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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행위 없는 부상자, 적군이라도 치료해야

입력 2014. 10. 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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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전쟁법이 보호하는 사람들 


항공기 추락으로 탈출하는 자에 항복할 기회 주고
적대행위를 하거나 명백히 예견되면 곧바로 공격 가능
무기 버리거나 방어수단 없이 항복한 자 살상 금지

 

 

 적 전투원과 군사목표는 언제든지 아군을 공격해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적 전투원과 군사목표가 아군을 공격할 능력이 없거나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공격이 가능한 것일까?

 격투기 종목을 관람하다 보면 TKO(Technical Knockout)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TKO는 한쪽 선수가 경기를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을 당했을 때 주심이 시합을 중단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것을 말한다. 불행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심판이 싸움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전쟁법에도 이와 유사한 원칙이 있다. 전쟁법의 기본정신이 인도주의에 입각해 있다는 것과 전쟁법의 기본원칙 중 군사적 필요성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전투원과 군사목표에 대한 공격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공격이 비인도적이고 군사적으로도 그렇게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때는 그러한 공격은 금지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다음의 경우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부상자와 병자

 부상자와 병자는 외상이나 질병 등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말하는데, 임신한 여성도 부상자와 병자에 준하여 취급된다. 전투원이라고 하더라도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거나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이러한 사람들은 더 이상 아군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해서도 공격하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쟁법은 부상자나 병자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부상자 또는 병자가 전쟁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도주를 시도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부상자 또는 병자가 아군에 대해 적대행위를 한다거나 도망을 가려고 할 때는 여전히 공격의 대상이 된다.

 적대행위와 도주를 포기한 부상자 또는 병자는 적군이라고 하더라도 아군인 부상자 또는 병자와 동일하게 치료해 줘야 한다. 치료의 순서도 아군을 먼저 치료한 후에 적군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인 관점에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사람부터 치료해 줘야 한다. 따라서 적군이라고 할지라도 부상이나 질병이 심해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염려가 있을 때는 부상이나 질병의 정도가 경미한 아군보다 먼저 치료해 줘야 한다.

 


 


 난선자와 강하자

 난선자는 타고 있던 선박이 침몰하거나 항공기가 추락하는 등의 이유로 바다나 기타 수면에서 표류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물에 빠진 난선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에 급급해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무방비 상태에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공격은 금지되고 있다. 난선자가 전쟁법에 따라 보호받기 위해서는 적대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침몰된 상륙정에 타고 있던 해병대원들이 헤엄을 쳐서 상륙거점으로 다가가고 있는 경우에는 해변에 도착해 아군에 적대행위를 할 것이 예상되므로 공격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강하자는 추락이나 기체 이상 등의 이유로 항공기로부터 탈출해 낙하산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사람을 말한다. 전쟁법은 난선자와 같은 이유로 강하자가 낙하산을 타고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에는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착지를 하고 난 이후에도 이들이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한 곧바로 공격해서는 안 되고 항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따라서 추락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탈출해 낙하산을 타고 공중에 떠 있는 동안 공격을 해서는 안 되고 지상에 착지한 후에도 곧바로 공격하는 것은 금지되며 항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하지만 탈출한 조종사가 적대행위를 하거나 적대행위를 할 것이 명백하게 예견되는 경우에는 곧바로 공격이 가능하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추락하는 항공기로부터 탈출한 것이 아니라 공수부대원인 경우에는 낙하산을 타고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 공수부대원은 낙하산을 이용, 공중에서 지상으로 침투해 적대행위를 하는 적 전투원이기 때문이다.

 

 투항자

 무기를 버리거나 방어수단이 없어서 항복한 자를 살상하는 것은 금지된다. 항복을 한 전투원은 싸울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적대행위 의사를 명백히 포기한 사람들로 더 이상 아군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군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싸울 능력을 상실한 부상자나 환자와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전쟁법은 투항자를 부상자나 환자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고 적군을 살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항복해도 몰살시키겠다고 선언하거나 위협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hors de combat

 부상자·병자·투항자들은 적 전투원임에도 불구하고 적대행위를 할 능력이 없거나 적대행위의 의사를 명백히 포기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hors de combat’라고 부른다. ‘outside the fight’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로 더 이상 적대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전쟁법상 용어다. 전투원이기는 하지만 전투에서 배제돼 물러나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난선자나 강하자도 당시 처해 있는 상황으로 인해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상실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 반하고 군사적으로도 불필요하기 때문에 전쟁법은 이들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혁 법무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규제개혁법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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