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54>말론 브란도 주연의 `사요나라'

입력 2011. 04. 2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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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조종사 -일본여성 국경 초월한 로맨스 담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당대 최고 배우 말론 브란도 주연의 `사요나라'의 포스터.

o 감독: 조슈아 로간(Joshua Logan)
o 제작: William Goetz Productions
o 배역: 로이드 그루버 소령(Marlon Brando), 하나오기(Miiko Taka),켈리(Red Buttons), 카츠미(Miyoshi Umeki),아일린 웹스터(Patricia Owens)
o 상영시간: 147분
o 색상: 컬러
o 배급: Warner Brothers
o 제작연도: 1957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사요나라(Sayonara)’. 할리우드가 만든 6·25전쟁 영화 중에서 이 영화는 몇 개의 진기록을 갖고 있다.

아카데미상 등 진기록 다수 보유

 첫째, 아카데미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작품이다. 1957년 12월 미국에서 개봉된 후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남우 및 여우조연상, 미술상, 그리고 음향상 등 무려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둘째, 상영 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가장 길다.

 셋째, 1957년까지 제작된 6·25전쟁 영화 중 흥행 수입 면에서 ‘사요나라’를 따를 작품이 없다. 무려 1000만 달러의 흥행 대박을 냈다. 요즘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0억 원 정도이니 별 것 아니라고 폄하하는 분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돈이었다. 달리 설명하자면 ‘사요나라’는 58년 미국 흥행수입 순위에서 ‘콰이강의 다리’ ‘페이튼 플레이스’에 이은 제3위 작품이다.

 넷째, 남자 주연배우 말론 브란도(1924~2004)는 54년 ‘워터프론트’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당대 최고 배우지만 여우주연을 맡은 미코 타카(1932~)는 ‘사요나라’가 첫 작품이었다.

 미코 타카는 ‘사요나라’가 데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연기 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었던 신인이었다. 그녀는 일본계 미국 여성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 조슈아 로간의 눈에 띈 것이다. 당초 로간은 오드리 헵번을 캐스팅하려다 포기하고 타카를 전격 발탁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후 워너브라더스와 전속계약을 맺고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 영화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사요나라’에서 동양적인 미모와 완벽한 영어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구나 그녀는 이 작품에서 이상하리만치 좋은 연기를 보였다.

 타카가 그만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역인 말론 브란도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워터프론트’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에서 화면을 압도하는 그의 신들린 연기를 보노라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진다. ‘사요나라’에서는 그 힘이 더욱 광채를 발하며 신출내기 타카를 인도한다.

 ‘모정’에서 윌리엄 홀덴의 이지적인 연기와 비교해 볼 때 ‘사요나라’의 브란도는 이지적인 연기에다 감성적인 면이 곁들여졌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미국 영화연구소가 뽑은 미국의 위대한 남자배우 100명의 리스트 중에서 왜 홀덴은 25위에 머물렀는데, 브란도는 6위에 올라있으며, 8번이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고, 2번을 수상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사요나라’가 이와 같은 진기록과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페라 ‘나비부인’의 현대판 버전

 첫째는 앞서 얘기했지만 캐스팅이 절묘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 조슈아 로간의 캐스팅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그의 생각대로 오드리 헵번이 브란도의 상대역이었으면 어떠했을까? 결과가 더 낫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는 스토리가 지루하지 않고 짜임새가 있다. 그냥 짜임새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훈적이고 감동적이다. ‘사요나라’가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미치너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 궁금증은 쉽게 풀릴 것이다.

 이미 본 연재물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미치너는 영화화돼 흥행에 성공한 ‘원한의 도곡리 다리’와 ‘사요나라’라는 2편의 베스트셀러를 썼으며, ‘항공모함의 사나이들’에서는 대역을 통해 실명의 작가로 등장한다.

 셋째는 시대적인 이슈를 꼭 집어내어 다뤘다는 점이다. ‘사요나라’는 국제적으로 6·25전쟁 휴전 이후 냉전이 첨예화되고 국내적으로는 인종차별이 크게 문제시되던 때, 미국인들의 정서를 대변해 줬다.

 넷째는 어느 영화보다 문화적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극영화라기보다 오히려 일본의 전통과 현대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훌륭하게 기획된 장편 문화영화로 보인다. 흔히 ‘사요나라’를 오페라 ‘나비부인’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부르는데, 해외문화홍보 측면에서는 꼭 들어맞는 비교로 보인다.

 6·25전쟁은 우리에게는 크나큰 비극을 안겨 줬지만 일본에는 제2차 대전에서의 패전을 딛고 일어서는 기회였다는 말이 있다. ‘사요나라’는 문화적 측면에서 이런 기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우리로서는 시샘이 날 정도로!

 ‘사요나라’는 51년 한국에서 시작된다. 미 공군조종사 로이드 그루버(말론 브란도 분) 소령이 적기 2대를 격추시킨 후 활주로에 착륙한다. 그렇지만 왠지 그는 기쁜 마음보다 격추되기 전의 적군 조종사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산란하다.

 로이드는 통산 9대의 적기를 격추시킨 에이스 조종사이며, 아버지가 공군대장인 뼈대 있는 집안 자식이다. 마침 상부에서는 그를 일본으로 휴가를 보내려고 하며, 그곳에서 약혼자를 만나게 하려 한다. 약혼자는 주일 미 공군 사령관의 딸 아일린이다. 또 로이드의 아버지와 아일린의 아버지는 친구사이다.

휴전 이후 미국인 인종차별 정서 대변

 일본으로 가기 전 로이드는 부하 켈리(레드 버튼스·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가 일본 여성과 결혼하려는 것을 알고 말린다. 당시 미군은 일본인과의 결혼을 금기시했고, 결혼을 하더라도 미국으로 데리고 갈 수 없었다. 로이드의 만류에도 켈리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로이드와 켈리는 일본에 함께 도착하며, 공항에는 아일린과 그녀의 부모가 반갑게 로이드를 맞는다. 공항에서 헤어지면서 켈리는 로이드에게 결혼식에 참석해주도록 요청하고, 로이드는 마지못해 승낙한다.

 아일린은 일본 문화에 심취해 로이드에게 소개하지만 로이드가 시큰둥해하며 청혼하지 않아 내심 불안해한다. 켈리는 카츠미(미요시 우메키·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와 결혼하고, 결혼식에 참석한 로이드는 아일린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로이드는 일본 최고의 배우 하나오기(미코 타카)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미군의 폭격으로 아버지를 잃은 하나오기도 결국 로이드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둘은 켈리가 신방을 차린 집에서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아일린 부모에게 발각돼 켈리와 로이드 모두 본국으로 송환될 운명을 맞는다. 켈리는 비관해 아내와 동반 자살한다. 로이드가 도쿄로 도피해버린 하나오기를 찾아가 청혼하자 하나오기는 고심 끝에 받아들인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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