닥다리)를 세우는 등 밤낮없이 공격을 퍼붓는다. 성 안에 갇혀 있던 공손연의 군사들은 식량이 떨어져 말을 잡아먹으며 버티고 있었다. 성 안의 민심도 공손연에게 싸늘하게 변했다. 반란의 조짐마저 보였다. 공손연은 항복하겠다고 했으나 사마의는 항복을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공손연의 요동은 사마의에게 정벌당한다. 날씨를 이용해 적은 병력으로 승리한 사마의의 책략이 돋보이는 전투였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TIP] “항복할 수도 없으면 마땅히 죽어야 한다”

 가을 장맛비에 성안에 갇혀 있던 공손연의 상태는 절망적이 된다. 말을 잡아먹으면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공공연히 반란의 조짐마저 나타났다. 공손연은 항복하기로 하고 사자를 보냈지만 사마의는 무례하다며 사자의 목을 베어 버렸다. 공손연은 사마의에게 다시 세자를 인질로 보내겠다고 제의한다.

 공손연의 말에 사마의가 꾸짖으며 한 말이다.

 “군사의 요체는 다섯 가지가 있다. 능히 싸울 만하면 맞서 싸우고, 능히 싸울 수 없으면 지키고, 지킬 수 없으면 도망쳐야 하고, 도망칠 수도 없으면 항복해야 하며, 항복할 수도 없으면 마땅히 죽어야 한다. 자식을 인질로 보낸다는 것은 이 중 어느 쪽이냐?”

 공손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비참한 굴욕을 당한 하룻강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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