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新병영일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軍<61>해군 순항훈련전단 홍보단 오승원 상병

조아미

입력 2012. 10. 2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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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외국인 관객도 한국의 소리에 넋을 놓다


무형문화재 임실필봉농악 이수 … 예술공익 대신 현역입대 훈련전단 승조원으로 해외서 아름다운 한국전통문화 알려

2009년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이수자이자 해군 순항훈련전단
사물놀이팀 오승원 상병이 충무공이순신함에서 현지 시간에 계획
된 적도제를 준비하고 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 제공

 “덩덕 쿵덕쿵 덩덕 쿵덕쿵~.”

 이역만리 타국에서 흥겨운 사물놀이 한 마당이 벌어지자 파란 눈의 외국인 관객들은 아름다운 한국의 소리 앞에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다.

 사물놀이팀에서 유독 강렬한 눈빛으로 관객을 압도하며 신들린 듯 장구를 치는 해군 순항훈련전단 공보참모실 홍보단 오승원(25) 상병.

 지난해 6월 21일 입대한 그는 해군본부 정훈공보실 문화홍보과 소속으로, 현재 순항훈련전단 공보참모실로 파견돼 10개국 11개 기항지에 들려 군사외교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 상병은 이처럼 음악으로 표현하는 리듬의 언어뿐만 아니라 특이한 이력으로 알려진 부대 유명인사다. 지난 2009년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11-마호 임실 필봉농악 이수자기 때문이다. 조금은 생소한 ‘11-마호 임실 필봉농악’은 전북 임실 필봉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농악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8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11-마호로 지정됐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됐던 그의 장구 실력은 굵직굵직한 활동경력과 수상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오 상병은 지난해 바우덕이 풍물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 수상을 비롯해 2008년 전주대사습놀이 농악부문에서 장원, 같은 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공연을 하는 등 화려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부대에 알려진 이유는 따로 있다. 오 상병처럼 무형문화재 이수자는 예술공익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당당히 현역으로 입대했기 때문.

 “2년이라는 군 생활을 통해 저를 갈고 닦고 싶었습니다. 대학선배 중에 해군 홍보단 출신이 있었는데 부대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우수한 자원들이 홍보단에 오기 때문에 제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본부 정훈공보실 소속 당시엔 한 달에 6번 정도 타 부대에서 공연을 했다. 개개인의 기교보다 단체의 화합과 단결을 중시하는 사물놀이는 홍보단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오 상병은 일과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장구연습을 했다. 공연을 위해서는 탄탄한 체력도 받쳐줘야 한다. 그는 평소 등산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꾸준히 체력을 다져오고 있다.

 군에 입대하고 후회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오 상병은 “만약 군에 오지 않았다면 현실에 안주했을 것”이라면서 “순항훈련을 통해 대한민국 홍보대사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말했다.

 순항훈련 중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오 상병은 미국 LA 세리토스 시 ‘참전용사의 날’ 공연을 꼽았다.

 “말은 안 통하지만 ‘흥’과 ‘신명’으로 하나가 됐죠. 특히 150여 명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 교민들이 너무도 즐거워하셔서 아직도 그때의 환호성과 박수소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순항훈련의 기항지인 러시아ㆍ미국ㆍ뉴질랜드ㆍ중국은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양순주(2010년 작고) 스승을 따라 사물놀이 공연을 했던 나라다. 그는 “스승님과 소중한 추억을 다시 되돌아보며 공연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상병에게 있어 사물의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다.

 “‘장구가 있어 제가 있고, 제가 있어 장구가 있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 순항훈련을 통해 사물놀이팀이 순방국 교민들의 향수를 달래 주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전통의 소리를 전파하겠습니다.”

 순항훈련전단 문종갑(소령) 공보참모는 “남다른 각오로 군에 입대한 만큼 사물놀이팀의 맏형으로서 맡은 임무는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순항훈련 일원으로서도 한국전통 사물놀이 진수를 널리 알리고 있다”며 오 상병을 평가했다.

 남은 기항지마다 사물놀이로 외국인들의 혼(?)을 빼놓겠다는 오 상병.

 “제가 선택한 두 가지의 길 ‘사물과 군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지금은 순항훈련전단의 승조원으로서 각 기항지마다 최고의 사물놀이 공연을 보여줄 생각이에요. 훈련 이후 남은 군 생활도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승!”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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