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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전투를 지배하고 군수는 전쟁을 지배한다

조광제 공군군수사령관『임진왜란과 조·명·일의 군수시스템』
2018. 05. 02   15:50 입력 | 2018. 05. 02   17:41 수정

조광제 공군군수사령관이 국방일보 장군의 서재 추천도서인 『임진왜란과 조·명·일의 군수시스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재호 기자



임진왜란 때 조선이 고전한 이유는 취약한 재정구조 때문

첨단 현대전 힘의 원천도 ‘군수’… 군인은 끊임없이 배워야

공군인이라면 김정렬 장군 회고록과 김두만 장군 평전 ‘꼭’





전쟁의 아마추어는 전술을 얘기하지만, 프로는 병참을 공부한다. 1979~1983년 미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배로 대장이 남긴 말이다. 공군 군수를 총괄 지휘하는 조광제(소장·공사33기) 군수사령관 역시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그래서 조 사령관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촌음을 활용해 책을 펼치고 군수를 공부한다. 전쟁의 프로를 꿈꾸는 그대에게, 조 사령관은 『임진왜란과 조·명·일의 군수시스템』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군수를 읽어야 진짜 전쟁을 안다

전쟁 영웅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극적인 드라마는 우리를 열광시킨다. 때로는 하나의 전쟁이 단 한 명의 영웅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임진왜란’ 하면 곧 ‘이순신’이 떠오르듯 말이다. 뛰어난 지휘관이 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제대로 조망하고 교훈을 얻으려면 조금 더 깊은 부분을 들여다봐야 한다. 조 사령관은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고전한 것은 취약한 재정구조 때문”이라며 “군수와 병참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을 눈여겨볼 것”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임진왜란 관련 연구는 대부분 원인·전개·전투양상 위주였습니다. 반면 이 책은 유일하게 조선·명나라·일본의 정치·경제·군사제도를 비교하고 3국의 군수능력을 평가하고 있죠. 임진왜란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었고, 전쟁이 끝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역시 ‘식량’, 즉 병참 문제였다고 분석합니다.”

조 사령관은 당대의 전사가 현대적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주요 군수품인 군량미 생산량은 조선과 일본이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은 상공업이 활성화되지 못해 국가재정이 취약했습니다. 이는 흉년 시 군량미 조달의 어려움과 무기 구입의 감소로 이어졌죠. 역사 속 전쟁이지만, 오늘날 첨단화된 우리 군에도 병참체계와 효율적 국방예산 사용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군수는 현대 군 작전에서도 힘의 원천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군인이 군수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죠.”


척 예거와 도전·헌신의 삶

조 사령관은 도전과 헌신의 삶을 살았다. 1985년 공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그는 KT-1(KTX-1), F-15, F-18의 시험비행 조종사로서 활약했고, 2002년에는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의 역사적인 첫 시험비행 조종사로서 이름을 남겼다. 시험비행은 안전이 완벽히 보장되지 않은 시제기에 탑승해 그 성능을 검증하는 임무다. 이는 최고의 엘리트 조종사가 아니면 걸을 수 없는 길이며, 국가 항공력 발전과 공군 전력 개발을 위해 헌신하고 도전하겠다는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조 사령관은 이 모든 것이 청년 시절 읽은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1947년 10월 14일, 미 시험비행 조종사 척 예거가 X-1기에 탑승해 인류 역사 최초로 초음속(마하)을 돌파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초음속을 돌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두려움을 이기고 전설이 된 겁니다. 척 예거의 자서전 속 ‘나의 마지막 비행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제 마음속에서 조국과 모군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와 도전정신으로 자라났습니다.”

조 사령관의 남다른 도전정신은 ‘군인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끝없는 도전을 통해 배우고, 전문성을 쌓아가는 것이 군인의 삶입니다. 이때 직접적인 체험만큼이나 독서가 중요합니다. 책 읽을 시간은 누구나 부족합니다. 한 번에 다 읽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해 조금씩 꾸준히 도전하세요. 300쪽 분량 책의 경우 하루 10쪽씩만 읽어도 한 달에 1권, 1년에 12권입니다. 2년여를 복무하는 병사들은 무려 20여 권의 소중한 지식을 쌓고 나가게 되는 셈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조 사령관은 자신이 속한 공군을 그 누구 못지 않게 소중히 여긴다. 그런 조 사령관이 공군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권하는 책이 있다. “모든 공군 장병들에게 공군 창설의 주역인 김정렬 장군의 회고록 『항공의 경종』과 김덕수 교수가 쓴 김두만 장군의 평전 『항공징비록』 정도는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공군인들의 모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부심은 강한 전투력 창출의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조 사령관은 F-15K 전투기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는 2005년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K의 전력화 당시 F-15K 창설 대대장을 지냈고, 작전부장으로서 F-15K의 정상작전을 이끌었다. 이후 F-15K를 전담 운용하는 공군11전투비행단장까지 역임한 조 사령관이다. 지금도 군수사령관으로서 대구기지에서 근무하며 F-15K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 그런 조 사령관이기에 최근의 비행사고는 더욱 뼈아프고 가슴에 사무친다. “저 역시 과거 비행사고로 인해 소중한 부대원을 떠나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가슴 아픈 사건도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공군 작전은 항공기가 공중에 떠야만 이뤄집니다. 항공작전의 절대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체, 조종, 무장이 완비돼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엮어주는 것은 군수의 역할입니다. 오늘도 임무완수를 위해 출격에 나서는 전투기와 조종사들을 완벽한 정비와 군수지원으로 뒷받침할 것을 다짐합니다.”

조 사령관과 인터뷰를 마치고 접견실을 나설 때, 창 밖으로 굉음과 함께 F-15K가 힘차게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대구에서 글=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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