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군의시뮬레이터

(33)해군작전사 전비전대 대잠전술훈련장(ASWTT)

글ㆍ사진=김철환

입력 2011. 11. 1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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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물속의 敵과 맞서 싸운다”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전에서도 군함의 전투만은 다른 무기를 이용한 전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대잠전 시에는 장중하고 완만한 군함의 움직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는 승무원들의 치열한 긴장감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곤 한다. 잠수함과의 전투에서 전면에 서는 이들이 바로 음탐사. 이들을 중심으로 잠수함에 맞서는 전투기법을 익히는 시뮬레이터가 있으니 바로 대잠전술훈련장(ASWTT : Anti Submarine Warfare Tactical Training)이다.

대잠전술훈련장의 링스 헬기 훈련장. 이곳에서 P-3C와 링스훈련장은 전체적인 대잠훈련에서 보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비행기술보다는 전술적 임무를 실시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해군작전사령부 전비전대 대잠전술훈련장(ASWTT) 내에 위치한 수중정보실에서 음탐초급반 요원들이 미세한 반응 하나
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과 귀로 전해지는 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잠전술훈련장에는 함정의 전투정보상황실(CIC)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대잠전의 긴장감을 체험할 수 있다. #

 “소나 컨택(Sonar Contact)!! 접촉방위 50도!! 거리 5000!!”

 음탐사의 긴장된 보고가 전투정보상황실(CIC)에 울려 퍼지자, 함교의 당직사관이 소나 접촉지점을 확인했다. 곧이어 CIC의 메인 모니터에 적 잠수함을 뜻하는 붉은 눈동자 형태의 아이콘이 나타남과 동시에 ○○항만을 지키고 있던 최영함과 호위함, P-3C 대잠초계기, 링스 대잠헬기들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잠수함이 P-3C와 링스가 펼치고 있는 방어선을 돌파하고 함정들 인근까지 접근한 후에 발견된 터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공격전 적·아 식별을 할 틈도 없이 잠수함이 아군을 향해 어뢰를 발사해 적함임을 분명히 확인시켜 줬다.

 “키 왼편 전타!!”

 최영함이 어뢰를 교란시키는 기만기를 자동으로 사출하며 회피기동을 실시하는 동안 호위함이 적 잠수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했다. 근거리에서 급박하게 발사된 호위함의 어뢰를 피한 적 잠수함에 최영함이 다시 한번 어뢰를 발사했다.

 “부유물 및 기름띠 확인!!”

 겁 없이 우리 영해를 헤집던 적 잠수함은 죽은 물고기가 뒤집혀 떠오르듯 가득한 부유물을 해상에 쏟아내고 격침됐다.   

함대지휘 가능한 시뮬레이터

 이날 맑고 쾌청한 포항항을 배경으로 펼쳐진 손에 땀을 쥐는 대잠전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해군작전사령부 전비전대의 대잠전술훈련장(ASWTT)에서 펼쳐진 모의전. 최영함에서 CIC를 맡고 있던 요원들도 사실은 실습을 위해 ASWTT를 찾은 해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음탐전자학부의 음탐초급반 교육생들이었다.

 ASWTT는 대잠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거대한 시뮬레이터로 2층 높이에 1500㎡가량의 면적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구축함(DDH)급 함정을 재현한 대잠훈련장 2개소와 호위함(FF)·초계함(PCC) 대잠훈련장 등 총 4척의 함정을 동시에 재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P-3C와 링스 헬기를 모사하는 훈련장 역시 각각 1개와 2개를 갖추고 있어 공중과 해상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함대전술훈련이 가능하다.

 또 전대장급 이상의 지휘관들이 함정 운용과 연계한 함대전술훈련도 할 수 있도록 훈련 상황을 모두 모니터하고 지휘할 수 있는 ‘전술지휘소’뿐만 아니라 훈련 후에 전체 요원이 모여 훈련 내용을 되짚어볼 수 있는 대형 종합 강평실도 마련돼 있다.

 이 모든 훈련장에 상황을 부여할 수 있는 종합통제실에는 조종콘솔과 함께 외부와 차단할 수 있는 방이 두 개가 있으니, 적 잠수함 통제실이다. 시설을 안내해 주던 박형렬(준위) 대잠훈련관은 “실질적인 훈련을 위해 실제 잠수함 운용요원들이 와서 조작을 맡기도 한다”며 “문 닫으면 바로 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훈련시설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것은 각 대잠훈련장이다. P-3C와 링스훈련장의 경우에는 실제 조종사들의 비행훈련보다는 주로 훈련 중 디핑소나 운용이나 어뢰 투하 등 전술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데 보조적으로 사용된다고. 링스훈련장을 맡고 있는 하종춘 상사는 “비행보다는 함정과 연계한 공격임무가 중심”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통제실에서 가상으로 링스를 운용할 수도 있지만 컴퓨터 모사는 한계가 있다”며 “함정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다양한 기동과 공격을 지원하려면 훈련장에서 사람이 조종해 주는 것이 최고”라 고 덧붙였다.

대잠전의 중심부 수중정보실

 대잠훈련장에 들어서면 전투함의 정보가 집약되는 CIC가 재현돼 있다. CIC의 오른쪽 앞으로는 각종 음탐장비들이 가득한 수중정보실이, 왼쪽 앞으로는 밝고 푸른 대양이 화면 넓게 펼쳐져 있는 함교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대잠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수중정보실. 조명이 꺼진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향탐지장비들만이 그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음탐초급반 요원들의 지도를 맡고 있던 김지운(중사) 음탐관찰관은 “음탐장비들은 귀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소리를 정밀하게 시각화해 주기 때문에 미세한 변화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어둡게 유지한다”며 “이 때문에 음탐사들이 귀보다도 눈의 피로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들어오는 소리를 감지하는 패시브 소나와 반사음을 잡는 액티브 소나, 그리고 수온에 따라 수중을 통과하는 음의 굴절을 파악하거나 적 어뢰음을 포착하면 자동으로 기만기를 발사하고 회피방위까지 표시해 주는 장비 등 음탐에도 다양하고 수많은 기기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대잠훈련관은 “어뢰가 내뿜는 주파수가 3.5KHz인데, 구축함급 함정이 보유한 장비는 2~12KHz까지 수신할 수 있어 적의 공격을 완벽히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이 밖에도 잠수함의 에어컨이나 해수펌프 등 보조기기가 뿜어내는 저주파음까지 잡는 장비도 있어 이를 다루는 숙련된 음탐사 앞에서는 어느 적 잠수함도 우리 영해에 범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탐사의 임무를 체험해보기 위해 헤드폰을 써 봤다. 뚜우뚜우 하는 단속적인 소음이 전해져 왔다. 김 음탐관찰관이 기차가 뒤에서 앞으로 갈 때 소리의 변화를 상상하면서 음의 높낮이로 수중의 물체를 찾는다는 요령을 전해줬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똑같은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하지만 곁에 있던 음탐초급반의 진태성 하사는 금방 뭔가를 발견해냈다. 진 하사는 “이론으로만 배울 때는 소리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실제 기기들을 만져보니 머릿속이 밝아지는 기분”이라며 “실제 대잠전을 펼칠 때 음탐사의 임무가 상당히 중요함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의 긴장감 넘쳤던 훈련도 음탐초급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아주 쾌적한 환경하에서 이뤄진 쉬운 훈련이었다고. ASWTT에서는 음탐초급반 외에도 중·고급반, 전탐중·고급반, 각 함정 CIC요원들의 연수교육 등 연간 2500여 명이 모의 대잠전을 체험하고 있다. 특히 실제 군함에서 복무하고 있는 운용요원들이 펼치는 훈련은 실전보다도 더한 박력이 있다고 한다.

 박 대잠훈련관은 “물 밑의 잠수함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며 “각 요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수많은 훈련과 노력을 해야 이룰 수 있으므로, 그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SWTT는 그 효용성을 인정받아 향후 해군2함대에도 조함훈련장과 연계한 대잠훈련장이 문을 여는 등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글ㆍ사진=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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