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국에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요구하라
환경부, 초미세먼지 ‘84% 이상이 중국발’ 발표
중국 기업의 70% 환경기준 충족시키지 못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오염과의 전쟁’ 선포
국가 간 오염물질 분쟁 해결책 쉽지 않아
“중국의 오염물질이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을 실시합니다.”
2018년 1월 15일 서울시는 버스·지하철 공짜 탑승과 차량 2부제 운행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의 근거가 된 것은 2017년 6월 1일 서울시의 〈‘미세먼지는 재난’ 조례 개정…서울형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 도입〉이었다. 주요 내용을 보자. 서울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차량 2부제를 자율로 하는 대신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이 면제된다. 또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 서울형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가 생긴다.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75㎍/㎥ 이상으로 2시간 지속될 때 발령된다.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 발령 시 영·유아, 어린이, 65세 이상 어르신, 임산부, 호흡기·심혈관 질환자 등 취약계층 105만 명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지급한다. 여기에 2018년부터 연간 29억 원을 편성해 어린이집 6284곳과 아동복지시설 488곳에 공기청정기 설치·운영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의 비상저감대책은 차량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초미세먼지 민감군 주의보에 해당하는 날에 취약계층에 지원해 주겠다고 한 보건용 마스크 지급은 없었다. 또 실시 이후 과연 서울시의 비상저감대책이 효과가 있었는지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 나중에 이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써볼 계획이다.
오늘은 중국에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인터넷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겠다. 2017년 1월에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표됐을 때 환경부는 중국의 영향이 최고 84% 이상이라고 발표했었다. 2018년 1월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이 발표됐을 때도 중국에서 날아온 스모그의 영향이라고 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왜 우리 정부는 중국에 항의 한번 못 하나요?” “우리나라 피해가 심하니 중국에 당당하게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중국에 미세먼지 보상금을 요구해야 합니다”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전에 중국에 보상금을 요구한 단체가 있기는 하다. 2017년 4월 5일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는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가 심해 천식이 생겼다”며 3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당시 어떤 사람이 중국에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뉘앙스의 글을 기고했다. 그 글을 소개해본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이 얼마나 되는지 증명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은 위성이나 슈퍼컴 등 미세먼지를 관측하는 하드웨어의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강하다는 거다. 우리는 미국 등에 의존해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기본 소스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의문을 제기한다. 두 번째로 국경을 넘는 대기 오염물질에 관한 국가 간 규제나 책임에 관해 국제법적으로 얼마나 정립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했다.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고 말하면서 감정싸움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또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 일리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나라의 기상능력은 세계 10위권 이내로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은 뛰어나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월경(越境)하는 것에 관한 논문만 해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 환경보호부는 북부지역 28개 도시의 기업과 공장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017년 6월 14일 발표했다. 무려 70%에 이르는 1만4000개 기업이 대기오염 관련 환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4700여 곳은 무허가였다고 한다. 기업들의 환경오염은 대기만 아니라 수질과 토양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오염을 통제할 수 있는 하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책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는 하나 실제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여기에 오염처리 시설이나 기술이 약하다는 점도 있다.
마지막 주장인 국가 간 오염물질 분쟁의 해결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중국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처분만 기다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정말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에 관한 한 당당하게 중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팁]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 한·중 정상회담 등 국제적 대책 절실
지금 중국은 어용학자들을 동원해 책임론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갔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말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가려질까? 한·중·일 환경장관 회담도 열리지만, 중국의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과 관해서는 의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국민께서 국제공조도 정부의 숙제로 내주셨습니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한·중·일 환경협약을 체결하고 공조해 나겠습니다”라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26일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에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쉽진 않겠지만 정부의 이런 적극적인 노력은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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