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발트 해(海를 통해 러시아가 독일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했다. 발트 해는 수심이 50~60m으로 매우 낮고 염도(鹽度)도 역시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함께 대양형 잠수함으로 대서양에서 방어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나토가 이곳에서 적의 깊숙한 해역까지 잠수함을 이용, 수중방어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나토는 결국 독일로 하여금 500t급 이하의 연안형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보유, 독일이 발트 해를 방어하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독일은 이러한 계획에 따라 잠수함 설계 전문회사인 IKL사(社)를 설립하고 잠수함 설계를 전담토록 함으로써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1958년 말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최초의 잠수함인 400t급 201잠수함은 이렇게 IKL사에서 설계돼 59년 초 현재 HDW조선소의 전신인 KHW(Kieler Howaldtswerke AG) 조선소에서 건조되기 시작했다.
IKL사는 거의 같은 시기에 100t급인 202잠수함도 설계했으며, 59년 브레메르 아틀라스베르크(Bremer Atlaswerke)사가 2척을 건조했다. 202잠수함은 어뢰 발사관 2문을 선수부에 탑재토록 설계했기 때문에 시험평가에서 선체 내부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이로 인해 독일 해군은 202잠수함을 작전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62년 말, 3척의 201잠수함이 독일 해군에 의해 시운전 및 시험평가를 받았다. 독일은 이 잠수함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보완 설계·시작함 건조·시험평가를 거듭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능이 나오지 않자 독일은 최종적으로 450t급 206잠수함을 재설계해 69년부터 73년까지 5개년에 걸쳐 206잠수함 18척을 건조, 발트 해 방어에 투입했다.
IKL사는 이 같은 개발과정을 통해 획득된 기술을 바탕으로 독일 잠수함의 해외수출을 위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먼저 선체 재질을 ‘HY80’으로 변경시켜 잠항(潛航) 수심을 180m까지 증대시킨 ‘프로젝트(Project) 540’의 설계를 완료하면서 영국의 비커스(Vickers)조선소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 조선소에서 잠수함을 건조, 수출토록 계획한 이유는 독일은 나토 이외의 분쟁국가에 대해 잠수함을 수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IKL사는 이와 병행해 보다 작은 잠수함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202잠수함과 같은 100t급 잠수함은 개발도상국가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어 적합하며, 특히 한국의 서해와 같은 천해(淺海)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할 때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천해작전에 유리하도록 202잠수함의 결함 사항을 보완, 개념설계를 한 것이 ‘프로젝트 70’ 잠수정이다. IKL사는 프로젝트70 잠수정의 상세설계 및 건조를 영국 비커스 조선소·독일 HDW 조선소와 공동으로 수행, 해외에 수출하는 상세설계 및 건조기술 협약을 두 조선소와 체결했다.
75년 프로젝트(Project) 540 잠수함 건조·획득 계획이 무산되자 해군은 예산이 적게 들면서도 천해작전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프로젝트 70 잠수정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당시 세계적으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소형 잠수함은 이탈리아 코스모스(Cosmos)사가 설계 건조한 70t급 잠수정 SX756뿐이었다. 건조가 계획된 잠수정으로는 IKL사가 개념만을 형성한 수준의 70t급 프로젝트 70, 영국 비커스사가 개략 설계한 80t급 피라나(Piranha), 독일 티센(Thyssen)사가 개략 설계한 80t급 MSV 75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해군의 요구 성능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는 잠수정은 없었다.¶국방과학연구소의 진해연구소가 창설되자 해군은 곧바로 프로젝트 70의 기본성능을 요구성능으로 하면서 무장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소형 잠수함 연구개발을 77년부터 신규 착수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때 해군이 반영시킨 예산은 시작정(試作艇) 건조비가 제외된 연구비만으로 총 6억 원이었으며 개발 소요기간은 77년부터 81년까지 5년간이었다.
한편 독일의 잠수함 수출 노력에 대응해 미국은 탱(Tang)급 잠수함 1척을 우리 해군에 제공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매 및 훈련에 5100만 달러, 정비 및 의료시설 구매에 3800만 달러 등 모두 8900만 달러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해군은 3000t급 잠수함은 너무 커서 서해 및 남해의 천해작전에 불리하며 퇴역 잠수함이기 때문에 계속적인 부품 수급이 어렵고 1척 구매를 위한 투자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불(不) 구매 결정을 내렸다.
미국 잠수함 도입시 운용상의 문제, 독일 잠수함 구매시 예산상의 문제,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당시의 잠수함 획득환경은 우리 해군이 잠수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배가시켰다.
따라서 해군은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예산이 적게 소요되고 천해작전에 유리하며 위험부담이 적은 소형 잠수함을 우선 자체기술로 개발·확보해 외부의 환경적 영향에서 벗어난 후 이 자체개발 과정에서 확보될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규모가 큰 잠수함을 획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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