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날씨로 읽는 삼국지

끝없이 펼쳐진 신천지일까 환상의 한 수 밑도 끝도 없는 신기루일까

입력 2014. 07. 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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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제갈공명의 둔갑술 비밀은


 제갈공명 탄 사륜거 쫓고 쫓아도 거리 안 좁혀져

공기 기온 차 크고 대기층 빛 굴절땐 신기루 생성

 


    231년 건흥 9년 봄 제갈공명은 위나라 정벌에 나선다. 공명의 5차 기산 진출이다. 위나라 황제 조예는 사마의를 불러 촉군을 막으라고 명령한다. 사마의는 장합을 선봉으로 삼아 대군을 이끌고 기산을 향해 전진한다. 당시 사마의는 공명과의 결전에 상당한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진군하면서도 여유가 있다.

 사마의가 장수들에게 묻는다. “왜 제갈공명이 이때 출병해 농서 쪽으로 진군하는가?” “….” “때는 봄이다. 밀이 익을 무렵 아닌가? 전쟁을 위해서는 식량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그는 먼저 밀을 차지하기 위해 농서로 오는 것이다.” “장합은 기산에 군영을 구축하라. 나는 대군을 이끌고 촉군이 밀을 베지 못하도록 진군하겠다.”

 

 

   사마의가 바라본 공명의 수는 정확했다. 제갈공명에게 가장 급한 것은 식량 확보였다. 그는 왕평·장의·오반·오의 네 장수에게 기산을 맡겼다, 자신은 강유·위연을 데리고 농서로 진군했다. “어디 밀이 가장 잘 익었는가?” “농상 땅의 밀이 가장 잘 익었습니다.” 이때 정찰병이 와서 사마의가 먼저 농상에 진영을 세웠다고 전한다. “나의 계획을 읽을 사람은 위나라에서는 사마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계략으로 그를 물리치고 밀을 차지하는 수밖에….”

 공명은 장수들에게 이상한 작전을 명령한다. “촉에서 미리 만들어 가지고 온 나의 사륜거 석 대를 모두 끌어오라. 각각 군사 1000명으로 사륜거 한 대씩을 호위하게 하라. 군사 500명은 북을 치도록 하라. 군사 24명을 뽑아 검은 옷을 입히고 맨발에 머리를 풀게 하라. 칼을 찬 채 검은 칠성기를 들고 좌우에서 사륜거를 밀도록 하라. 특별히 강유는 군사 1000명을 거느리고 나의 사륜거를 호위하라. 그리고 마대와 위연은 상규 땅 뒤쪽에 매복하라. 남은 3만 대군은 밀을 벨 수 있는 낫과 새끼줄을 준비하라.” 뜬금없는 작전 지시에 장수들은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제갈공명의 지시가 틀린 적이 있는가? 장수들은 명령대로 준비한다. 제갈공명의 사륜거를 보니 영락없는 전설 속 천신의 행렬이다. 공명은 사륜거 위에 단정히 앉아 위나라 진영으로 향한다.

 사마의가 보니 제갈공명이 이상하게 꾸민 사륜거에 타고 다가온다. 호위하는 병력도 별로 없다. 매복할 지형도 없다. “두려워할 것 없다. 기병 2000명은 지금 즉시 제갈공명을 쫓아 사로잡으라.” 위나라의 기병들이 공명이 탄 사륜거를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제갈공명이 탄 사륜거는 촉군 군영을 향해 천천히 움직인다. 위나라 기병들은 공을 세우려는 욕심으로 속도를 더한다. 그런데 웬일인가? 제갈공명의 사륜거는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귀신에 홀린 듯하다. 위나라 기병들이 추격을 멈추자 제갈공명이 사륜거를 세운다. 약이 오른 위나라 기병들이 다시 제갈공명을 향해 달리자 사륜거는 유유히 달아난다. 다시 몇십 리를 쫓았는데도 마찬가지다. 사마의가 명령한다. “공명은 팔문둔갑에 밝은데 이것이 바로 육법전서에 있는 축지법이니라, 아무리 기를 쓰고 쫓아도 소용없다. 추격을 멈추라!”

 제갈공명이 사용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제갈공명이 팔문둔갑술을 부린 것일까? 팔문둔갑은 자신을 숨기는 것이다. 눈으로 계속 보였다면 이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축지법일까? 개인이라면 몰라도 사륜거로 축지법을 쓸 수는 없다. 그리고 삼국지 전체를 봐도 공명이 축지법을 썼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필자는 병이 있다. 어떤 현상이든 날씨와 연관시키는 버릇이다. 제갈공명이 신기루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는 내 생각은 너무 생뚱맞을까? 신기루는 물체가 실제의 위치가 아닌 위치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공기의 기온 차이가 크고 불안정한 대기층에서 빛이 굴절하면서 만들어진다. 이날 아침에 짙은 안개가 끼었다고 삼국지는 기록하고 있다. 아침 안개가 낀 날은 맑고 햇빛이 무척 강해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 신기루는 기온 차이가 심한 날 만들어지는 광학 현상이다. 제갈공명은 신기루가 만들어질 수 있는 날씨를 택해 사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위나라의 기병들은 눈앞에 나타난 제갈공명의 사륜거에 결코 다다를 수 없었던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T I P : 팔문둔갑과 축지법  

 

    둔갑(遁甲)은 술법을 써서 자기 몸을 감추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물의 본디 형체나 성질이 바뀌거나 가려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둔갑에도 종류가 있다, 둔갑술(遁甲術)은 마음대로 자기 몸을 감추는 방법이다. 둔갑장신(遁甲藏身)은 남에게 보이지 않게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몸을 감추는 방법이다.

사마의가 제갈공명이 사용했다고 하는 것은 팔문둔갑(八門遁甲)이다. 이것은 음양이나 점술에 능한 사람이 귀신을 부리는 술법을 말한다. 축지법(縮地法)은 무엇일까? ‘땅을 접는 법’이란 뜻이다. 같은 거리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가공의 기술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을 우상화해서 이들이 축지법을 쓴다는 찬양도 한다. 그저 쓴웃음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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