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훈련병일기

‘생각하는 백두인’으로 환골탈태

입력 2013. 12.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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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훈련병 육군21사단 신병교육대대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 무렵, 가족과 작별한다는 아쉬움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설렘을 안고 군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입대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겨울이다.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훈련을 회상해 보니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처음 낯선 환경을 맞닥뜨리고 긴장 속에서 보냈던 시간들, 태어나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불침번, 어설프게 입은 군복 등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이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고 제식ㆍ각개전투ㆍ수류탄ㆍ화생방 등 다양한 훈련을 받으며 민간인의 허물을 벗고, 군인이라는 새 옷을 내 몸에 맞췄다.

 모든 훈련은 우리 백두산 신병교육대대의 ‘생각하는 훈련병’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뤄졌다. 입대 전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군대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과거처럼 교관과 조교가 훈련병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주입식 교육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토의하고 훈련병들의 주도하에 숙달하는 훈련 방식이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훈련을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겼고 평가도 잘 받을 수 있었다.

 힘든 훈련들 중 행군을 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등에 멘 군장은 천근만근이었고, 발에는 물집이 잡혀 한발 한발 내딛는 것조차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 한참 고개를 떨구고 걸으면서 문득 주위의 동기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말없이 의지하면서 하나가 돼 걷고 있었다.

 훈련을 받는 동안 나는 동기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전우애가 무엇이고, 공동체가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내 안에 자리 잡았던 이기심은 어느덧 협동심으로 바뀌었다. 또한 그동안 인내심 없고 나태한 생활을 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굽이치는 산들은 저마다 하얀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한 계절이 바뀌는 동안 신병교육대대에서 건강하게 훈련을 받고 멋진 군인이 돼 가는 내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집에 있는 가족들과 나날이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각오를 가지고, 적과 싸워 이기는 ‘생각하는 백두인’으로의 환골탈태를 위해 앞으로 남은 훈련과 자대배치 후 생활에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복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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