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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전사자 유해발굴은 ‘숭고한 작전’

입력 2013. 11.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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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이태승 대위 육군11사단


 “선배 전우님!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선배 전우님들의 유해를 수습해 영결식을 올리는 후배들의 부족함을 부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선배 전우님들의 헌신과 희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선배 전우님들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고귀한 희생정신을 본받아 더욱 자유롭고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은 군에서 추진하는 주요 과제이니만큼 귀에 익숙한 단어였지만 막상 제가 그 임무를 맡는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 속에서 저는 관련 자료들을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발굴부대의 활동사항을 비롯해 11사단이 발굴 작업을 실시할 지역의 전사와 지형까지 눈으로 보고 발로 뛰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습니다.

 저와 제 부대원들이 발굴할 지역은 강원 홍천군에 위치한 가리산 일대였습니다. 자료를 수집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6ㆍ25전쟁 당시 중공군 5월 공세가 있었던 곳으로 많은 유해가 나올 것이라 판단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숭고한 작전’은 처음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리와 폐부로 전해져 오는 고통을 참아내며 하루 종일 1000m 이상의 고지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했지만 처음 2주간의 성과는 단 1구의 유해뿐이었습니다.

 ‘맨땅을 굴토하는 건 아닌가?’ ‘사전 탐사를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부하들의 사기도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휘관인 저마저 자신감을 잃고 힘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숭고한 작전’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주차 시작 전날, 저는 포대원들을 집합시켜놓고 말했습니다. “절대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다. 단 한 분이라도 더 찾아 그 넋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저의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부대원들 사이에 다시 활기가 돌았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3주차부터 유해가 하나둘씩 식별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4주차 때는 지금까지의 고생이 한꺼번에 보상하듯 무려 20구 이상의 유해가 식별됐습니다. 그곳은 치열한 격전지로 판단되던 벙커고지 능선 일대였습니다. 조국수호를 위한 선배 전우들의 마지막 몸부림과 헌신이 느껴졌습니다.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숭고한 작전’입니다. 이름 모를 산야를 떠돌고 있을 그분들을 다시 조국의 품으로 인도하고, 넋을 위로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대로 복귀하던 날, 저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컸습니다. 미처 수습되지 못한 선배전우들의 넋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분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을 위해 희생했습니다. 우리는 이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한 가운데 마지막 하나의 유골까지 무사히 조국의 품에 안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선배 전우님!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선배 전우님들의 유해를 수습해 영결식을 올리는 후배들의 부족함을 부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선배 전우님들의 헌신과 희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선배 전우님들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고귀한 희생정신을 본받아 더욱 자유롭고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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