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新병영일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59>軍병영일지新-‘입대가 전화위복’…내 생애 첫 목표 생겨

조아미

입력 2012. 09. 2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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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사단 백호연대 최준호 상병


 군대서 1년 만에 고입·대입 검정고시 합격 간부·전우 지원으로 공부 자신감도 높아져

육군2사단 백호연대 최준호(오른쪽) 상병이 부대 연병장에서 4.2인치 박격포 조포훈련을 하고 있다. 부대제공

“망가져 버렸다고 생각했던 제 삶에 검정고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절망은 희망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육군2사단 백호연대 전투지원중대 최준호(23) 상병은 입대 일 년 만에 고입(중졸)·대입(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군대에서 고입과 대입을 한 번에 합격한 사례는 드물다.

 무엇보다 최 상병에게 검정고시 합격증은 값진 졸업장이다. 중국에서 얻은 명예스럽지 못한 졸업장이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2003년 1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최 상병은 부모님의 권유로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생소한 문화와 환경은 사춘기에 접어든 그에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급기야 학교도 반년에 한두 번 나가기 일쑤였고 공부와는 거리와 먼 학생으로 전락했다.

 “말이 좀 트이고 중국생활에 적응하려 할 때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가세가 기울었어요. 그때부터 제 인생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중학교 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돈으로 졸업장을 샀습니다.”

 이후 고등학교를 진학했지만 1학년 한 학기만 다니다 결국 학교로부터 퇴학 처리됐다. 더 이상 중국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 그는 2007년 8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설상가상으로 부모가 이혼까지 하면서 끝없는 방황만 계속됐다.

 최 상병은 “그토록 오고 싶은 한국이었지만 남은 건 절망과 좌절뿐이었다”며 “내 행복을 몽땅 도둑맞은 기분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음식점 서빙과 PC방 아르바이트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지 4년. 마냥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아들에게 그의 아버지는 군대를 권유했다.

 “아버지께서 대한민국 남자인 이상 군대는 꼭 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솔직히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입대가 전화위복이 될지 어찌 알았겠어요?”

 지난해 5월 31일 입대한 최 상병은 전입 초기 부대에서 이른바 ‘관심병사’였다. 그런 그를 유심히 지켜본 중대장이 검정고시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부해도 안 될 텐데 뭐하러 공부하지?’라는 의구심이 가득했어요. 하지만, 막상 검정고시를 준비하다 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얻은 졸업장은 없다고 생각하고 제힘으로 다시 공부해 고입 검정고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간부와 전우들은 ‘최 상병 검정고시 합격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과외 경험이 있는 병사에게 부대 내 간부연구실에서 평일 야간과 주말에 과외를 받도록 했다. 틈틈이 필요한 자료와 책도 제공해 줬다. 최 상병은 ‘주군야독’으로 공부에 매진하며, 지난 5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곧바로 대입 검정고시 준비에 돌입했다. 부대의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합격으로 보답했다.

 “1년의 사투였죠. 공부하면서 선·후임에게 짜증도 많이 냈지만, 기꺼이 저를 이해하고 보듬어 줬어요. 어린 시절 중국에서 맛봤던 절망의 벽을 허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최 상병은 학력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업그레이드됐다. 본연의 임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

 최 상병은 4.2인치 박격포 사수다. 평소 포를 정비·관리하고 전쟁 상황과 같은 실전 훈련에서 부사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 타 부대의 조명탄 지원요청 때 박격포의 방향 조정을 한다. 가장 큰 화기이기도 한 박격포는 사격제원을 오차 없이 장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 상병은 순발력과 판단력, 체력을 꾸준히 키워 가고 있다.

 최 상병을 동생처럼 대하며 기꺼이 멘토가 돼 준 정상록(대위) 전투지원중대장은 “전입 초기 뭔가 특별히 사기를 높여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검정고시를 계기로 과거 시간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역 후 수능을 공부해 의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최 상병. 그는 “주특기를 잘 연마해 특등사수가 되고 싶다”면서 “전우들과 진한 우정을 나누며 남은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행복은 항상 제게 멀게만 느껴졌는데 가까이 있음을 알게 해 준 부대의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제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부대와 전우들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희망을 놓지 않고 살겠습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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