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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보는 기상<137> 기러기 북쪽으로 돌아간 다음날은 비

입력 2003. 12. 2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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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럭아/ 우리 선생 나갈 적에/ 편지 한 장 써 주세요/ 도리 도리 도리/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진 사람의 목 뒤를 손가락으로 짚고 어느 손가락인지 알아맞히는 놀이를 할 때 많이 부르던 민요다. 기러기는 이름부터 우리와 친숙한 새였다. 기러기는 우리나라에 10월 중순께부터 날아와 겨울을 난 다음 빠른 것들은 2월 말이면 번식지인 시베리아를 향해 날아간다. 대개 철새들은 자기들이 이동하기에 가장 좋은 기상상태를 이용하는데 기러기가 우리나라로 남하할 때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할 때 부는 북서풍을 타고 날아온다. 그러나 반대로 시베리아로 돌아갈 때는 상층에 남서풍이 불 때 이 바람을 이용해 북상한다. 따라서 봄철 상층에 남서풍이 불 때는 우리나라에 기압골이 들어오는 때이므로 기러기가 북상한 다음날에는 비가 올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래서 ‘기러기가 북쪽으로 돌아간 다음날은 비’라는 속담은 기상학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를 추적하는 항공 통제사들은 레이더스코프에서 이동하는 기러기 떼를 관측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기러기들이 폭풍을 피하면서 날아간다는 것이다.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기러기는 초당 주기의 10분의 1로 줄어든 폭풍의 매우 낮은 주파수를 감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소음은 기류(氣流)의 요란 때문에 발생하는 폭풍의 특성으로 사람들은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기러기는 피부 깊은 곳의 진피에 고정돼 있는 깃털로 이러한 요란을 감지한다고 한다.

기러기는 흔히 주례사에 등장하기도 한다. 까마득한 하늘에 질서 있게 줄지어 날아가는 것을 비유해 부부 간이나 가족 간에 질서를 지키라는 교훈이다.

“만리장공(萬里長空)을 길 삼아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쉬임 없이 실망함 없이 억천만 년에 무슨 높은 이상을 따라다니는 그들의 뜻과 웅건(雄健)한 기우(氣宇)를 사랑한다. 내가 죽어 만일 새가 된다 하면 반드시 기러기가 되리라.”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의 기러기 예찬론이다.

<대령 반기성 공군73기상전대 기상연구부장 wxbahn@in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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