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마음의양식

삶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03. 07. 03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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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삶의 연륜이 깊은 탓인지 사회 분위기를 감지하는 안목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근래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과 이기주의에 물들어 점차 도덕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다.

시급히 개혁하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바로 침체된 경제와 점차 망각돼 가는 도덕성의 회복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점차 상실돼 가는 효의 의미와 정직한 삶을 영위하는 풍토의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눈만 뜨면 부끄럽고 기막힌 사건 소식에 시달려야 하고, 또한 보고 듣기에 민망스러운 일인데도 그들은 양심에 면역이 생겼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핵가족 살림에 출산은 점점 줄고, 자식들은 맞벌이로 일터를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효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부모들은 이러한 외롭고 고생스러운 삶을 용케 이겨내고 있다. 전통적인 효를 현대사회에 반영한 좋은 지침마저 없다는 게 심히 유감스럽다.

예전에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덕행(德行)의 제일 근본으로 삼았다. 또한 입신출세해 가문을 빛내고 사회를 위해 보람된 일을 성취하는 데 두었다. 유학(儒學)의 기본적 문헌의 하나인 ‘예기’(禮記)에는 첫째가 존친(尊親), 즉 어버이를 존중하는 게 효라 했고, 둘째는 물욕으로 어버이를 욕되게 말라 했으며, 셋째는 어버이를 물질적으로 봉양하는 게 효라고 했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진 반면 웬일인지 삶의 행복이나 평안함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더구나 온갖 비리와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타인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를 경악케 만드는 건 심지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보험금에 눈이 어두워 남편을 청부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 등이다. 세상에는 온갖 범죄가 난무하고 있지만 그중에도 부모·스승에 대한 패륜적 행동이나 폭력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소행이다.
필자는 얼마 전 정직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모처럼 신문을 통해 알게 됐다. 참으로 흐뭇한 미담이었다. 한 미화원이 작업 중에 적지않은 금액이 들어있는 봉투를 주워 샘솟는 탐욕을 뿌리치고 끝내 임자를 찾아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서구 문명의 무분별한 유입은 유교적 가치에 기반을 둔 우리의 전통과 윤리관을 땅바닥에 떨어뜨려 버렸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독신·기아·가출, 그리고 비행 청소년이 늘어난다고 한다. 더욱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어 앞날이 심히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가정이나 사회에는 삶의 지혜가 풍부한 어른은 없고 버릇없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만 커져 가는 것 같다. 어른이 올바른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심지어 보수적이라고 몰아붙인다. 우리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오늘도 이 불행의 길목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전쟁문학 발행인 송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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