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북한돋보기

‘요기’는 걸어서 30분, ‘저기’는 1시간 정도 거리

입력 2013. 03.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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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북한 주민의 거리 개념


 


 

거리를 말할 때 쓰는 ‘요기’와 ‘저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 우리는 ‘요기’라고 하면 바로 가까이 있는 짧은 거리고 ‘저기’는 요기보다 먼 거리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거리 개념은 우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에서 정치부 청년지도원으로 일할 때였다. 평북 삭주군으로 신원 확인을 하기 위해 평양시 인근 간리역에서 남포~신의주행 열차에 올랐다. 늦어도 그날 중으로 신의주에 도착하겠지 예상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다음날 오전에야 신의주역에 도착했다. 3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를 15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것이다.

열차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가다 서다를 밥 먹듯 하는 것이 북한의 열차 운행 실태다.

 급한 마음에 삭주군으로 향하는 일명 ‘써비차’(service-car·돈을 받고 장거리를 운행하는 화물자동차)를 타고 삭주읍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해당하는 리 단위 마을까지는 차가 없어 걷기로 했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따라 2시간 정도 걸었을까. 밭에서 일하던 농민에게 목적지까지 거리를 물으니 ‘요기’라면서 다 왔다고 했다. 그런데 20분이나 걸어도 인가 하나 없었다. 또다시 굽은 길을 돌아 농민에게 물으니 다 왔다는 것이다.

 결국 ‘요기’는 굽은 길 3개를 지나 50분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목적지에 도착해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 지역 주민들은 통상 ‘요기’ 하면 걸어서 30분 이상, ‘저기’는 1시간 정도 거리라고 한다.

 북한에선 걷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한두 시간 걷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심지어 30㎏의 짐을 지고 하루 40㎞를 걷는 것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10리(4㎞) 거리도 차로 다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의아하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북한 주민과 한국의 거리 개념이 다른 것은 경제적 수준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자 그들 체제의 비효율성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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