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문 공군본부 정책실장『전쟁이 만든 신세계: 전쟁, 테크놀로지 그리고 역사의 진로(War Made New: Technology, Warfare, and the Course of History : 1500 to Today)』
첨단 기술이 첨단 강군 보장하진 않아
“스텔스 전투기가 온다고 무조건 혁신이 이뤄지나요? 아닙니다. 혁명적 패러다임에 부응하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이 혁신을 이루는 것이죠.” ‘공군 핵심가치’, ‘해외 군사외교’ 등 굵직한 정책 분야를 담당하며 참모총장을 보좌하는 공군본부 정책실장 유재문 준장이 이같이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군이 나아갈 미래를 고민하는 유 준장의 추천도서는 외교·국가안보 분야 전문가이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Max Boot)’가 저술한 『전쟁이 만든 신세계: 전쟁, 테크놀로지 그리고 역사의 진로』다.
첨단 기술, 혁신의 충분조건 아냐
지난 500여 년에 걸쳐 전쟁의 양상을 크게 뒤바꿔놓은 혁명적 변화들이 있다. 화학 혁명, 제1·2차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혁명이다. 『전쟁이 만든 신세계』는 이런 대변혁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군사혁신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문제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 군의 혁신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좋은 힌트가 된다는 것이 유 준장의 생각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또 이용했던 나라들은 역사의 승리자가 된 반면, 군사혁신을 이용하는 데 뒤처진 나라들은 대부분 약소국으로 전락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또한, 최상의 전략과 전술,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무한한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주장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혁신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과 실현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쓸데없이 군사력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배울 점이죠.”
유 준장은 어떠한 기술적인 진보도 그 자체만으로는 혁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야말로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양상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방식이었습니다. 2019년은 공군 창군 70주년입니다. 올해부터 스텔스 전투기, 고고도 무인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고도의 항공기술이 집약된 첨단 전력이 도입됩니다. 첨단 기술이 반드시 첨단 강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혁신은 결국 사람이 이루는 것이지 기술과 기계가 자동으로 이뤄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새로운 혁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사회적·인적 자원의 혁명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독서의 비법, 책장에 책을 채워라
유 준장은 학창 시절부터 책을 유난히 사랑하는 독서가였다. 국방안보와 정책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청년 유재문을 끊임없이 서점으로 이끌었고, 그가 읽은 수백 권의 책은 유 준장이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을 소중히 보관하다가 관사에 공간이 없어져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었죠. 결국, 아끼는 후배에게 소중한 책을 다 넘겨줬는데 아직도 책 한 권 한 권이 모두 기억 나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 책들은 곧 제 목표였고, 제가 걸어온 길 그 자체였습니다.”
독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독서 습관을 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유 준장은 ‘책장에 책을 한 권씩 채워가는 보람을 느껴 보라’고 조언한다. “책을 소중히 보관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 언제든 다시 그 책을 찾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독서의 보람’입니다. 내 책장에 책이 한 권, 두 권 쌓여갈 때, 가슴에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싹틉니다. 또 다른 책을 읽어 내 책장에 계속 채워 넣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죠.”
유 준장은 공군이 추진하는 ‘1·1·1 독서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적어도 한 달에 한 권, 못해도 하루에 한 페이지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인상적인 책은 윤석철 교수가 쓴 『生의 正道』다. “저자는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하기 위한 ‘목적 함수’를 세우고, 또한 이를 지지해 줄 ‘수단 매체’로 뒷받침한다면 ‘생존경쟁’의 장인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의지를 세우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병 모두가 가치 있는 군 생활을 보내기 위해 꼭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혁신의 비전, 독서로 찾는다
안중근 장군은 ‘국가안위 노심초사,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 강조했다. 유 준장은 장군으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장군은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단 구성원 모두가 뜻과 힘을 합쳐 이룩할 목표를 세우는 막중한 일이죠. 때로 자신의 한계와 여건의 어려움을 느낄 때면, 안중근 장군의 이 말씀을 몇 번씩 되새기며 ‘책임과 정성을 다하는 리더십’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역사를 통찰하며 지혜를 발견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죠.”
유 준장은 공군본부 전략기획과장, 연구분석평가단 전력발전처장을 거쳐 현재 정책실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가 맡아온 대부분의 직책은 공군의 미래전략과 전력 발전을 고민하는 자리다. 지금 유 준장의 머리 속엔 ‘혁신의 시대에 부합한 공군의 정체성’과 ‘혁신의 방향’, ‘미래 정책과 전략’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본연의 임무인 ‘확고한 대비태세 유지’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뒷받침하고 안정적 부대운영에 힘써야 합니다. 또한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환경 속에서 새로운 군사전략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념을 발전시키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아울러 혁신을 선도할 인재 양성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이 모든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열쇠가 책에 담겨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공군 미래를 설계하는 혁신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꾸준한 독서와 깊은 고민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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