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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공연만 3000회… “위문 역사가 軍 역사”

이영선 기사입력 2014. 01. 22   16:30

<32>한국 군·경 예술인 봉사연합회 김종수 회장

전후방 가리지 않고 부르는 곳이면 방문 공연 부대 감사장·감사패만 1400개 기네스북 등재도

 

 군 위문공연만 3000여 회. 군에서 받은 감사장과 감사패가 약 1400개다. 1996년에는 세계 최다 감사장·감사패 수여자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머릿속엔 오직 군경 위문공연뿐이다. 돈 안 되는 집념에 아내도 자식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래도 행복하다. 마이크만 있다면 전국 어떤 격오지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장병 앞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남자. 바로 한국 군경 예술인 봉사연합회의 김종수(62) 회장이다.


● 우연히 시작한 군 위문공연 벌써 40년

 우연히 발 들여놓은 새로운 세상에 이렇게 중독될지 본인도 몰랐다. 기대하지 않았던 전방부대 공연에서 받은 벅찬 감동에 시작한 위문공연이 횟수로 벌써 40년이다.

 “처음엔 저도 이렇게 오래 계속할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공연을 기다리는 군 장병이 있고 무대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위문 길에 나선 시간이 시간인 만큼 김 회장의 공연 자체는 군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육·해·공군을 망라하고 김 회장의 발길이 닿지 않은 부대가 오히려 적을 정도다. 작은 부대에서 대부대까지, 사단부터 군사령부 및 국방부 행사까지 김 회장은 자신을 부르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장병 사기 진작이 필요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다. 김 회장이 서울 종로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스타하우스 2호점에는 이런 공연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동안 받은 감사장과 감사패가 80평 가게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각 사단부터 군단, 군 사령부, 합참 및 국방부로부터 받은 감사장과 감사패를 보노라면 우리 군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길 좋지 않던 시절 차 뒤집혀 죽을 뻔한 기억도

 기나긴 공연 역사만큼 우여곡절도 많다. 지금처럼 잘 닦인 도로가 거의 없던 70~80년대엔 목숨을 잃을 뻔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아요. 겨울철 전방 부대 창설기념일 행사를 가는데 길이 미끄러워 차가 뒤집힌 겁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어 지나가던 군용트럭을 얻어타고 행사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생은 장병들의 넘치는 에너지로 금세 치유됐다. 뜨겁게 반응하고 즐거워하던 장병들을 보면 절로 신이 나 아픔이 사라졌다.

 또 다른 에피소드들도 많다. 1995년 1사단에서 진행한 공연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간첩 체포 축하 공연이었습니다. 당시 주임원사 사모님이 무대에 올라 정말 즐겁게 춤을 추시는데 남편이 너무 부끄러워하는 겁니다. 그래서 행사 전 방송국에서 받은 5박6일 해외 여행권을 사모님에게 포상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사단장님께 주임원사 부부의 해외여행을 위한 장기 휴가를 요청해 받아냈죠”

 그동안 만난 사람도 많다. 흐르는 세월만큼 그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기도 했다. 중령 때 만난 지휘관을 다른 부대 공연에서 계급장만 바꿔 다시 만난 경우도 많다. 그렇게 받은 같은 이름의 감사장도 여러 장이다. 이런 인연을 맺으며 3성 장군까지 진급하는 과정을 지켜본 경우도 한두 명이 아니다.
 

 ● 올해부턴 병사에게 무료 봉사도 시작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검은 머리는 하얗게 변했다. 팽팽하던 피부도 하나 둘 주름이 잡혔다. 그래도 지금까지 지키는 원칙은 확실하다. 공연을 위한 자세요, 사람에 대한 예의다. 완벽한 공연을 위해 공연 이틀 전에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사람을 만날 땐 계급에 상관없이 인간적으로 교류한다.

 올해부턴 군 위문의 범위를 넓혔다. 지난달부터 요식업계 사람들과 함께 격오지 부대 자장면 무료 봉사를 한다. 군 복무 병사들이 1년에 한번 자장면 먹기 힘들단 얘기를 듣고 바로 시작했다. 지난 9일 300인분의 자장면을 들고 9사단을 찾았다. 24일에는 1사단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다. 맛있게 자장면을 먹을 병사들을 생각하면 공연과는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

하는 일이 모두 힘들고 돈 되지 않는 일이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자부심이 넘친다. 여유가 되면 더 많은 공연, 무료 봉사를 원한다.

 “군 위문공연은 중독입니다. 즐거워하는 장병들을 보면 20일 동안 기분이 좋아지죠. 200여 명 장병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십시오. 각본 없는 드라마입니다.”

 군이 있어 행복한 남자. 그 남자의 부대 사랑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광야를 달리는 청마처럼.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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