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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잊지 않았다, 그 때 그 곳을…

기사입력 2014. 04. 21   20:21

<7>네덜란드 해군참전용사 레핑과 ‘구축함 D-803호 모형

6·25 때 승선 함선모형 손수 제작
당시 썼던 수병 모자 등 7점 기증

 

1952년 6월 네덜란드 덴 헬데르 항구로 귀환한 D-803호.

 

 2011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60여 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찾은 UN군 참전 용사 중 네덜란드인 헤르만 P. 레핑(Herman Pierre Repping·88·사진) 씨는 전쟁기념관을 찾아와 6·25전쟁 당시 썼던 수병 모자를 비롯한 7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그렇게 맺어진 기증의 인연은 또다시 이어져 이듬해에는 네덜란드 한국대사관에 전시 중이던 해군 함정 ‘반 가렌(Van Galen) D-803호’의 모형을 기념관에 전달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하며 손수 제작한 함선모형은 2012년에는 바다가 아닌 하늘길을 통해 한국으로 왔고,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2013년 7월에 새롭게 단장한 유엔참전실에 전시돼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네덜란드는 어려운 국내 상황에도 구축함 1척과 보병 1개 대대를 즉각 파견해 대한민국을 지원했다. 레핑 씨가 승선했던 반 가렌(D-803)호는 한국에 최초로 파견된 에베르센(Evertsen)호에 이어 1951년 4월에 두 번째로 참전했던 함선이다. D-803호는 서해안전단에 합세해 적의 해상지원 차단 및 봉쇄임무를 담당했다. 또 아군 유격부대에 대한 탄약 및 보급품 지원, 지상군 측면지원, 도서확보 작전 등을 수행한 이후 1952년에 한국해역을 떠났다.

 1947년에 네덜란드 왕립해군에 입대한 레핑 씨는 6·25전쟁에 참전한 후 1952년에 귀국해 군 복무를 계속하다가 1980년에 예편했다. 그는 스무 살 시절에 망망대해를 건너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전쟁과 그 땅을 잊지 못하고 본인이 승선했던 배를 직접 본떠 모형으로 제작해 자신이 참전했던 나라에 기증했다. 그의 청춘이 오롯이 담긴 D-803호는 60여 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대한민국과 네덜란드를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 됐다.

 UN이란 단어를 웬만한 나라 이름보다 자주 듣고 사는 우리는 그 의미를 별다른 감흥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유엔의 깃발 아래 수많은 청년이 자유 수호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던 역사상 단 한 번의 분쟁이 바로 6·25전쟁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면 사람들은 언제나 놀라워한다. 그 숭고한 의미와 고난의 시절을 여전히 기억하는 수많은 유엔군 노병들처럼, 진열장 안의 D-803호 모형은 60여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내려와 역사를 잊지 말라는 소중한 울림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영미·전쟁기념관 유물담당>

 

 ■ 수집대상: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전쟁과 관련한 문서·무기·장비·장구·복식·상장·훈장·편지·그림·일기·책·생활용품과 전쟁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 일체

 ■ 기증 문의:02-709-3056 (전쟁기념관 유물관리팀)D-803호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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