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챔프, 클라우제비츠에게 길을 묻다

적절한 견제로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라

입력 2014. 11. 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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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삼보와 견제


 ‘무기를 사용치 않는 자기방어’

러시아 종합 격투기 삼보처럼

적의 전쟁지속 감소시켜 승리

 

 


 

 지난해 11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늦은 적이 있었다. 이때 삼보가 널리 알려졌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아시아 여러 나라 전통 스포츠가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 침공을 견제와 전쟁지속 능력 감소로 방어에 성공했다.



● 견제와 침략, 승리 정점은

 제7편 공격의 나머지 부분은 견제와 침략, 승리 정점 등이다. 15장 결전을 치르는 전쟁터에 대한 공격은 적 배후에 대한 공격, 16장 결전을 치르지 않는 전쟁터에 대한 공격은 병참선 차단으로 작전지속 능력을 저하시키는 방법을 서술했다. 20장 견제는 양동작전으로 적 전투력 분산을, 21장 침략은 공격 목표를 영토의 부분적 점령이나 요충지 점령 등으로 짧게 언급했다.

 21장 다음의 승리 정점에 관해서는 4장 공격력 감소와 5장 공격 정점과 함께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이 관점에 대해 저술할 무렵 전쟁 목표는 평화협상에서 상대적 우위를 달성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군사적 상황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적 군사력 파괴나 적 영토 점령은 전쟁 목적이 아니라, 전쟁 종결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한 수단이었다. 승리 정점 앞부분은 공격 간 병력 증감과 전투력 감소 원인, 끝 부분은 적 상황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을 서술했다.

 클라우제비츠는 ‘적 전쟁지속 능력이 고갈되고 병참선이 차단되면 적 전투력 저하와 마비가 어느 정도 저하되는지 추정해야 한다. 적이 공격을 받고 심리적 충격을 받았는지, 전투력을 복원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하며,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주시해야 한다. 일시적 성과에 만족해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삼보에서도 적절한 견제를 통해 상대 공격을 예방해야 한다.

 

 ● 삼보는 러시아 종합격투기

 삼보(Sambo)는 러시아 국기(國技)인 전투 스포츠로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기 방어’라는 뜻이다. 체계적인 경기로 만든 사람은 1917년 하를람피에프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고유한 여러 개 민족 격기에 메치기·굳히기·관절꺾기 등 다양한 기술을 종합했다. 삼보는 유도복과 비슷한 윗도리와 짧고 타이트한 팬츠 차림으로 한다. 복싱·태권도·유도·레슬링 등과 공통된 기술이 많은데 서서 하는 기술(立技)이 대부분이고, 눕거나 관절 기술은 서서 할 수 없으며 한 판 승부다.

 스포츠 삼보는 호신술과 체력단련에 중점을 두고 있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이 종목은 유도·레슬링·합기도의 모든 기술인 굳히기·메치기 등 공격과 방어 행위를 허용한다. 개인전은 체급별, 단체전은 씨름과 유사하게 두 팀이 대항전 형식을 취한다.

 격투(combat) 삼보는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착용하며 최근 유행하는 이종격투기와 비슷하다. 타격기술·혼합기술·머리 뒷부분을 제외한 무릎공격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옛 소련 특수부대였던 스페츠나츠 격투 교과 과정 중 하나였다. 푸틴 대통령은 대학 시절 삼보대학생선수권에서 우승했고, 태권도와 유도·가라테 명예단증을 갖고 있다. 삼보 후 한 잔 보드카는 어느새 서로를 가깝게 만든다.

 

 ● 보드카와 제2차 세계대전

 피비린내로 얼룩진 스탈린그라드 전투. 참혹한 전장에서 죽음으로 내딛는 러시아군은 보드카에 의존했다. 알코올 도수 40도에 ‘무색·무미·무취’의 특징으로 널리 알려진 보드카.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러시아를 떠올리게 된다.

 러시아 국민주로 자리 잡은 보드카는 역사의 변화와 더불어 부침(浮沈)을 거듭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금주 정책이 펼쳐지자 보드카는 지하로 숨어들었다. 정권을 장악한 스탈린은 술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드카 증산을 명령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보드카는 군 보급품으로 지급됐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패인을 분석했으나, 130년 후 히틀러는 같은 과오(過誤)를 저질렀다. 스탈린과 히틀러 두 거인이 펼친 시합장은 ‘동지, 시민, 형제자매 그리고 전사들’ 함성 속에 200만 명의 전사상자를 낸 살육전이었다. 무리했던 히틀러 도박은 공상 속으로 빠져들었고 파멸을 맞이해야 했다. 한 사람 광기(狂氣)는 천만 명 목숨을 앗아갈 수 있고, 다른 한 사람 총기(聰氣)는 백만 명을 승리 정점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보드카 한 모금에 담긴 교훈이다.

<오홍국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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