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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 현충시설] 그 자리에 없어선 안 될 사람

김용호

입력 2014. 09.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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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강재구 소령 동상 /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 197 (서울고 교정)


폭발하는 수류탄을 온 몸으로 덮어 부하들 생명 구하고 장렬히 산화 살신성인 군인정신의 표상

 


 

 영화 람보, 디어 헌터,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베트남전쟁 관련 영화가 있다. 바로 ‘소령 강재구’다. 이 영화는 베트남전 파병을 앞둔 1965년 10월 4일 훈련 중 한 병사의 실수로 폭발하는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수많은 부하들의 생명을 구하고 28세의 나이에 장렬히 산화한 강재구 소령 이야기를 담았다.

 강 소령이 산화한 이듬해인 1966년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최고 배우 신성일ㆍ고은아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고, 한동안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산화한 지 반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 강재구 소령 동상(흉상·사진)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그가 부하를 구하고 산화한 홍천의 강재구공원과 그의 모교인 인천 창영초등학교, 서울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 전쟁기념관 등에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고등학교 교정의 강재구 소령 동상(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 12-2-02호)은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가깝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곳의 도로명인 효령로는 효령대군의 묘와 사당(祠堂)인 청권사(淸權祠)가 인근에 있는 데서 유래했다.

 강재구 소령 동상은 학교 후문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고즈넉한 오솔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100m쯤 걸어가면 학교 역사관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

 역사관 앞에는 소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도열해 있어 나무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다. 주변에는 나라 꽃 무궁화가 만발해 있다. 동상 앞에 학교 마크와 ‘그 자리에 없어선 안 될 사람’이라는 비석을 세워 놓고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이 동상은 1986년 개교 30주년을 맞아 서울고 8회 졸업생들이 성금을 모아 제작했다. 좌대 높이 1m, 흉상 0.5m, 부지 50㎡의 아담한 공원을 조성했다.

 1960년 3월 육군사관학교 16기로 임관한 강 소령은 1965년 베트남에 파병된 수도사단(맹호부대) 제1연대 3대대 10중대장으로 부임했다. 베트남 파병을 앞둔 같은 해 10월 강재구 소령은 수류탄 투척훈련을 하던 중대원이 실수로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놓치자 이를 몸으로 덮쳐 수많은 부하의 생명을 구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고인의 살신성인으로 부하 5명만 경미한 부상을 당했고 나머지 부하들은 모두 무사했다.

 강재구 소령이 소속돼 있던 수도사단 1연대 3대대는 그후 ‘재구대대’로 명명됐으며 육군은 그의 군인정신과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1966년 ‘재구상(賞)’을 제정, 매년 모범중대장을 선발해 시상하고 있다. 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계급 특진과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서울고 도덕담당 송두록(58) 교사는 “신입생들 대상으로 첫 수업시간에 교정을 한바퀴 돌며 강재구 소령 동상 앞에서 묵념을 드리게 한다”면서 “특히 교정에 나라 꽃 무궁화를 많이 심어 학생들의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제공:서울지방보훈청>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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