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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과 아름다운 정 치계미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사입력 2001. 11. 04   00:00 최종수정 2013. 01. 04   23:30

그림에서 날씨를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입동(立冬) 무렵이 되면 겨울철 불청객인 북서계절풍이 찾아오면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첫 추위가 닥친다. “겨울은 입동부터 입춘(立春)까지 90일간을 말하는 거여. 이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매우 추운 법이여.” 무를 땅에 파묻으랴, 겨울 준비를 하랴 바쁜 중에도 이 시기를 놓치면 김치의 상큼한 맛이 줄어든다고 채근하는 할머니의 김장을 돕느라 바쁘게 다니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림은 계명대 미대를 졸업한 박종경이 `24절기전'에 출품했던 `입동(立冬)'이다. 신문 찰흙을 이용하여 서민적인 질박한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그는 신문지가 갖고 있는 인쇄물감의 다양한 색채의 어우러짐을 바탕화면으로 처리한 후 저부조의 입체적 화면으로 나타냄으로써 3차원 공간활용의 극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신문지 인쇄물감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채색할 부분만을 유화물감으로 채색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 화려한 색채는 제한된 부분을 강조할 때만 사용되며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모노톤에 가까운 회백색 또는 황백색 등이 지배적이다.

서민의 삶과 터전을 화폭에 담으려는 그의 노력은 바로 이 색채감각이 풍기는 독특한 질감으로 인해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운 땀방울과 사랑은/이 땅을 기름지게 하며/땅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은 자연과 함께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삶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고향에서는 입동 때가 되면 바쁜 중에도 양로잔치를 베풀어 노인들을 위로했다. 이때 밭 한 뙈기 없는 집이나 머슴까지도 기꺼이 돈을 내어 노인들에게 선물을 드리고는 했던 아름다운 관례가 있었는데 이것을 치계미(雉鷄米)라 불렀다. 그렇다. 겨울의 문턱인 입동 때 추위를 심하게 타는 노인들을 배려하는 사랑이 넘치는 민족이 바로 우리네였다.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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