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해상무기이야기

탄약함

입력 2010. 12. 2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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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탄 500발 탑재…美해군 최신 수상전투함


탄약함 그래픽.
 1995년 미국 해군참모총장 부르다(Boorda) 제독은 유도탄 500발을 탑재할 수 있는 함정을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함정은 탄약함(Arsenal Ship)으로 불렀고 21세기형 전함으로서 연안전 전투 수행을 위해 강력한 화력을 보유한 경제적인 함정을 건조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함 자체는 고가의 전투체계를 보유하지 않고 이지스함 및 항공기 등에서 데이터 링크(Data Link)를 통해 원격으로 유도탄을 발사하는 혁신적 개념의 함정이었다.

 탄약함이 현실화되면 항공모함의 건조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저렴한 함정으로 적 지상의 전략적 중심(Center of gravity)을 향해 유도탄 500발을 수분 내에 투사할 수 있어 항공모함에서 적지로 발진하는 조종사들의 안전에 대한 위험부담도 없게 된다. 항공모함의 건조비가 60억~80억 달러인데 비해 탄약함은 3억~5억 달러며, 승조원이 50명 수준이라 운용유지비는 조종사를 포함해 약 6000명이 승함하는 항공모함과 비교할 수 없이 경제적이다.

 이러한 신개념의 탄약함에 대한 모습은 수상전참모부장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 조셉 메트칼프(Joseph Metcalf) 등에 의해 88년부터 미 해군의 군사잡지인 프로시딩(Proceeding)에 게재되고 있었다. 피탐을 방지하기 위해 낮은 건현의 선체에 다수의 수직발사대를 설치한 함정이었다.

 탄약함 획득계획은 96년 개념설계를 시작해 2001년 선도함을 인도하는 것이었다. 요구성능은 전장 250m, 톤수 2만 톤, 승조원 50명, 순항속력 22노트, 127㎜ 함포 탑재, 헬기와 다목적 V-22 수직이착륙기 이ㆍ착함용 비행갑판을 보유하며 유도탄 발사용 수직발사대 500기를 설치하고 생존성 향상을 위해 이중 격벽의 선체로 건조하는 것이었다. 이중 격벽 사이에는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발라스트 탱크를 설치, 수면 아래로 최대한 가라앉도록 해 레이더에 의한 피탐을 방지토록 했다.

유도탄 원격발사 `획기적'

 유도탄의 원격발사는 협동교전능력(CEC : 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ty) 개발에 따라 가능하게 됐다. 협동교전능력은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대학의 응용과학연구소에서 네트워크 중심전(NCW : Network Centric Warfare)의 한 분야로 연구된 개념이다. CEC용 알고리즘을 사용해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작전요소의 개별 탐지장비에서 탐지하고 있는 표적정보를 융합하고 모든 작전요소에 실시간 분배해 협동적인 대응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작전요소는 자신이 탐지하지 못하는 표적의 정보와 사격을 위한 제원을 자신의 전시기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동교전능력은 Link-16의 개발로 가능하게 됐다. 기존의 Link-11은 1초 동안 2250bit의 메시지가 송신되지만 Link-16은 1초 동안 최대 5만3760bit의 메시지가 송신돼 표적의 정보뿐만 아니라 사격지시가 가능한 정보를 송신할 수 있다. 특히 수직발사대(VLS)의 유도탄 발사를 위해서는 대용량의 신호 전달이 필요한데 Link-16의 개발로 가능하게 됐다. 또 Link-16은 대용량이면서 고속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재밍(Jamming)에도 강하고 적 신호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탄약함의 운용개념은 항공모함처럼 수상함의 방호하에 임무 해역으로 기동하며 협동교전능력을 통해 이지스함, AWACS 조기경보기, JSTARS 광역정찰기 등 제3의 작전요소에 의해 원격으로 표적 타격 및 전역탄도유도탄 요격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건조계획 1년 만에 취소돼

 이러한 탄약함 건조계획은 96년 부르다 제독이 자살하자 97년 조용히 취소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미 해군의 유도탄 투사 소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순양함을 보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탄약함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탄약함에 대한 반대 이유로는 자체 방어능력이 없다는 취약점과 제2차 세계대전 시 일본의 전함 야마토처럼 집중공격을 받게 되면 50명의 승조원으로 피해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주장 등이 표면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국력의 상징인 항공모함과 영광스러운 항공장교들의 시대가 종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성 박사ㆍ한국국방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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