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야전서살아남기

<22> 수면을 통한 전투력 복원

입력 2009. 06. 1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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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투 시 인간의 불안전한 요소 ‘수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계획 훈련을 하다 보면 모든 군인이 경험하는 현상이 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신체반응이 무뎌지며 지각능력과 책임감이 떨어져 수면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되는 것.

    첨단 장비가 개발되면서 야간이나 악천후, 다른 나쁜 조건에서도 전투원은 은밀하고 효과적으로 작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야간은 인체의 생리적인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특히 전투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수면’이라는 생리적 현상을 요구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체는 어떤 현상을 겪을까. 전장에서 신체가 산소나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근육을 움직이면 ‘산소부채(빚)’를 만든다. 이는 피로유발 물질인 젖산 축적을 빠르게 유도하므로 휴식을 통해 회복되기 전까지 신체의 정상기능이 제한된다. 또 수면방해는 업무수행능력 저하와 직결된다.

    근육은 수면 없이도 계속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뇌는 그렇지 못해 18∼24시간 이후 전투원들의 인식능력이 먼저 저하된다.

    ◆ 지각능력 저하는 24시간 이후부터

    일반적으로 야간에는 지각·생리적 능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없다. 특히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된 직후 능력 저하가 심해진다. 휴식 없는 전투는 전투원들의 체력·인내력보다 정신력을 더 급속하게 약화시켜 작전수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수면부족은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일으킨다. 멍한 시야, 충혈된 눈, 창백한 피부, 청결하지 못한 개인위생 등이 대표적. 또 서 있을 때 몸이 흔들리고, 앉아 있을 때 턱을 떨어뜨리며 손의 악력이 약해진다. 또 체온이 낮아지며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언어구사가 불분명해진다. 지각능력 저하는 보통 24시간 이후부터 시작된다.

    미 육군부대 활력분석모델 자료에 의하면, 적절한 식사를 하고 충분한 물을 마신 건강하고 젊은 전투원들도 수면 없이 24시간 계속 활동하면 정신적 능력이 25% 이상 감소했다. 능력저하는 나이가 많고 허약하며 적절하게 먹고 마시지 못한 전투원들에게 더욱 커진다.

    정보처리능력도 떨어져 수면 없이 36시간이 지난 전투원들은 암호해역, 발신돼 오는 신호를 50%밖에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폭파량 계산 및 회로구성, 항공화력 요청, 음어해독, 표적감시 등과 같은 업무는 탄창교환, 행군 등 일상 활동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주의력도 감소해 양말 갈아신기, 수통 물 채우기, 총기 수입 같은 간단한 행동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전투원들은 수면 없이 계속 작전을 수행한 후에는 오전 4부터 7시 사이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결과적으로 이 시간대에는 경계, 합리적사고 및 문제 해결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거나 대충 처리하기 쉬워진다. 이는 실전보다 훈련 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분적인 수면부족이 5∼7일간 지속되면 주의력과 작전수행능력은 이틀 동안 완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한 수준 정도로 저하되고 완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48∼72시간이 경과하면 작전임무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 15분 이상의 수면도 전투 시 집중력 회복 효과

    순간순간 짧은 선잠을 자는 것은 저하된 전투사기나 취약성의 표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표시다. 물론 사전에 완벽한 경계임무가 선행돼야 하겠다. 침투전이나 교전준비 중에도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오후에 가장 능률적이며 여명 이전에 가장 능률이 떨어진다. 또 장소에 상관없이 오후 2시쯤과 습관적인 수면시간 바로 전 등 하루 두 번 졸릴 수 있다.

    전투 장소에서도 전투원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긴장과 격심한 전투상황에서는 순간순간 짧은 수면으로 전투원들이 평정상태를 유지토록 한다. 완전 회복은 불가능하겠지만 15분 또는 그 이상의 방해받지 않는 수면도 부분적으로나마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

    각종 훈련·전투 후에는 전투력을 보존할 수 있는 수면시간(훈련시간÷3=적정수면시간, 적정수면시간÷2=최저수면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보통 24시간의 지속적인 전투 직후 전투원은 최저 4시간의 수면을 필요로 한다고 미 육군 전투병센터는 설명한다. 48시간 후에는 8시간의 수면, 72시간 이후에는 최소 12시간 수면·휴식이 필요하다.

    이때 10시간의 수면을 최장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2시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면은 비상상황을 대비해 신체에 저장할 수 없다. 휴식이 수면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수면만이 수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전투원들이 발휘하는 능력 수준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체임을 인식한다면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수면 통제는 장기간의 힘든 훈련일수록 필수적이다.

    자료 : 계속되는 작전 상황하에서의 전투피로와 스트레스 관리. 육군교육사령부
    : 수면 박탈 후 운동이 생체리듬에 미치는 영향. 한국체육대학교

    사진설명:한 병사가 혹한기 훈련 중 야전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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