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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8.3도에 감춰진 30억 원의 비밀

입력 2008. 11. 2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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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거품 경제로 불황을 보일 때 가장 성공한 사업이 불황 비즈니스로 불리는 재경제(再經濟, Re-economy)였습니다. 다시 쓰는 Reuse, 수리하는 Repair, 재생하는 Recycle의 앞 단어 Re가 들어가는 경제였지요. 2000년 초반에는 일본 국내총생산의 10%인 54조 엔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런 불황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재경제 기업들의 철저한 상품 관리와 적절한 가격 유지, 확실한 재고관리가 바탕이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경제 기업 중에는 지역난방공사가 있다. 지역난방이란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에 개별적으로 열 생산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대규모 열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열(온수)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은 열병합발전소나 쓰레기 소각열, 매립가스와 같은 자원 회수시설에서 얻어진다. 즉 다시 사용하고 재생하는 Reuse, Recycle의 좋은 예인 것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일본 재경제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했다. 철저한 열관리와 함께 난방가격을 낮추며, 버려지는 자원을 재생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열관리와 자원 재생기술의 개발로 에너지 이용 효율을 36% 이상 증가시켰다. 덤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또 난방비 부담에 힘겨워하는 서민들에게 ‘난방 예보 시스템’을 제공해 경제적인 이익을 줬다.
    “겨울철 난방비를 대폭 줄여줍니다.” 지역난방공사의 광고 카피는 아파트 입주민과 상가, 빌딩 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특히 아파트나 상가의 난방 공급을 담당하는 기계실의 운영자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고 해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난방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민원이 끊이지 않아 그야말로 골칫거리였던 모양입니다.”
    지역난방공사는 먼저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난방지수를 개발했다. 그 결과 난방 공급량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날씨 변수는 기온이고, 그 다음이 습도라는 것을 밝혀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약 18.3도에서 난방 공급량의 변화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방지수는 18.3도의 기온을 기준으로 모델을 세분화해 난방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겨울철 난방만이 아닌 장마철 습도가 높을 때나 환절기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때도 적절한 난방 공급으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날씨를 이용한 난방 시스템은 회사 신뢰도 향상은 물론, 연간 30억 원의 이익을 올려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너희들이 18.3도에 숨어 있는 30억 원의 비밀을 알아?”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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