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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페루와 국경분쟁… 군사력 증강 ‘가속’

입력 2018. 10. 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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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태평양전쟁과 칠레 군의 발전


칠레 국군의 날 행사에서 칠레 공군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필자 제공
칠레 국군의 날 행사에서 칠레 공군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필자 제공



태평양전쟁 승리 영토 대폭 확장
긴 영해 수호 위해 해군력 중시해
유럽인 정착 유럽·미국 무기 많아
KAI 등 방산기업 에어쇼 매년 참가
한국산 방산 물자에 대한 인식 높아


지난 2012년 칠레를 방문한 한국 해군순항훈련전단 지휘부에 현지 교민 자녀들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필자 제공
지난 2012년 칠레를 방문한 한국 해군순항훈련전단 지휘부에 현지 교민 자녀들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필자 제공



남미 대륙 남서쪽 끝 부분에 위치한 칠레는 한국에서 볼 때 지구 정반대편에 있으며 비행기로 20시간 이상 가야 할 정도로 지리적으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칠레는 남북으로 4300㎞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이나 동서의 폭은 175㎞로 좁아 마치 긴 막대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나라는 중남미 타 국가와 매우 다른 관습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남미 국가 중에서 가장 안정된 경제 및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칠레는 2010년 남미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 현재까지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칠레는 동쪽으로 볼리비아·아르헨티나, 북쪽으로 페루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과거 태평양전쟁(1879∼1883)을 치른바 있는 볼리비아·페루와는 현재까지도 국경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칠레는 페루·볼리비아 연합군과 치른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페루로부터 아리카(Arica) 지역, 볼리비아로부터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 및 타라파카(Tarapaca) 지역을 획득해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볼리비아는 태평양으로 향하는 통로를 칠레에 빼앗기게 됐고 해양 진출로 확보를 위해 칠레와 영토분쟁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칠레가 페루·볼리비아 연합군과 치른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페루와 벌인 이키케(Iquique) 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해전에서 칠레 해군의 구형 목조군함 에스메랄다(Esmeralda)함은 페루의 신형 전투함 우아스카르(Huascar)함을 상대로 해상전을 벌이게 된다.

칠레의 아르투로 프라트(Arturo Prat) 중령이 지휘하는 에스메랄다함은 한쪽 엔진이 고장 난 상태에 처하게 됐고, 프라트 중령은 페루 군함과 페루의 이키케 항구 사이에 에스메랄다 함을 정박시키는 작전을 구사한다. 페루 전함이 함포를 발사해 에스메랄다함을 명중시키지 못하면 빗나간 포탄이 이키케 항구에 떨어져 페루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한 프라트 중령의 전략이었다.

프라트 중령의 작전대로 페루의 우아스카르함은 에스메랄다함에 함포사격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페루 측은 목조군함인 에스메랄다함에 충돌하는 작전을 구사했고 에스메랄다 함은 침몰한다. 프라트 중령은 갑판에서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부하들을 지휘하면서 장렬히 전사했다.

프라트 중령의 전사를 계기로 칠레 군의 사기는 더욱 고조됐고 결국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그는 한국의 이순신 장군처럼 칠레의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그가 이키케 해전에서 보여준 애국심과 군인정신은 칠레 국민의 가슴에 깊이 남아 현재 칠레 군인정신의 근간이 되고 있다. 칠레는 태평양전쟁 승리로 기존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영토를 획득했고 이는 국운을 바꾸는 전기가 됐다.

태평양전쟁의 결과, 칠레는 페루·볼리비아와 군사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으며 페루에서 신무기체계를 구입하면 칠레도 이에 대응하는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칠레 군은 전투기·기갑부대·군함 등 주요 전력을 북부 지역에 집중 배치해 페루·볼리비아 군을 견제하고 있다.

칠레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매우 크며, 칠레 각 군 및 경찰 사관학교는 경쟁률이 높고 대부분 상류층 집안의 자녀들이 입학한다. 영해의 길이가 긴 데다 이키케 해전의 영향까지 있어서 칠레는 해군력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해군사관학교는 타 사관학교보다 경쟁률이 더 높다.

칠레는 타 남미 국가와 달리 유럽인들이 정착했고 특히 독일계가 많이 이주해 그 영향으로 칠레 육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육군의 정복을 사용했으며 헬멧과 계급장도 독일과 유사하다. 유럽인들의 정착으로 인해 칠레의 상류층 및 군 장교는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영향으로 칠레의 방산 물자 도입은 유럽 및 미국산 무기 체계가 많으며, 과거 구입한 유럽산 무기체계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고, 기 정착된 군수지원 체계 때문에 타 선진 국가 무기 도입이 제한되고 있다. 한국 정부 방산 사절단과 기업의 칠레 방문·홍보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방산 물자에 대한 인식은 높은 편이나 우리 기업의 진출은 위에서 얘기한 이유로 인해 다소 낮다.

칠레 군은 중남미 국가 중에서 브라질과 유사하게 군사력 증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칠레 산티아고 공군기지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남미 최대의 FIDAE 에어쇼가 열린다. 한국 KAI 등 방산기업이 이 에어쇼에 매년 참가하는 등 우리나라 방산기업들이 홍보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조만간 우리 방산기업의 칠레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며 양국 간 군사교류가 더욱 증진되기를 희망한다.

김추성(예)공군중령 전 주칠레 국방무관
김추성(예)공군중령 전 주칠레 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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