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영화로 본 전쟁사

절망 속에서 핀 희망 웃음 아버지 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다워

입력 2018. 07. 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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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Life Is Beautiful), 1997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스키


처형당하면서도 아들에게 웃음 잃지 않아

전쟁의 공포와 광기 온몸으로 막아낸 영웅

2차 대전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갇힌 귀도

아들 달래려 수용소 생활을 게임이라 속여

 

 

 


2차 대전 중, 독일 나치가 저지른 최악의 정책은 인종차별적인 반유대인주의다.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사회적인 행동이 중지되고, 재산이 몰수되고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죽음을 당했다. 400만 명 가까이가 가스실에서 사망했다.

그런 범죄 행위로 악명이 높은 곳이 폴란드 바르샤바 근처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다. 나치가 세운 강제수용소 중에서 최대 규모였다. 유대인 외에 집시, 떠돌이, 정신병자, 동성애자, 나치즘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이곳에서 죽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말살하려 한 데는 게르만족의 우월감이 깔려 있다. 독일 국민 전체를 키가 크고 날씬한 체형에, 좁은 얼굴과 코, 잘 생긴 턱과 건강한 피부에 황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전형적인 아리아인의 모습이 되도록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따라 순수 아리안 민족을 오염시키는 유대인 등 ‘열등 민족’과 낙오자 계층을 ‘인종 청소’한 것이다.



동화처럼 슬프고 행복 담긴 이야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가족을 끝까지 지켜내는 아버지 이야기다. 유대인 대량학살(홀로코스트) 속에서 어린 아들과 아내의 생명을 구하는 아버지의 고군분투가 우스꽝스럽고 슬프지만 위대해 보인다. 이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을 단 것은 역설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밝혔듯이 “동화처럼 슬프고 놀라우며 행복이 담긴 이야기”다.

1939년 2차 대전 직전, 로마로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만난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에게 첫눈에 반한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그녀를 사로잡은 귀도는 도라와 결혼,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전쟁이 발발하자 유대인 귀도와 아들 조수아는 수용소행 기차를 타게 되고, 그 소식을 들은 도라는 유대인은 아니지만 기차에 오른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수용소 생활을 ‘1000점을 따는 게임’이라 속이고 우승자에게 탱크가 상으로 수여된다고 둘러댄다.

아버지와 아들은 여러 차례 위기상황에서도 아버지의 재치와 유머로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 귀도는 아들을 창고에 숨겨두고 여자 감방에 있는 아내를 찾아 나섰다가 독일군에 발각돼 처형된다. 얼마나 지났을까. 독일군이 철수한 텅 빈 수용소에 아버지 말대로 탱크 한 대가 들어온다. 살아남은 어린 아들은 환호를 지른다. “1000점을 따 일등 했다!”




아들에겐 슈퍼맨이고 아내에겐 왕자

영화 속 주인공 귀도는 어린 아들에겐 슈퍼맨이고, 아내에겐 왕자다. 아내 도라에 대한 그의 사랑은 헌신적이다. 그의 행동은 우스꽝스럽지만 순수하기에 아름답다.

귀도는 아들에겐 수호자다.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을 살리려는 몸부림은 눈물겹고, 처절하다. “아이들이 다 사라졌어. 애들을 땔감으로 썼대. 비누와 단추를 만들려고”라며 겁먹고 집에 가자고 조르는 아들에게 그는 “게임을 하느라 다 숨어 있는 거야. 집에 가고 싶으면 가자. 우리가 일등 할 수 있었는데…”라며 짐짓 나가는 시늉을 한다. 그는 극한상황에 내몰릴수록 특유의 유머와 낙관주의로 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영화는 밝고 과장스럽고 웃기지만 가슴 뭉클하다. 독일 병사에게 체포돼 처형되기 직전, 숨어 지켜보고 있는 아들에게 게임인 양 보이기 위해 씩씩하게 걷는 아버지 귀도의 모습엔 가슴이 먹먹해진다. 연애 시절, 오페라 극장 객석에서 주인공 귀도가 아내를 몰래 보는 장면에서 흐르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의 서정적인 선율과, 수용소에서 아내에게 자신과 아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니콜라 피오바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삽입곡 ‘안녕하세요, 공주님!’의 감성적이며 서정적인 멜로디가 감동과 울림을 준다.

이탈리아의 유명 코미디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각본·주연을 맡아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음악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날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선물이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나는 영화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들이 죽은 아버지에게 보낸 헌사(獻詞)다. 아버지는 독일군 병사에게 처형되는 그 순간까지 아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처참한 전쟁 속에서도 가족을 끝까지 돌보며 기꺼이 희생을 감내한 것이다.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온몸으로 막은 아버지는 아들의 영웅이었다.



세계문화유산 된 아우슈비츠 수용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상징이 됐다. 현재도 시체를 태웠던 소각로, 유대인들을 실어 나른 철로, 고문실 등이 남아 있다. 1945년 1월, 패색이 짙어지자 나치는 대량학살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건물을 파괴했으나 소련군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 일부 시설이 남게 됐다. 종전 후 나치의 잔학 행위를 잊지 않기 위해 유네스코는 1979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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