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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여행<44>동양 인지명<人地名 > 표기

입력 2007. 12. 0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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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과 ‘청룽’. 홍콩 출신의 배우 이름이다. 한 명의 배우를 가리키는 이름이 두 개다. 배우 자신이 두 개의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이름을 ‘성룡’이라고 적기도 하고 ‘청룽’이라고 적기도 하는 것이다. 이 배우는 자신의 이름을 ‘成龍’이라고 표기하는데 이 한자를 우리 한자음에 따라 적으면 ‘성룡’이 된다. ‘청룽’은 이 한자의 중국어 발음을 따른 표기다.

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개의 이름이 쓰이는 것은 우리 한자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 두 가지가 되는 것은 ‘성룡’이라는 배우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사람은 모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기 때문에 모든 중국 사람의 이름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적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지명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조선족 자치주로 잘 알려진 지역의 이름은 ‘연변’이라 적기도 하고 ‘옌볜’이라고 적기도 한다. ‘연변’은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고 ‘옌볜’은 중국어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일본도 대부분의 인명과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기 때문에 일본의 인지명도 두 가지 방식으로 적을 수 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의 인물은 ‘풍신수길’이기도 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이기도 하다. ‘豊臣秀吉’이라고 한자로 쓰기 때문이다. ‘오사카’를 ‘대판’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그러면 어떻게 적어야 할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1986년에 정해지면서 일본의 인지명은 모두 일본어의 발음을 따라 적도록 정했다.

중국의 인지명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해 과거의 인지명은 우리 한자음으로 적도록 했고 현재의 인지명은 중국어 발음을 따르도록 정했다. 다만, ‘북경’ ‘동경’처럼 일부는 ‘북경, 베이징’ ‘동경, 도쿄’처럼 두 가지 표기를 모두 인정했다.

이처럼 원칙이 정해지고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규정과 달리 우리 한자음을 따라 적는 일도 많다. 특히 중국의 인지명 표기에서 그런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인지명 표기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규정이 있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chonamh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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