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박치문바둑

한국 세계 통합룰 제정 착수

입력 2004. 07. 1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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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 룰이란 간단한 듯싶지만 알고 보면 책으로 한 권이다. 프로기사들 중에서도 그 모든 내용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더군다나 한·중·일·대만의 룰이 모두 달라 바둑의 세계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이 주동이 돼 세계 통합 룰 제정에 착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오는 9월 중국에서 한·중·일 3국의 실무자들이 모여 사상 처름 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룰 미팅은 첩첩산중의 난코스가 될 것이 틀림없다.
    중국 룰은 합리적이다. 바둑판 위의 문제라 할 ‘귀곡사’의 문제도 거뜬히 해결하고 있으며 그 외의 모든 문제를 판 위에서 해결할 수 있다. 중국 룰은 계가법이 ‘판 위의 살아 있는 돌+집’이다. 따라서 자기 집에 아무리 가일수해도 손해가 아니다. 이 점이 우선 많은 문제를 해결토록 해 준다.
    그러나 중국 룰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살아 있는 돌’, 즉 공배를 두고 있는 돌까지 모두 집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끝내기가 마냥 길어진다. 집 말고 돌까지 세어야 하기 때문에 계가도 피곤하다(중국의 대회에서는 바둑이 끝나면 계가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와서 계가를 해 준다).
    일본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서양의 바둑 보급을 위해 중국 룰은 부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간단하고 쉬운 일본 룰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본 측도 일본 룰이 판 위에서 기사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귀곡사는 죽은 것으로 친다’식의 애매한 룰을 인정하고 있다.
    아무튼 합리성과 편리함을 놓고 어느 쪽도 양보할 기미가 없기에 룰 싸움은 매우 긴 바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일본 룰에 따르고 있고 부분적으로 다르다.
    〈해프닝 기보〉 기보를 보자. 안달훈 5단(백)과 원성진 6단(흑)의 천원전 대국인데 흑이 1로 패를 쓰고 좌상 3으로 따낸 장면이다. 겉으로는 이상이 없다. 그런데 실제 대국에서 2로 따내던 안5단이 흑▲와 함께 흑1까지 들어냈다. 이 경우 바둑 룰은 어찌 되는 것일까.
    과거에는 죽지 않은 돌을 들어냈다는 이유로 ‘규정패’를 당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승부와 무관하고 고의가 아닌 경우에 한해 ‘2집 공제’로 벌칙이 완화됐다. 안5단은 2집 공제를 당하고도 이겼다.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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