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말산책

우리말 여행<46>어 원

입력 2007. 12. 2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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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우리말에 관해 질문을 받는데 필자가 매우 꺼리는 질문 중의 하나는 어떤 단어의 어원, 유래를 알려 달라는 것이다. 어원에 관해 흥미를 느끼고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말에 단어도 많고 사람들의 관심도 많은 만큼 질문의 폭이 넓다. 이 질문 대부분에 필자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한다. 어원이 밝혀진 것은 많고 많은 단어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원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국어의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랫동안 한문 중심의 문자 생활을 해 왔기에 한문에 가려 실제로 우리말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려줄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료가 많다고 쉽게 어원을 밝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말조차 어원을 밝히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어원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처음에 그 말을 만든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말은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사람들은 그 말이 만들어진 시초를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한글’도 그런 예이다.
‘한글’이라는 말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조사를 했지만 주시경이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할 뿐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만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연구하여 어원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은 대부분 학문적인 근거가 부족한 민간 어원일 뿐이다.

그렇지만 민간 어원인지 역사적 사실로서의 어원인지도 분명히 말하기 쉽지 않다. 자료가 부족하여 심증은 있어도 물증을 제시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행주치마’를 임진왜란 때의 행주대첩과 연관시켜 어원을 설명하는 것은 분명히 민간 어원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발간된 역사 자료에서 이미 쓰임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어원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학자들이 정설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기에 인터넷에서 찾은 설명을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chonamh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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