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우리는 특별하다 <10>육군60사단 예포대

김가영

입력 2010. 03. 1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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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승부 “명예를 장전하고 경의를 쏜다”


예포발사 임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공포탄을 수령하고 있는 육군60사단 예포대 장병들.

 “포대 사격준비, 쏴!”

 지난 8일 육군사관학교 66기 졸업 및 임관식 현장. 귀빈들이 입장하고 육군60사단 553포병대대 황인호(대위) 예포대장이 명령을 내리자 일렬횡대로 선 6문의 105㎜ 고사 예포가 차례로 불을 뿜었다.

 포연과 매캐한 화약 냄새가 주변을 가득 메운 가운데 3초 간격으로 ‘타임수’가 시간을 알렸다. 이에 따라 지휘대에 선 예포대장이 지휘봉으로 다음 예포를 지목하자 어김없이 포가 발사됐다. 마치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음악을 연주하듯 포를 잇따라 발사한 지도 1분 남짓. 마침내 19발의 예포 발사를 마치자 장병들의 얼굴에는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는 안도의 미소가 피어 올랐다.

 ‘한 치의 오차 없이’란 부대 훈련이나 임무에서 흔히 등장하는 수식어다. 하지만 그 이름도 생소한 ‘예포대’만큼 이런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부대는 없을 듯싶다. 왜 그럴까. 이유를 알려면 예포대가 어떤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지 아는 것이 우선이다.

 예포대는 국가나 군 의전행사에서 국가원수·국빈·임석상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일정 수의 공포탄을 발사하는 부대다. 예포대는 전 육군에 60사단과 37사단 2개밖에 없다. 60사단은 수도권과 대전 이북지역 행사를 전담하고 37사단은 대전 이남지역을 담당한다. 수도권에 있는 만큼 60사단 예포대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17사단 306포병대대로부터 임무를 넘겨받은 1990년 1월부터 현재까지 한 해 평균 20회 이상, 260여 회의 예포지원활동을 했다.

 ‘실탄도 아니고 공포탄 몇 발 쏘는 것이 뭐가 어려우랴’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고위 인사에 경의를 표하는 절차인 만큼 정해진 형식을 철저히 지켜 포를 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불발탄이라도 발생해 포 쏘는 간격이 흐트러지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된다.

 따라서 임무수행의 초점은 첫째, 발사 시간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지키는 것과 둘째, 만에 하나 불발탄이 발생했을 때 다른 포가 이를 즉시 대체해 시간을 어기지 않는 데 맞춰져 있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인 셈.

 예포대장 옆에는 타임수와 예비타임수, 기록수, 예비포수가 늘 함께한다. 타임수는 초시계를 들고 예포 발사 시간을 초 단위로 알려준다. 예비타임수는 타임수의 시계가 고장났을 때에 대비하는 역할. 기록수는 그때그때 발사한 탄 수를 기록하고 예비포수는 포수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대체 투입된다. 한 포에는 4명의 병사가 배치된다. 포를 발사하는 포반장과 탄을 건네고 넣는 병사 2명, 불발탄이 생길 경우 표지판을 들어 즉시 예포대장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보고하는 병사가 그들. 불발탄 발생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인원을 중복 배치한 것이다.

 개인 행동절차, 방렬과 발사 절차 등의 훈련도 엄격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실제 상황에서 실수가 없기 때문이다.

 각종 의전행사에 참가하는 만큼 장병들은 신장 175cm 이상, 무도 유단자에 신체등급 2급 이상 등 까다로운 선발조건과 신원조사를 거쳐 선발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일반적인 포병 임무와 예포대 임무를 병행한다는 것. 포병으로서 수도 서울 서북방 방어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갖추면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예포 지원임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황 예포대장은 부하들에게 늘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대통령 취임 행사를 비롯해 주요 행사가 대부분 휴일에 이뤄져 휴가를 제때 못 가는 경우도 많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행사 준비로 고생이 많지만 모두들 국가적 행사를 지원한다는 책임의식이 강해 자랑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두 가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힘들 법도 하지만 장병들은 남다른 임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으로 이를 이겨내고 있다. “늘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만큼 보람과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이재우(23) 병장은 무려 38번의 행사에 참가한 베테랑. 첫 지원임무에서 방한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직접 보기도 했고 대외행사 지원을 나가 함께 사진 찍자는 요청을 한몸에 받는 등 재미있는 일도 많다고.

 성민영(21) 이병도 “전입 왔을 때 우리 부대에 예포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해 봤으면 했는데 선발됐다”면서 “예포대이기 전에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포병부대원으로서 항상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예포(gun salute)란?

  예포란 국가나 군의 의전행사에서 국가원수·국빈 혹은 임석상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함포나 대포를 사용해 일정 수의 공포탄을 발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포가 전장에 등장한 이후 시작된 외교적 행동의 하나로 처음에는 부대가 갖고 있는 탄약을 모두 발사, 중요 인물의 방문을 환영하고 적대 의사가 없음을 알리는 뜻에서 시작됐다.

 해군에서 의전행사의 일환으로 수례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행하는 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예포 발사 횟수는 국가에 따라 다르다. 우리 육군 규정 150조 의식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는 21발, 장관 19발부터 총영사 11발까지 행사 규모와 성격에 따라 발사 횟수가 달라진다. 쏘는 시기는 주요 방문객이 도착했을 때, 군함의 경우 항구에 입항할 때 발사한다. 11발 이하는 발사하지 않고 야간에도 발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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