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의역사관

<38>육군60사단

김가영

입력 2006. 09. 2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33
0 댓글
  • 육군60사단의 권율역사관은 동원사단으로는 보기 드문 부대 역사관이자 개관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새내기 역사관이다. 그런만큼 신세대 장병들의 마음을 쏙 잡아끄는 톡톡 튀는 전시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권율역사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부대원이 주인공인 역사관이라는 것. 이는 역사관 명칭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명칭을 공모한 것이다. 그 결과 조선시대 권율 장군의 호국정신을 이어받아 명명한 부대의 통상 명칭 권율부대에서 이름을 따온 권율역사관으로 정해졌다.으레 역사관 하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군사문화재들이 죽 배열돼 있는 공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권율역사관에서는 군사문화재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부대 역사를 담은 250여 장의 사진으로 30여 평의 역사관을 깔끔히 채우고 있다.

    이런 전시 방식은 1990년 6월 1일 창설돼 부대 역사가 비교적 짧은 권율부대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됐다.역사성이 다소 부족한 최근 물품을 전시하는 대신 부대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사진을 전시한 것이다. 사진은 크게 창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비록 공식적인 창설 시기는 90년이지만 권율부대의 전신은 75년 8월 1일 수도권 예비군 동원훈련을 주 임무로 만들어진 보병60훈련단이기 때문이다.

    장병들에게 부대 역사가 창설 이전의 훈련단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창설 이전 시기 코너가 특별히 만들어진 배경이다. 역사관은 창설 이후 부대 역사를 창설기와 성장기·도약기·발전기로 나눠 생생히 보여 준다. 가장 마지막 전시물은 가로 140㎝, 세로 190㎝의 대형 합성사진. 권율부대 장병들이 평양문화회관 앞 도로에서 행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 사진은 통일의 선봉이 되기 위한 부대의 미래상을 보여 주며 부대에 대한 장병들의 자긍심을 높여 주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현재 권율부대의 활동상을 소개하는 코너.철조망 설치 훈련, 포병 주특기 훈련, 전차사격 훈련 등 각종 교육 훈련은 물론 제1회 V-NQ 권율마라톤대회, 제1회 V-NQ 권율수영대회, 수구대회 등 크고 작은 부대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유독 이 코너가 인기를 끄는 것은 주인공이 바로 권율부대 장병들이기 때문이다.역사관에 전시된 사진은 흔히 지휘관에 초점을 맞춘다.따라서 사진은 엄숙한 분위기로 흐르기 쉽고 장병들의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율역사관 사진에는 선후임은 물론 자신의 얼굴도 나오니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역사관 견학 때면 늘 이 코너 앞은 장병들로 북적인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역사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는 역사관인 셈이다. 부대는 코너의 특성을 잘 살린 재미 만점의 이벤트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병사들의 역사관 견학 시간에 특정 사진 속 인물의 이름 알아맞혀 선물을 증정하는 게임을 하는 것. 장병들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권율부대 예하 161연대는 자체 역사관을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울 정도.

    장병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사관을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을 맞는 것은 부대 전체를 찍은 대형 항공사진. 부대 전체를 조망할 기회가 적은 병사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저마다 자신이 생활하는 곳을 찾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여기다 역사관을 모두 둘러본 후 보는 부대 활동 소개 동영상은 즐거우면서도 의미있는 역사관 관람의 대미를 장식한다. 자동으로 내려온 스크린에 빔 프로젝트로 상영되는 동영상은 흥겨운 음악과 함께 부대 활동을 소개한다.

    역사관을 둘러본 포병연대 오종석 일병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리 부대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리의 노력이 훗날 후배들이 지켜볼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낀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권율부대장 윤영수(육사32기) 소장은 “초급장교 시절 미군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절감했다”면서 “부대 역사가 길건 짧건 역사관은 꼭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어 “권율역사관 주변을 공원처럼 꾸며 역사관이 단순히 과거가 박제된 공간이 아닌, 우리 장병들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부대의 명소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보문화장교 김은철 중위-“무에서 유 창조로 보람도 커”

    “전시물을 수집하고 정리·전시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권율역사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워하는 장병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부대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지난 1일 문을 연 권율역사관 개관을 준비했고 현재 역사관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육군60사단 공보문화장교 김은철(28·학사44기·사진) 중위는 개관 준비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공보문화장교지만 우리 부대가 탄생하기까지의 상세한 배경과 과정을 잘 몰랐거든요. 역사관 자료를 수집하면서 저부터 부대사를 배우고 부대에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하지만 5개월여간의 준비 기간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고.“어느 부대나 마찬가지지만 자금 부족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자금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심정으로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람도 더 큰 것 같습니다.”

    권율역사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자신도 60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는 김중위는 보람만큼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전시물들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진만으로 역사관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최근의 사소한 물품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군사문화재가 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수집 활동을 벌여 역사관을 더욱 충실하게 꾸몄으면 좋겠습니다.”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