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차이야기

전후 2세대 주력전차의 대표적인 차량 중 하나

입력 2014. 02.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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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독일 레오파드 1 전차


기동력·주행능력에 초점 맞춘 전차

 

 

1956년 11월 독일(당시의 서독)과 프랑스는 차기 주력전차를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이렇게 해야 개발비를 절약하고 전시에 두 나라의 공동 작전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을 주도하는 두 나라의 합작 전차라면 주변국들에 대한 수출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이해관계부터 요구조건까지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결국 몇 년 지나지 않아 공동 개발은 무산되고 만다. 이 후 두 나라는 각자 다른 전차를 개발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독일의 레오파드 1이다.

 레오파드 1은 1965년부터 실전배치됐으며 60년대부터 시작된 속칭 전후 2세대 주력전차의 대표 차량 중 하나다. 주포는 처음부터 2세대 주력전차에서 가장 흔한 영국제의 L7계열 105㎜포를 장착했다. 장갑 방어력에 최대 두께 70㎜로 제2차 세계대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피탄 경사 및 폭로 면적 등에 대한 고려를 통해 방어력을 나름 신경쓰기는 했으나 60년대의 대전차화기나 전차포에 대해 충분한 방어력 갖추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공간장갑을 채택한 레오파드 1A4형. 사격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필자제공
 방어력을 희생한 반면 기동성은 상당히 높았다. 40톤의 가벼운 무게를 당시로서는 강력한 819마력의 디젤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최대 속도 65㎞/h라는 높은 기동력을 발휘했다. 주행거리 역시 최대 600㎞, 험지에서도 450㎞라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맷집보다는 기동력과 주행 능력에 초점을 맞춘 전차였다. 이는 당시의 비교적 제한된 기술을 어느 쪽에 집중시킬지 고민하던 끝에 적의 진격로 상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운용이 편리한 높은 기동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1960~70년대 NATO표준전차 평가


 방어력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도 당시로서는 제법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어차피 급속도로 발달한 전차포와 대전차무기 능력을 생각하면 몇십㎝ 두께의 육중한 장갑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직 복합장갑이나 반응장갑 등의 선진적 장갑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는 나름 설득력 있는 생각이었다. 당시의 많은 전술가나 연구자들은 차라리 기동성을 활용해 공격 후 신속하게 진지를 이탈하는 편이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레오파드 1은 사실 능력상으로 보면 높은 기동성과 당시로서는 강력한 축에 든 주포를 제외하면 뚜렷하게 강력한 전차는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방어력은 제2차 세계대전 기준에 가까운 낮은 수준이었다. 사격통제장치(FCS) 역시 이미 검증된 영상합치식과 1세대 적외선 야간투시경을 사용하는 등 당시 기술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하는 평범한 전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파드 1은 60년대부터 70년대 사이 거의 NATO표준전차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널리 팔리게 된다. 독자적으로 전차를 개발하지 못하는 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레오파드 1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같은 유럽국가인 서독 제품을 사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신뢰성과 운용 효율이 높은 레오파드 1이 많은 유럽 국가 실정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또 독일이 지리적으로 많은 나라들과 가까워 업체의 제품 A/S가 편리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었다.

 레오파드 1은 그 뒤로 몇 차례 개량을 거쳤다. 특히 레오파드 1A3형부터는 포탑이 용접제로 바뀌었다. 장갑도 2중으로 만들어 중간에 빈 공간을 둔 공간장갑으로 개량해 대전차고폭탄에 대한 방어력을 높였다. 여기에 레오파드 1A4형은 컴퓨터화된 미래전투체계를 장착해 사격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80년대에 등장한 레오파드 1A5형부터는 열상장치 및 더욱 향상된 컴퓨터 등을 통해 사격 능력을 3세대 주력전차에 가까운 수준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 추가 증가장갑을 통해 방어력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꾸준한 개량을 거치면서 레오파드 1은 90년대까지 많은 나라에서 주력전차로 활약했고 독일 자신도 80년대 새로 개발한 주력전차 레오파드 2와 함께 90년대 초반까지 대량으로 운용했다.

 90년대가 되자 많은 레오파드 1이 퇴역하지만 아직 많은 나라들이 현역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 통일 후 퇴역한 중고가 터키나 그리스·칠레·브라질 등 많은 나라들에 보급돼 운용국 수는 전성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 2030년까지는 많은 나라들이 이 전차를 현역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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