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新병영일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軍 <62>자격증 14개 보유한 해병대1사단 이재국 상병

김가영

입력 2012. 11. 1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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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멋진 추억 만들고 싶어요”


사춘기땐 컴퓨터 게임에 빠져 ‘방황’ 군에서 자기계발 열중…공부에 전념

사 진 설 명

 지게차 운전 기능사·용접 기능사·특수용접 기능사·전산응용건축제도 기능사·컴퓨터응용밀링 기능사·정보처리 기능사·정보기기 기능사…. 해병대1사단 정비대대 이재국(20·병1146기·사진) 상병이 보유한 자격증을 읊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자격증이 무려 14개에 달하다 보니 단번에 읽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누구에게나 자격증은 마음 뿌듯한 자산이기 마련이지만 이 상병에게 자격증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사춘기 시절의 방황을 접고 얻은 소중한 결실이기 때문이다.

 늦둥이인 이 상병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한몸에 받는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영특하고 손재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모든 관심과 기대는 허물어지고 말았다.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앉으나 서나, 눈을 감으나 뜨나 게임 속 화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게임을 하느라 날 새는 줄도 몰랐다. 성적은 뚝뚝 떨어져 뒤에서 석차를 세는 것이 빠를 정도가 됐다. 부모님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컴퓨터를 못 쓰게 하면 PC방과 친척집을 전전했다. 게임 순위가 전국 100위 안에 들 정도로 사이버 세계의 ‘고수’가 되면서 공부·가족에 대한 현실 감각은 점점 사라져 갔다. 이른바 ‘게임중독’에 빠진 것이었다.

 부모님과의 불화는 극에 달했다. 어느 날 밤늦게 귀가하신 아버지가 정신없이 게임을 하는 이 상병을 보시더니 ‘같이 죽자’며 부엌칼을 드시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설득과 호통도 이 상병을 변화시키진 못했다.

 방황은 쓰디쓴 결과를 가져왔다. 성적이 떨어져 공업계 고교에 진학하게 된 것이었다. 어린 시절 우등생이었기에 게임에 빠져 살면서도 인문계 고교쯤은 갈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이 상병은 큰 충격에 빠졌다. 뼛속 깊이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충격적인 현실 앞에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 싶었다.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다시는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자격증 공부에 매진했다. 손 대는 공부마다 자격증이 척척 나오니 절로 공부할 ‘맛’이 났다. 그렇게 고교 시절 11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자격증 취득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했다. 지난해 7월 해병대로 입대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하자 대견해하시던 부모님도, 뒤늦게 공부에 맛을 들인 이 상병도 군 복무 때문에 공부의 맥이 끊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병대1사단이 ‘스페셜리스트 육성’을 목표로 ‘임무와 연계한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군에서 자격증 공부를 이어갈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자기계발 시간을 보장해 주시고 실기 공부할 여건을 만들어 주시는 데다 원서까지 간부님들이 다 내주셔서 전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군 생활 1년여 만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지게차운전 기능사·정보처리 기능사·태권도 1단 등 3개의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기중기운전 기능사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내년 4월 17일 전역하는 날까지 공부에 매진해 총 5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역하는 것이 이 상병의 꿈이다.

 “그동안 적성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를 공부했는데 군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용접 쪽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후임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면서 공부도 열심히 해 군에서 정말 멋진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이제 자격증 공부에 중독(?)된 이 상병, 이미 한 번의 시련을 맛봤기에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스페셜리스트로서 멋지게 비상하는 일뿐인 듯했다.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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