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영화 속 전쟁이야기

6·25 당시 적군과 아군으로 만난 두 형제 재회 조명

입력 2013. 10. 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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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끝>‘태극기 휘날리며’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전면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큰 고통과 상처를 남긴 채 1953년 7월 27일 휴전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것이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으로 분단 체제는 고착됐고, 오늘날에도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이라는 전쟁과 단절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기에, 아직도 남과 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동생 살리고자 목숨 바친 형의 사투 시작

 

6·25전쟁은 우리의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이를 다룬 영화 역시 많은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영화 하나를 꼽자면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3)가 아닐까 싶다. 이는 단순히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한동안 역대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을 가진 영화여서가 아니다. 그것은 영화의 스토리가 전쟁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로 이어지면서, 전쟁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수월하게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사자 유해발굴이라는 현재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전쟁 후 5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백발노인이 된 진석(원빈 분)은 형 진태(장동건 분)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선다. 그러면서 시점은 과거로 전환된다.

 과거는 1950년 서울에서 한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사는 시점이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로 가족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난다. 수락산과 도봉산 너머 하늘에 번쩍거리는 포격을 보며 가족은 우왕좌왕하는 다른 피란민들과 남으로 내려갔다. 이윽고 한강교가 폭파됐고 28일 북한군이 서울로 진입한다.

 국군은 북한군의 선제공격에 너무도 쉽게 수도 서울을 내주었고, 많은 전투력을 상실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춘천 일대에서 국군 6사단의 선전 등이 있었기에 북한군은 조기에 국군 주력을 섬멸한다는 목적을 완전하게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윽고 미국을 위시한 유엔군의 참전이 결정됐고 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변해갔다. 북한군은 한반도 점령을 향해 남으로 진격했고, 국군과 유엔군은 북한군을 막으면서 시간을 벌고자 했다. 그러다 결국 낙동강 선까지 후퇴해 이곳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인다.

 한편, 진태의 가족들도 대구에 피란을 오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동생 진석이 국군에 차출되고 진석을 구하고자 나선 진태 역시 동생과 같은 부대로 입대하게 된다. 동생의 목숨을 살리고자 하는 형의 사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낙동강에서의 일전은 단순히 치열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처절했다.

영화에서는 백선엽 장군의 1사단이 수행했던 다부동 전투를 이야기한다. 국군은 고지를 두고 수차례 뺏고 뺏기는 싸움을 하며 대구의 관문인 다부동을 지켜냈다. 첩첩이 쌓인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으며 끝까지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로 싸웠던 것이다. 이곳에서 진태는 오로지 무공훈장을 받아 동생을 전역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대단한 전공을 세운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함께 전세는 역전돼 국군과 유엔군이 반격을 실시, 38선을 넘어 북으로 진격한다. 진태와 진석도 통일을 눈앞에 뒀다는 가슴 벅찬 마음으로 신명 나게 진격을 한다. 하지만 중공군(중국공산군)의 참전으로 상황은 급변한다.

한때 압록강까지 진격했지만, 1951년 1월 4일 다시금 서울을 공산군에 내주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진태는 약혼녀 영신(이은주 분)을 잃게 됐고, 동생과도 헤어져 동생 역시 죽었다고 여기게 된다.

 삶의 모든 것을 잃고 실성해버린 진태는 예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감정이 메마른 싸움 기계로 변해버리고, 북한군의 ‘깃발부대장’이 돼 국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후 중공군의 공세와 유엔군의 반격으로 몇 차례의 공방전이 전개됐고, 1951년 6월 23일 휴전회담이 시작되며 휴전으로 전쟁의 종결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년간의 치열한 고지쟁탈전이 지속된다.

 영화는 국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적군과 아군으로 만난 두 형제의 재회를 조명한다. 진석은 형이 북한군에 있다는 사실에 적진에 뛰어들게 되고 전투 도중 재회에 성공했지만, 진태는 한동안 동생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 극적으로 동생을 알아본 진태는 동생을 살리고자 혼자 기관총을 붙잡고 이제는 북한군을 향해 사격을 가하다 죽음을 맞는다. 형에게 남겨진 것은 동생을 살리고자 했던 한 서린 마음과 눈에 맺힌 눈물 한 방울이었다.

전쟁 소용돌이 속 형제가 서로 총부리 겨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제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된 에피소드는 6·25전쟁 자체의 비극이기도 했다. 이는 오늘날 용산의 전쟁기념관 앞쪽에 전시돼 있는 ‘형제의 상’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영화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진석은 형 유골을 붙잡고 절규한다. 그리고 다시금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진석이 폐허가 된 가족의 집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전쟁 중에 동생을 위해 목숨을 바친 진태 같은 형, 전쟁 이후 폐허 속 대한민국을 오늘의 모습으로 일구어낸 진석 같은 동생.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영화 속 전쟁이야기’ 연재를 아끼고 사랑해주신 장병 여러분과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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