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해상무기이야기

한국 해군함대

입력 2010. 11. 2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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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초계함을 비롯 수상함정 독자적 건조


한국 해군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해군은 ‘대양해군’이란 용어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대북억제 전력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김일성은 1950년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켜 남한을 공산적화하려 했지만 실패했으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를 해군에서 찾았다. 6·25전쟁 시 북한의 지상군과 공군은 한국군에 비해 월등히 우세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지만 해양에서의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당시 우리 국민들이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크기의 군함과 선박 수백 척이 유엔군과 군수물자를 싣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 땅에 상륙한 것이다.

1970년대 경비정·고속정 건조

 북한 해군은 연합군의 함정과 선박을 공격할 함정이 없었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은 독일의 잠수함에 해상교통로를 차단당해 항복직전까지 갔으나 미국의 참전으로 구사일생한 전쟁의 교훈을 김일성은 간과했고 이것은 한국을 소생하게 했다.

 6·25 이후 김일성은 북한 해군을 3개 축으로 건설했다. ①해상교통로 차단을 위한 잠수함 전력 ②후방으로 특작부대를 침투시키기 위한 고속상륙 전력 ③연합군의 상륙작전을 방어하기 위한 유도탄 탑재 고속정과 지상의 대함 유도탄 및 해안포기지 등 해안방어 전력이었다. 이러한 북한 해군의 전력구축 개념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해군은 6·25가 끝난 후에도 함정을 건조할 능력이 없었다. 36년 동안 일제 식민지배로 조선산업의 기반이 없었던 것이다. 일본이 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현재 한진중공업 자리인 부산 영도에 조선소를 만들었지만 기술인력은 모두 일본인이어서 광복 이후에도 우리 기술로 조선소를 운영할 능력이 없었다.

 당시 한국 해군은 미국 해군으로부터 함정을 인도받아 운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구축함·상륙함·소해함·유조함 등으로 한국 함대를 구성했다. 모두 노후한 함정이었지만 승조원들은 열심히 정비해 신조함처럼 운용했고 북방한계선(NLL)을 철통같이 지켰으며 후방으로 침투하는 간첩선을 격침시키는 전과도 많이 올렸다.

 한국 해군은 70년대부터 작은 규모의 경비정과 고속정을 건조했지만 외국에 내세울 수 없었다. 전투함 건조는 80년대부터 시작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의지와 비전, 정주영 전 회장의 열정과 배짱이 맞아 떨어져 한국의 조선산업이 기적적으로 부흥했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구축함을 건조하겠다고 건의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것이 80년 첨단 무기체계로 무장한 한국 해군 최초의 구축함인 울산함이다. 필자가 최초 승조원으로 사업에 참여했는데 그 당시의 경험과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울산함은 1800톤급으로 호위함이었지만 당시 해군과 정부는 구축함 사업으로 호칭했다. 이후 83년 초계함을 비롯해 상륙전함·기뢰전함·지원함 등 해군의 모든 유형의 수상함정을 독자적으로 건조했다.

 88년에는 한국 해군이 그렇게 염원했던 잠수함사업이 첫 결실을 맺었다. 독일과 209급 잠수함 기술도입 건조계약을 체결해 1번함은 독일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2번함부터 한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으로 했다. 2000년도에는 공기불요추진(AIP : Air Independent Propulsion)체계를 탑재해 해저에서의 수중 지속 항해 능력을 강화한 214급 잠수함 도입 계약을 체결해 잠수함 전력을 강화했다. 2007년에는 1만4000톤급 대형수송함인 독도함을 건조했고 이후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 기동함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2007년부터 기동함대 역할 수행

 기동함대란 해양에서 주어지는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함대를 말한다. 즉, 해양에서의 자원 확보·영토분쟁·해상교통로 보호 등 국익수호를 위한 어떠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기동함대는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우리 해군은 현존하는 최대 위협인 북한에 대한 억제전력을 우선 정비하고 주변국의 해군력을 고려하면서 해양에서의 국익수호와 합동작전 및 국제적 해군협력을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을 건조해야 할 것이다. 함정 건조기술 측면에서 우리의 함정 기술력은 상선에 비해 많이 미흡하다. 상선의 경우는 세계시장의 50%를 수출하는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함정은 그렇지 않다. 우리도 조선왕국에 걸맞은 함정 건조 능력도 갖춰야 한다.

 또 잠수함의 경우는 설계도를 비롯해 대부분의 장비, 무기체계 및 자재는 독일 조선소로부터 도입하는 실정이다. 현재 차세대 잠수함인 장보고-Ⅲ를 독자 설계 및 제반 장비, 무기체계와 자재를 국산화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보고-Ⅱ인 214급 잠수함보다 우수한 성능의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잠수함 설계와 탑재 장비, 무기체계 제작과 관련한 우수한 기술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기술력 없이 잠수함을 만든다면 어떤 잠수함이 나올까? 선진국은 지난 110년 동안 잠수함을 설계해 왔으며, 미국의 경우만 해도 그동안 56개 유형의 잠수함을 설계하면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에 걸맞게 우리 해군도 차기 잠수함 건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설계 능력과 장비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성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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