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승만대통령연설

이승만 대통령 자유와 정의를 말하다<30>로스앤젤레스 시의회 연설

입력 2011. 12. 0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6
0 댓글

“죽음보다 더 나쁜 것은 자유가 없는 나라”


트루먼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다음, 이승만 대통령은 캔자스시티 페어팩스 공항으로 이동해 1954년 8월 5일 정오 로스앤젤레스로 출발했다.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 일행은 모처럼 포커 게임으로 여가를 즐겼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LA시장을 비롯한 교민 등 300여 명의 환영을 받은 이 대통령은 숙소인 앰배서더 호텔로 향했으며, 저녁에는 교민단체인 LA 동지회가 주최한 만찬행사에 참석했다.
로스앤젤레스 시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

미국인들, 우리말로 애국가 불러줘 감동
 8월 6일 오전 10시, 로스앤젤레스 시 의회가 주최한 환영행사가 개최됐다. LA 시 의회 존 깁슨(John S. Gibson) 의장의 안내로 행사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깁슨 시 의회의장으로부터 ‘극동지역 자유세계의 챔피언’이란 문구가 적힌 기념증서를 받았으며, 미국인들이 우리나라 애국가를 우리말로 부르자, 이 대통령은 크게 감동하며, 즉흥연설을 시작했다.

 “깁슨 시 의회 의장 내외분, 시 의회 의원 및 공무원 여러분, 그리고 귀빈 여러분.

 우리가 미국에 온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습니다만, 이번에 나는 40년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경험했던 것보다도 많은 것들을 보았습니다. 그중에서 놀라운 것 중의 하나는 성악과 기악으로 연주되는 한국의 애국가였습니다. 전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한국어로 불리는 애국가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노래 부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는 한국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인들이 애국가를 단어 하나하나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훌륭합니다! 잘 기억해 뒀다가 우리 국민에게 얘기해 주겠습니다. 내 얘기를 듣고 우리 국민들은 전율할 정도로 감동을 느낄 것입니다. (중략)

 또한 어디를 가나 미국 남녀노소가 우리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중략) 그것은 나와 일행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환영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극진한 환영에 감사하며, 이제 전에 없이 강한 결의와 커다란 격려를 안고 조국으로 돌아갑니다.”

 서론을 마친 이 대통령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전쟁은 악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인이나 한국인은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쟁에 반대하며, 세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전쟁의 공포보다 더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가 없는 것입니다. 자유의 축복을 만끽하고 있는 미국인 여러분은 모르겠지만 자유가 없는 나라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며, 죽음보다 더 나쁜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일제의 침략으로 경험했기에 공산 침략을 저지하려고 애썼습니다.

 나는 모든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을 조국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공산주의자가 되면, 그는 더 이상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이 아니며 혹은 다른 어떤 나라의 국적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철저한 공산주의자이며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는 더 이상 여러분의 형제가 아니며, 자매도 아닙니다. 그는 더 이상 여러분의 국적이 아니며, 친구도 시민도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공산주의냐 민주주의냐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져야만 했습니다. 현재 몇 개의 유럽 국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공존이란 없습니다. 여러분! 천연두와 끔찍한 전염병과 어떻게 같이 산단 말입니까? 나는 공산주의가 이 시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나쁜 전염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공산주의와의 공존이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반은 공산주의자이고, 반은 민주주의자인 사람은 없습니다. 동시에 반은 공산주의고, 반은 민주주의인 나라도 없습니다. (중략)

 어제 오후에 시카고에서 이곳에 오는 길에 우리는 미주리 주의 인디펜던스 시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트루먼 전 대통령 내외를 만나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인들이 행한 일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감사와 한국 국민의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중략)

“미국에 대한 우리의 감사는 영원할 것”

우리는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아들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시아의 일부인 작은 지역에서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구해내는 데 도움을 주러 왔습니다.

 여러분의 아들들은 우리와 유엔의 젊은이들과 함께 고통을 겪고, 전투를 하고, 피를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산주의자들에게 그들이 생각했던 대로 쉽게 민주주의를 패배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려줬습니다. 우리는 북진해, 중공도 몰아내기를 바랐습니다. (중략)

유엔은 중국 공산주의자들과의 전투를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는 홀로 진격하기로 결정하고 착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휘발유 통이 잠겨 있었고, 탄약은 단지 3일 동안 사용할 만큼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자살을 시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착상태에서 전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4년간의 전쟁 중에서 단지 1년만 전면전을 벌였고, 3년은 대화로 허비했습니다. 그동안 남북한 양쪽에서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침통한 어조로 본론을 마친 이 대통령은 결론을 얘기했다.

 “여러분에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공산침략자들에 대항해 싸우는 한국을 돕기 위해 자식과 남편을 한국에 보내준 여러분과 여러분의 어머니들에게 우리 국민이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디를 가나 미국인들이 내 손을 잡고 ‘나는 한국에 2년 있었다’ ‘3년 있었다’ 등등 말합니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느 대령을 만났습니다. 그는 다리를 다쳐 목발을 하고 있었으나 그 어떤 불평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난 6·25전쟁의 부상자들 모두는 그 대령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고귀한 대의를 위해 싸웠고, 피를 흘렸다는 사실과 그들의 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미국과 자유 국가의 시민들은 한국에서 그들의 의무를 용감하고 고귀하게 해냈습니다.

 또한 미국인들은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는 한국인들을 도울 뿐만 아니라, 전투 정신이 투철한 한국의 젊은이들을 모아서 훈련시켰으며, 이제 한국군은 동양에서 가장 막강한 반공세력입니다. 이제 우리는 미국 정부에 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국민이 우리 전선을 방어하고, 아시아 지역의 전선을 강화하며, 여러분을 더 안전하게 평화를 누리게 하기 위한 책임을 짊어지려고 합니다. (중략)

“이제 우리 스스로 지키도록 도와 줄 때”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국군의 방위력을 높여주십시오. 여러분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한국에서 고생하고 피 흘리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의 감사는 영원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호소입니다.

 나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미국 젊은이들이 결코 다시 한국에 올 필요가 없도록 한국의 국방력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행복한 날을 기약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국민이 우리나라를 방위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바라건대 미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자주국방에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적들은 더 이상 팽창을 못 하고 여러분에게도 더 이상 가까이 올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현표 전 주미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