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군의 서재

‘사람을 다루고 키워라’ 리더는 주인공 아닌 든든한 서포터일 뿐

임채무

입력 2018. 10. 1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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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서 육군훈련소장『사람을 남겨라』




훈련병들은 군·사회서 리더 될 인재들
사람중심의 역할 인식·관점 전환 필요

‘책을 손에서 놓지 마라’
사관생도 시절 교수님께 당부 받아
37년 군 생활, 하루 시작을 책과 함께 해
인생 살아가며 ‘책만 한 선생 없다’ 느껴






“독서가 주는 기쁨은 다양합니다. 가장 큰 기쁨은 내면과의 깊이 있는 대화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멋진 열매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행복한 것이 있을까요?”

육군 정병의 산실 육군훈련소에서 만난 구재서(소장) 훈련소장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이 삶을 풍요롭게 하며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경험한 자는 다르다’는 말처럼 마주한 그의 모습에선 행복한 웃음과 여유가 보였다.


구 훈련소장이 추천한 도서는 리더십 대가로 꼽히는 연세대 정동일 교수가 20여 년의 연구 및 컨설팅 경험을 망라해 저술한 『사람을 남겨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을 다루고, 키우고, 남기는 리더십의 요체를 제시한다. 또한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특히 개인의 역량만 뛰어나면 승진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에게 ‘리더는 주인공이 아니다’라는 따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구 훈련소장이 책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이기도 하다. 리더십과 관련된 많은 책을 읽은 구 훈련소장이었지만 저자의 이러한 관점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손흥민 선수 생각하면 쉽게 이해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더는 주인공으로서 뛰어난 개인 역량을 갖추고 많은 성과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사람이자, 그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엘리트일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고 있는 리더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포터입니다. 서포터가 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볼 것 없이 2018아시안게임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 축구 대표팀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생각하면 책에서 말하는 서포터의 모습이 쉽게 이해될 겁니다. 주장이 된 이후 주인공으로 나서기보다는 서포터를 자처해 개인과 팀의 성과를 모두 높인 그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이 아닐까요? 제가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가슴에 절실히 와 닿은 구 훈련소장은 이를 실천에 옮겼다. 리더십을 발휘할 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첫 대상은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참모들이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지, 또 어떤 방법으로 힘을 실어주면 수월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든든한 서포터로 점차 변해갔다. 참모들이 어떠한 의견을 내놓아도 ‘맞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포용력도 생겼다. 참모들도 구 훈련소장의 적극적인 서포트에 보다 주도적인 관점과 의식을 갖고 업무에 몰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장병에게 서포터로의 관점 전환 전파

구 훈련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범위를 넓혀 전 장병에게 사람 중심의 역할 인식과 서포터로의 관점 전환을 전파했다. 매 분기 진행하고 있는 계층별 워크숍이 대표적인 예다. 벌써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워크숍에서 구 훈련소장은 어떻게 상급자와 동료, 하급자를 대해야 하는지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지도하고 있다.

“직장인 중 약 70%가 직장상사 또는 동료들 때문에 이직을 한 경험이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모두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주인공이 되려고만 했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훈련소는 달라야 합니다. 기간장병들은 물론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훈련병들도 군을 비롯해 사회에서 리더가 될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람 중심의 역할 인식과 관점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하들도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니 훈련소에서 근무한 많은 장병이 책의 제목처럼 사람을 남겼지 않나 싶네요.”


군 생활의 동반자 ‘책’, 장병들에게도 적극 권해

한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긴 인터뷰에서 구 훈련소장은 독서에 관한 애정을 끊임없이 보였다. 그에게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를 질문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두 가지를 웃으며 말했다.

첫째는 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다. 사관생도 시절 그는 ‘육사신문’을 만드는 기자생도였다. 기사 작성을 위해 다양한 도서들을 접하면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자신의 활동을 눈여겨본 한 교수님께서 몇 권의 책을 선물하며 군 생활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군 생활의 시작을 책과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실제로 그는 항상 책을 놓지 않는다.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출근하기 전까지와 잠자기 전 이렇게 하루 2번씩 꼭 책을 읽는다. 재미있는 점은 아침과 저녁에 읽는 책이 다르다는 것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구 훈련소장이지만, 철학이나 사상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 아무래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을 함께 읽는 것이다. 구 훈련소장은 이러한 독서법이 읽기로 마음먹은 책들을 끝까지 정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둘째는 책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는 37년의 군 생활 동안 수많은 보직을 거치며 잦은 이사를 했다. 그때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책은 신줏단지 모시듯 안고 다녔다. 처음에는 몇 권 안 되던 책이 오랜 군 생활과 함께 수천 권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 다른 짐보다 많아진 책으로 인해 이사할 때마다 아내에게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그래도 버리기 힘든 것이 책이라고 했다. 그에게 책은 군 생활의 또 다른 동반자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책만 한 선생님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은 저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했고, 또 미래를 꿈꾸게 했습니다. 그리고 깊이 있는 삶을 살게 해줬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 장병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장병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독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분명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임채무 기자 < lims86@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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