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차이야기

M41 시제품, 6·25전쟁 당시 한반도서 실전 테스트

입력 2014. 02. 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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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미국 M24·M41 전차


 

M41 워커 불독 경전차. 기동력이 좋은 데다 대전차 능력도 크기에 비해 높아 지금까지도 태국, 대만 등에서 운용되고 있다. 
필자제공

1944년 미 육군은 새로운 신형 경전차를 실전에 배치했다. 바로 M24 채피(Chaffee)로, 경전차라고 하지만 주포는 무려 75㎜에 달하는 강력한 차량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전차는 37㎜ 주포를 장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실전에서 이 정도로는 대전차 임무는 둘째치고 보병 화력지원도 충분하게 수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주력 전차인 셔먼에 근접하는 화력을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장갑은 최대 38㎜ 정도로 대전차 전투를 수행하는 것은 둘째치고 적 대전차 병기에 버티기도 버거웠으나 애당초 작은 크기와 기동성으로 정찰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경전차여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M24, 제2차 세계대전서 높은 평가

 

 채피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나 대만 등 많은 우방들에 공여돼 일부는 최근까지 운용됐다. 하지만 곧 벌어진 6·25전쟁에서 약점이 노출됐다. 장갑이 약해 북한군의 대전차 소총에도 맥없이 관통된 것은 물론 화력이 너무 약해 T-34/85를 정면에서 관통하지 못한 것이다. 최소한의 대전차전투는 가능해야 한다는 경전차의 요구조건이 완전히 무너졌다. 전쟁 초기 T-34/85를 상대한 미군의 채피는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간 뒤 셔먼 등 보다 강력한 전차들로 교체돼야 했다.

 사실 이런 채피의 약점은 이미 미군도 잘 알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이미 47년부터 후계 차량의 개발이 시작됐다. 후계 경전차는 6·25가 아직 한창 진행 중이던 51년부터 생산이 시작됐으며 그 전에 시제품이 급하게 한반도로 파견돼 실전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개발된 신형 경전차는 M41이라는 제식번호를 얻었으며 ‘워커 불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워커라는 이름은 6·25 중 의정부 주변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미 육군의 월튼 워커 장군에서 따온 것이다.

 M41은 경전차라고 하지만 M41이 개발되기 불과 10년 전인 2차 대전 초기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중(中)전차로 분류해도 될 수준의 전차였다. 무게는 23.5톤으로 대전 초기의 많은 중전차들보다 무거웠다. 장갑도 최대 38㎜로 퍼싱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역시 대전 초반이라면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은 51년이라면 이미 주력전차로 통용되기에는 거리가 멀었으나 높은 기동력이 이를 커버했다. 최대 72㎞/h의 고속으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게가 24톤이 채 안 되는 만큼 정글이나 산악지대에서도 큰 무리없이 기동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자동 장전장치 등의 첨단기술은 사용하지 않았으나 경전차치고는 비교적 큰 덩치와 이로 인해 얻어진 넉넉한 내부공간 덕분에 거주성도 좋았다.

 대전차 능력도 크기에 비해 높았다. 장착된 M32 주포는 구경 76㎜로 구경만 보면 퍼싱의 주포와 1㎜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포신 길이가 압도적으로 긴 덕분에 강력한 관통력을 자랑했으며 T-34/85라면 2000m거리에서도 격파가 가능했다. 심지어 포탄의 개량을 통해 근거리에서라면 T-54/55 등 보다 발달된 소련 전차와도 어느 정도나마 대결이 가능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했다.

 M41, 태국·대만 지금까지도 운용

 

 미 육군은 69년부터 이 전차를 퇴역시키기 시작했으나 이미 이 때까지 다른 나라들에 많은 M41이 수출 혹은 공여됐고 여기에는 대만과 일본 등 우리 주변국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베트남전에서는 단순한 데다 기계적 신뢰성도 높아 숙련도가 낮은 베트남군 인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베트남군에서 중요 장비로 활약했다.

 14개국에 공여 혹은 수출된 M41은 70년대부터 서서히 퇴역했으나 몇몇 나라들은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운용하고 있다. 단순하고 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태국으로, 여전히 200대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이 나라의 정글 지형에서 운용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 대만 역시 775대나 수입해 그중 일부는 아직까지 현역으로 운용하는데, 이것은 대만이 무기 수입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 기존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금이 넉넉한 대만은 M41을 M41D라는 이름으로 개량했다. 엔진을 바꾸고 주포 역시 더 긴 포신을 갖춘 신형 76㎜포로 바꾸는 한편 최첨단 디지털 사격통제장치를 장착해 사거리와 명중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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