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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 없고 온전한 옥… 보석 한조각에서 유래된 어휘

입력 2014. 03. 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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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완벽과 완전무결


 역사가 언어가 되다. 역사 한 조각이 후세에 일반적인 어휘로 쓰이게 되는 경우다. ‘완벽한 김연아의 연기’처럼 일상적으로 쓰이는 ‘완벽(完璧)’이란 말이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흠집 없고 온전하다는 뜻 ‘완(完)’과 둥근 옥이란 뜻의 ‘벽(璧)’을 합한 말이다. ‘결함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완전무결(完全無缺)인 것이다. 그런데 옥(玉)이 왜 거기에 들어있을까? 이 대목이 역사의 흔적이다. 옥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보석이다.

 이 ‘벽(璧)’은 옥을 부르는 다른 이름인데, 이 경우에는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보물 즉 ‘화(和)’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옥을 말하는 것이다. 글자 아랫부분에 옥 글자가 있어 윗부분을 받치고 있는 모양으로, 바람벽이라는 ‘벽(壁)’이나 ‘청산리 벽계수(碧溪水)’의 푸를 ‘벽(碧)’과 구분된다.

 왜국(일본)처럼, 힘은 좀 있되 심통 고약한 이웃인 진(秦)나라의 왕이 천하의 보물 화씨지벽을 뺏으려고 꾀를 썼나 보다. 약소국 조나라의 왕에게 성(城) 15개와 바꾸자고 했다. 조나라는 영리하고 배짱 좋은 사신에게 이 옥을 들려 보냈다.

그는 ‘이 벽옥을 완전하게 지켜 조나라로 돌아오겠다’고 왕에게 약속했다. 그래서 완벽귀조(完璧歸趙)라는 말이 생겼다.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고 벽옥만 뺏길 상황에 이르자 “약속을 안 지키면 벽옥을 기둥에 던져 부수고 나도 머리를 깨 자결하겠다”고 소리쳤다. 이미 상대의 손에 들어간 옥을 돌려받기 위해 ‘이 완전한 보물에도 안타깝지만 작은 흠집이 있으니 그것을 보여주겠다’고 벌인 거짓 쇼가 이 얘기의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

 결말은 사신의 승리였다. ‘완벽’이 ‘완전무결’의 동의어가 된 사연이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뛰어난 둘’을 가리키는 ‘쌍벽(雙璧)’도 이런 이미지의 응용으로 생각하면 된다.

<강상헌 언론인·(사)우리글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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